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봤던 그녀는 정말 눈을 뗄 수 없다는 표현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했었습니다.
그녀에게서 처음 머리에서 발 끝까지 광채로 뒤덮힌듯한 인상을 받아보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콩깎지가 씌여 그 사람이 최고로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은 잘 알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꼭 사랑에 빠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외모만 가지고 사람을 좋아하거나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외모라 할지라도 생각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안되니까요.
같은 강의를 들었던 우리는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짧은 대화를 할 순 있었기에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외모에 흠이 갈만한 인성도 아니었고, 옷도 잘 차려입으나 화려하게 뽑내려는 복장도 아니었으며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노력파였었기에 호감이 커져만 갔죠.
그 해, 물론 놓치기에 지나치게 아깝다는 생각이 나를 조종하고 있을즈음
저는 고백했고,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고백한 것이었으나
남자친구가 있는 이상 그 또한 도가 아니기에 마음을 접어두었죠.
그렇게 대답했다는 것은 거절의 의미가 분명하니까요.
그러던 그녀를 오늘 보았습니다.
평소 도서관을 잘 가지 않는 저지만 찾고 싶은 책이 생겨서 가게 되었죠.
도서관 이용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이리저리 책을 찾다가 우연히
너무나 눈부신 광채가 (물론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겠죠)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도서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본지 너무나 오래 된데다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광채가 쏟아져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녀가 확실 했습니다.
그래서 책상을 두 번 똑똑 했지만 너무 떨렸던 나머지 제대로 소리내지 못하고 책상을 만지는 수준이었죠.
그녀가 그냥 앞에 누가 앉았다고 생각했는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똑똑 하고 책상을 두들겼더니 그녀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
머릿속이 재부팅되는 느낌.
놀란 눈으로 그러나 약간 미소 띤 그 얼굴, 그 눈과 마주치는 순간
대뇌, 중뇌, 소뇌, 간뇌, 연수까지 모조리 포맷되는 느낌.
겨우 오른손을 들어 손을 흔들며 '안녕?' 한 마디 하고는 휙 돌아서서
도망치듯 그러나 긴장한 티를 애써 감추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걸어오며 문득 가게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참 못 났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원빈 영화 보고선 옆 사람보고 꼴두기니 오징어니 하는 줄 짐작이 가더군요.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녀는 그토록 아직까지도 아름다운데, 나도 아직도 이모양이구나 하는 자괴감.
그리고 또 한심해진 것은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며 인사할 껄하는 늦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경국지색이란 말이 있죠. 그녀가 제겐 그런 존재네요. 저를 흔들어 놓는군요.
오는 길에 비통한 속을 채우기 위해 프링글스 와일드 스파이스 맛을 사왔는데,
다른 맛에 비해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리지널이 몇 배는 나은 것 같네요.
이런 식으로 프링글스 드립을 치며 글을 마무리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그녀를 보았다는 그 사실이 너무 저를 심란케 합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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