http://todayhumor.co.kr/board/search_view.php?table=humorstory&no=196725&page=1&keyfield=subject&keyword=허세&search_table_name=humorstory& 1부를 먼저 다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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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이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면 대부분은 남학교, 혹은 여학교를 나오기 마련이지요. 개중에는 남학생과 여학생과 함께 공부를 하며 우애를 다지는 그런 행복가득하고 따스한 학교도 있다고 풍문으로는 들었습니다만, 그건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과 같은 허구적인 이야기. 우리한테 그런일은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어. 즉, 10대의 청춘이라는 고운 말은 우리에게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말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흔히 입시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대학교만 가면 멋진 남자친구나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다. 대학교만 가면 놀 수 있다. 대학교만 가면.. 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기분을 살랑~살랑~ 하게 만들어 놓고는 하지요. 그러나대학생이 된 지금에서야,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두통 치통 생리통 요통 고통 호통 방통 생수통에 묘한 효능이 있다고 떠드는 약장수의 말과 별 반 다를게 없는 '대학교 판타지'라고 생각은 합니다만은, 뭐 10대때 그런 희망도 없이 긴 입시경쟁을 견디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겠지요.
우리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사실 그런 10대를 보낸 녀석들이 삼삼 오오 모여있으니, 희망찬 내일을 위해 빨리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만 한가득입니다. 대학교 수업의 무슨론 무슨론같은건 신경도 쓰지 않고, 옆자리의 여자애, 옆옆자리의 여자애, 옆옆옆자리의 여자애의 친구의 여자애 정도의 생각만 머리속에 한가득이었죠. 그럼에도 동기에게 차여 선배에게 차여 소개팅에서 차여, 결국 모이는건 남자들끼리 소주한잔 하며 '대체 대학교 오면 여자친구 생긴다고 한 놈이 어떤놈이야!'하고 푸념을 터뜨리기 일수란 말입니다. 20년 솔로도 슬픈데 21년 솔로가 될 생각을 하니 깝깝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놈 한놈 어찌저찌 제 짝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좀 일찍 짝을 찾았던 놈들은 다시 남자들 품에 돌아오지요. 결국 별 빛을 안주삼아 남자냄새 풀풀 풍기며 소주마시는 패밀리는 영원불멸의 생명력을 갖게되는 순환구조 입니다만은, 그 와중에 순환되지 않는 친구가 하나 있었으니 이 친구로 말할것 같으면 대쉬란 대쉬는 다 실패한, 말하자면 '연애 Loser'라는 겁니다. ...물론 붉은색 대학교의 한 아리따운 여학생의 발언덕에, 실제로 그 친구는 이 혹독한 계급사회속에서 프롤레타리아 이하의 루저계층으로 떨어지긴 했습죠. 쩝. 아무튼, 이 친구가 사실 여자를 만나기에는 살도 포동포동하고, 얼굴도 눈은 째지고 코는 뭉툭하고 턱은 튀어나온것이 영 인물은 아니올시다! 남자들 사이에서야 말도 잘하고 술도 잘마시고 재밌게 노니 참 좋은 친구였습니다만, 원래 잘생긴놈이 방방대면 활기차고 긍정적이고, 못생긴놈이 방방대면 철딱서니없고 정신없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도무지 인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더라 이말입니다. 이런 좋은 친구가 매일 남자들 사이에서 푸념하며 하루하루 늙어가는 꼴을 보니 우리 마음도 참 아팠지요. 그래서 우리는 한가지 작전을 생각해 냅니다. 이 친구, '철수 여자친구 만들어주기' 프로젝트를요.
먼저 우리중 얼굴이 좀 반반하고 여자아이들에게 따스한 눈빛을 잘 낚아채는 녀석을 선발대로 삼아, 각종 여대에 추문과 방을 붙였습니다. 바로 '미팅'이라는 것을 위해서 말입습죠. 이 미팅이라는것이, 5:5정도로 서로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술을 나누며 상대를 탐색하는 아주 전략적이고 치밀한 자리임을 감안했을 때, 우리는 일심동체로 1:5 미팅상황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4명이 서포트하고, 철수만이 빛날 수 있는 그런 판을 짜자! 이것이었지요. 까짓거 인물이 좀 못나면 어떠냐, 우리는 이 친구의 햇살 가득한 연애를 위해 화이팅을 외칩니다. 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저 이 상황이 너무 재밌었기에 반쯤은 장난기가 동해서 한 일입니다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20살의 군대도 가기 전 남자애들이라는게 재미있는 모험에는 사족을 못쓴다 이거지요. 그리고, 시간은 흘러 우리 선봉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무려 k대 미대의 아리따운 여성들과 5:5 미팅의 기회를 잡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미팅 조' 와 '서포트 조'로 나누었습니다. 저는 서포트 조에 속해있었지요. 좋은 길일을 점지어 서로 K대학 근처의 먹자골목에 위치한 대중적 선술집인 '코준'에서 만나기로 아가씨들과 일정을 잡은 뒤, 서포트 조는 그 친구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아, 그런데 이 친구, 그동안 우리랑 너무 자주 술잔을 기울였는지 예쁘고 멋진 옷들이 잘 맞는게 하나 없다 이겁니다. 하는 수 없이 '심플&깔끔'으로 가자며 사이즈에 맞춰 티에 청바지를 맞춰 입혔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간단한 재킷하나. 옷걸이가 영 볼품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처럼은 보이게 만들었다며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우리의 첫번째 필살기. 부자집 친구녀석에게서 한정 대여를 한 '로락스'시계. 이 시계는 엄청나게 고가로서 '내가 부자집 대감마님이시다' 하는걸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었더라 이겁니다. 마지막으로 향수를 칙칙 뿌리고 머리를 샤샤샥 뾰족하게 만들어 내니, 은근히 귀티가 나는 것이 이정도면 오케이. 싶었지요. 그렇게 코디를 정해 둔 뒤에, 우리는 남은 날 동안 몇가지 계획을 짰습니다. 미팅이 진행되는 동안, 그 술집안에서 서포트조는 상황을 주시하며 몇몇 해프닝을 일으키기로 한 것이지요. 크으, 이 숨막히는 긴장감과 떨리는 호흡. 이렇게 재미난 일이 앞으로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게 출진의 날이 다가오고, 그 친구는 한껏 차려입고는 준비한 시계를 찹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샥샥 올리고 향수를 챡챡 뿌리지요. 그리고 그 친구와 미팅조를 먼저 보낸뒤에 우리는 준비해 둔 몇가지 기발한 계획을 정리해 함께 술집으로 향합니다. 10여분쯤 뒤에 들어가서 위치를 확인한 후에 테이블이 적당히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는 간단하게 술을 시키고 조용히 숨을 죽였지요. 얼굴이 눈에 띄면 안되었기에, 일부러 여자아이들의 뒤쪽 방향에 자리를 잡았다 이겁니다. 간단히 술을 마시며 용기도 고양시키고 작전도 확인한 뒤에, 우리는 의미심장한 웃음과 눈빛을 교환하며 속으로 화이팅을 외쳤지요. 자아, 가자!
작전실행을 위해 분위기를 살펴보니, 아리따운 k대 미대생들에게 이미 우리의 철수는 넋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 곧 이어 미팅조와 K대 아가씨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섞여 앉고는, 간단한 대화와 게임을 시작하더군요. 다행히 미팅조에는 분위기를 띄워줄 A와 비주얼로 불만을 잠재울 B, 이 두 요원을 배치해 두었기에 철수는 어렵지 않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풀어진 미팅조 분위기를 바라보며 부러움 반 긴장감 반을 들고 애꿎은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다행히, 첫번째 작전까지 우리의 코디는 꽤 잘 먹힌것 같았습니다. 특히 '로락스'시계가요. 여자애들이 그 시계를 보며 어머 신기하다고 갸갸 거릴때 으쓱이는 철수의 표정을 보고, 우리도 왠지 콧등이 시큰하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뭐랄까, 오늘은 할 수 있어 철수야! 그렇게 우리도 미팅조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도중, 옆에 앉은 친구가 제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시간이다. 작전 1, 실행하자."
저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우리 철수는 작전대로 입을 슬쩍 가리고는 아무말도 없는 저를 향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들으라는 듯 듣지 말라는 듯 아주 교묘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저기 잠깐 통화좀, 어..박기사. 오늘은 안 나와도 될 것 같아요. 뭐라구요? 아.. 벌써 학교에 벤츠로 갖고 왔다고... 오늘은 친구들이랑 있어서 그냥 지하철로 가려고하는데.. 네? 차를 보내준다구요? 아니에요 박기사. 그럴필요 없어요. 네, 네,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씀좀 해 주세요. 네. 그래요, 아 그리고 차고에 있는 차중에 아우디 A7이 좀 이상하던데, 오늘 가서 점검좀 해줘요. 네. 네."
크아 이 명연기. 아무리 연습을 했다지만 우리 철수는 마치 대화를 하는 듯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적절하게 전화통화를 마치더군요. 일부러 들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본디 미팅이라는게 그 자리에서 통화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선이 쏠리기 마련. 다행히 우린 모두 한편이었기에 통화하는 동안 누구도 새롭게 분위기를 주도하지 않았다 이겁니다. 전화통화가 끝나고 미안하다며 웃는 우리 철수. 그런 철수를 바라보는 어여쁜 아가씨들의 눈빛들은 처음의 차디찬 시베리아 기단에서 상대적으로 따스한 북태평양 기단 정도로 누그러져있다 이겁니다. 원래 예로부터 남자든 여자든 부유한 자에게는 너그러워 지는 법이지요. 어쨌거나 제가 자리로 돌아오고 서포트 조는 맥주를 시켜 우리의 첫번째 작전 실행의 성공을 축하했죠.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우린 매우 전략적이고, 철저한 승리를 원했지요. 한 4~50분쯤 지났을까요. 우리는 계획했던 두번째 작전을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찝적대기 대작전이요.
"야, 네차례야."
"Ok. 맡겨둬."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인상험하기라면 둘째가로는 서러운 친구가 있습니다. 어깨도 떡 하니 넓고 눈도 부리부리 한데다가 키도 커서, 프로레슬러가 아닌가 싶은 녀석이요. 이 녀석이 바로 두번째 작전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바로, 저 미팅자리에 가서 여학우들을 꼬시는 작전이었지요. 딱 보기만해도 위협적인 녀석이 성큼성큼 다가갑니다. 다른 미팅친구들이 숨 죽이고 눈을 피하며 행패를 막지 못하는 동안 우리의 히어로 철수가 나서서 아주 젠틀하게 막아내는 작전을 위해서요.
"어이, 이쁜이들. 재미좋네. 우리쪽 테이블로 와서 놀지, 이런 찐따들이랑 놀지 말고."
화사한 분위기를 한방에 빙점까지 떨구는 친구의 재주에 우리는 웃음을 참느라 숨을 꺽꺽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미팅조의 연기자들은 모두 쭈뻣거리며 최고의 명연기를 펼쳤지요. 마치 정말로 겁 먹은듯 말입니다. 그저 철수만 초롱초롱한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지요. 아, 너무 초롱초롱해서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그 친구는 잘 참아냈습니다. 굿 잡! 어쨌거나, 아가씨들은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 친구 꽤나 연기에 몰입한 것 같습니다.
"저기, 저희 일행이 있으니까요. 죄송해요.."
"에이, 뭘 빼고그래, 이리 오라니까.."
그 친구가 연기에 몰입하며 다짜고짜 우악스런 손으로 아가씨의 팔을 잡는 그 타이밍에, 우리 철수는 그 친구의 손을 탁 잡으며 아주아주 젠틀하게 말합니다.
"그만 하시죠."
"뭐?"
"여성분들이 싫어하시잖아요."
으악 손발이 사라집니다. 내 손발을 찾아주세요! 하면서 몸이 배배꼬일듯한 대사를 진지하게 치는 철수. 그리고 시작되는 강렬한 눈싸움. 그러나 결과는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 우리는 알고 여성들은 모르는 이 상황. 무서운 인상의 그 친구는 순순히 눈을 피하고는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시무룩한 척 우리와 함꼐 술잔을 나누었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속으로 웃음이 터져나오는걸 참느라 이를 악물었을 뿐입니다. 으하하하하. 어쨌거나, 철수의 멋진 등장에 이미 분위기는 7할쯤 넘어갔다 싶더군요. 폭력도 없이 말 한마디로 젠틀하게 상황을 종료한 '부잣집 도련님.' 이거 꽤 먹히는 컨셉이군요. 어쨌거나, 이정도면 됐겠지 했는데.. 긴급히 들어오는 전보. 아니,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상황중에 우리 철수가 연락처를 못 받았다는 겁니다! 이럴수가! 안되겠다. 우리는 긴급 작전회의를 통해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기로 합니다.
일단 먼저 조용히 자리를 뜬 우리는 밖에서 커피 한잔을 샀습니다. 그리고 철수에게 문자로 미리 언질을 했죠. 어떤 작전이냐구요? 아리따운 여학생을 위해 몸을 던져 커피를 대신 맞아주는 히어로 철수 만들기 작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지요. 30여분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나오는 그들에게 저는 조용히 커피한잔을 쪽쪽 빨며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우연히 발에 걸려 중심을 잃으면서! 철수의 옆 여성분을향해 커피잔을 놓쳤지요. 그 순간. 우리의 철수는 그 여성분을 살짝 자기 품으로 당기며 등으로 커피를 대신 맞았습니다. 저는 냉큼 다가가 철수에게 놀란 척을 하며 말했지요.
"아이구 미안합니다. 이거 어떡하죠?"
"아.. 이런, 괜찮습니다. 고의로 하신것도 아닌데요."
"제가 세탁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아, 정말 괜찮습니다."
굽신대며 사과하는 제게 철수는 역시 교육받은대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입던 재킷을 벗어 툭툭털고는 접어 팔에 끼우더군요. 크으, 이 우등생녀석! 그리고 이 작전의 효과는 바로 터졌습니다. 옆에 있던 여성분이 상황종료 후 살며시 철수의 연락처를 물어봤던 것이지요. 저는 그 자리를 피했고, 철수는 승리의 v문자를 보내더군요. 으하하하하! 대성공이다! 결국 애프터를 받는데 성공한 철수는 그날 처음으로, 우리와의 술자리에서 해맑은 웃음과 빛나는 눈물을 흘렸더랩니다. 그러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참으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며칠 뒤, 철수의 그녀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오늘 학교 끝나고 만나고싶은데.. 차로 데리러 와 줄 수 있어요?"
으아니 이런 젠장. 우리의 허세가 좀 과했나 봅니다. 그때 언급한 차종이라고는 아우디와 벤츠.. 철수는 고민에 빠지고 맙니다. 차는 커녕 녹차티백도 없는 자기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를 어쩌나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냥 차가 있다고 했으면 렌트를 해서라도 가면 되건만, 벤츠니 아우디니 하는건 도저히 렌트하기도 쉽지 않은 차종 아니겠습니까. 결국 우리는 서로 수업시간 내내 고민에 빠집니다. 이렇게 패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우리의 모험은 '이정도는 해도 될꺼야' 하는 맘에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고 맙니다. 바로, 친구 아버지의 차인 아우디A7 을 몰래 낮에 쓰고 기름을 채워 돌려다 놓기로 한 것이지요. 차를 빌려주는 친구는 매우 불안해 했지만, 그 역시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과감히 모험에 합류합니다. 결국, 우리는 친구 아버지의 차키로 철수에게 아우디를 빌려주지요. 뒷 일은 적당히 생각해 놓은 채요. 원래 청춘이라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혹시 우리 아버지한테 걸리더라도, 빌면서 정말 우발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한 거라고 같이 빌면 별 문제 없을꺼야."
"고맙다 영수야..."
"뭘 임마. 잘 해 오늘."
그렇게 훈훈한 대화를 마치고 남자의 우정을 확인하는 뜨거운 포옹후에, 아우디를 타고 그녀를 픽업한 철수. 그러나,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철수는 아우디를 제 시간에 가져다 놓는것을 깜박합니다. 카페, 영화관, 레스토랑, 바, 그리고 나서 도착한 한강. 밤 늦게까지 강변에 주차를 시켜두고 서로 분위기를 점점 업시켜가는 두사람. 이제 뜨거운 사랑고백만 있으면 커플이 되려하는 그 순간!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소리. 그렇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퇴근 후 텅 비어있는 차고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애마가 도난당한줄 알고 신고를 해버렸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신속정확하게 출동한 경찰과 자동차 보험사 사람들에 의해, 우리 철수와 그의 예비 여자친구는 운에도 없는 경찰서에 잡혀들어가게 됩니다.
순진한 우리 철수. 경찰차를 탄 순간부터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볼살이 떨릴정도로 덜덜덜덜. 그렇게 경찰서에 차가 도착하고, 차 주인 아저씨는 이미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맞이합니다. 순식간에 서류작업과 본인 차 확인을 하고 도난에 대해 확정이 되어갈 무렵, 철수는 그제서야 큰일이 났음을 깨닫고는 상황을 술술 불기 시작합니다. 옆의 여자는 기가차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속아넘어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는 철수한테 뭐라고 욕도 할 수 없는 상황. 경찰들은 결국 일단 본인들끼리 이야기를 해보라며 친구 아버지와 그 둘을 대면시킵니다. 그도 그럴게, 절도를 적용하자니 참 복잡하고 어이없고 웃기는 상황이니까요.
"이름이 철수라고? 대체 왜 이런짓을 한건가."
아저씨는 자기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껏 침착해진 목소리로 철수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철수는 낮에 영수가 말해준 변명거리를 울면서 읊기 시작하지요.
"그게 말입니다. 아저씨 아들이신 친구 영수가, 제가 여자친구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협조해 준다는 것이 그만.. 제가 이제까지 여자친구 한번도 사귀어본적 없어서 진짜 잠깐 우발적 충동에....그만...이렇게 말하면 봐주실거라고....앗!"
아, 이 어이없는 바보가 결국 일을 터뜨렸군요. 아버지 되시는 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영수에게 전화를 거시더니 한차례 호통을 치기시작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종료되나 싶어지는 순간에 가만히 있던 옆의 여자아이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여자의 '진짜' 남자친구였지요.
"야! 너 이게 어떻게 된거야?!"
황당해하는 남자친구에게 그녀는 정말 다급한 표정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억지로 팔을 잡아 끕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벌어져 있고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함부로 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남자친구가 보니, 옆에 남자까지 끼고 경찰서에 잡혀와 있더라 이겁니다. 어이가 없는 남자친구는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하지요.
"뭐야 너, 바람난거야?"
"아냐 그런게 아니라.."
"야, 장난치냐? 어이가 없네. 경찰서에 잡혀갔다길래 걱정되서 달려왔더니 이게 뭐냐 대체?"
"아냐 민수야 제발 내 말좀 들어봐.."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남자친구의 소매를 잡는 그녀. 그러나 이미 이 남자친구는 화는 화대로 나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 순간, 이 아저씨, 어느새 아들과의 통화를 끝내고서는 상황을 아셨는지 그 둘을 말립니다. 그리고 적당히 자초지종을 설명하지요. 문제는, 그 자초지종덕에 이 남자친구는 더 열받았다는 사실일까요? 그도 그럴게, 자초지종이라는게 남자랑 단 둘이서 한강에서 데이트하다가 차가 도난차량이라 걸린거라니.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거 아니겠습니까. 너 잘 걸렸다.
"야, 뭐냐 너. 어이없네. 야, 옆에있는 너! 너 남자친구 있다는거 알면서 접근했냐? 어?"
우리 순딩이 철수는 오늘 참 일이 많군요. 차 도난범에 이어 임자있는 사람 건드리기라니. 철수는 자기도 몰랐다고 애써 변명합니다. 그러나, 몰랐다고 하면 숨긴게 되니 이 남자의 화는 수그러 들 수가 없지요. 불같이 시뻘개진 얼굴로 그는 소리를 지릅니다.
"미치겠네, 그러니까, 남자친구 없는 척 하면서 미팅나가서 괜찮아 보이니까 만났다? 야!!!!!!!! 니 완전 나 우습게 봤구나 어?"
그런데, 이 와중에도 이놈의 철수는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지 자기가 나서서 그녀를 감싸는 겁니다. 착한것도 정도가 있지요. 자기 목구멍이 포도청인줄을 모르고 나대니 아이고..
"그런게 아니에요... 저기 그냥 제가 정말 그러면 안되는건데.. 여차저차 거짓말 해가면서 억지로 꼬신거에요."
"뭐라고?"
"정말 우발적 충동에.. 죄송합니다 정말.."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비는 그를 보고는 그 남자는 화도나고 어이도 없어서 말을 잇지를 못합니다. 그 때, 이 여자도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나도 정말 잠깐 우발적 충동이었어.. 나 너밖에 없는거 알잖아.." 하며 사과를 하지요. 아, 이 바보같은 사람들 같으니. 결국 우리 모두 뒤늦게 경찰서에 와서 상황을 설명하고, 영수는 아버지에게 먼지나게 두드려 맞은 뒤에야 이 일은 일단락이 됩니다. 그녀는 어떻게 됬냐구요? 귿쎄요. 그 뒤로 받은 연락이라고는 '미친X 죽어버려' 라는 문자 한통 뿐이었으니까요. 확실한건, 그 뒤로 철수는 자진해서 입대영장을 들고 군대를 갔다는 겁니다. 여자친구 없이요. 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재밌고 웃긴 일이라 술자리에서 꽤나 회자되는 안주입니다만, 사실 좀 장난이 도를 지나쳤던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저도 이 자리를 빌어 사과를 하고싶어지는군요. 혹시라도 보는 친구들이 있겠지요.
"저도 잠깐... 우발적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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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제가 더 재밌었던 것 같네요. 이것저것 재밌는 일들이 기억이 나서..
오늘도 길기만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구요.
3시간이 넘게 걸렸군요 오늘은..
재밌게 보신분들의 리플은 큰 힘이 됩니다.
지적해주실점, 맞춤법 틀린 부분, 흐름상 이상한 부분이나 쓴소리 다 괜찮으니 리플 많이 달아주세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금요일 밤 되시길 바라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