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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2955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115
    조회수 : 19543
    IP : 122.46.***.151
    댓글 : 30개
    등록시간 : 2016/02/21 13:59:53
    http://todayhumor.com/?soda_2955 모바일
    전 회사를 퇴사하게 된 사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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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말에 뒹굴뒹굴 하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주말만되면 이렇게 게을러지는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ㅎㅎㅎ 나중에 좋은 집을 하나 장만해서, 일본에 나오는 그...테이블에
    이불깔고 난로 처럼 따뜻한 그거사서..뒹굴뒹굴 귤까먹으면서 지내고 싶네요. ㅎㅎㅎ
     
    바로 뒷 이야기 가보겠습니다.
    -----------------------------------------------------------------------------------
    장비를 열심히 세팅하고, 과장님이 주신 프로그램을 설비에 설치했음.
    안에 소스를 열어봤더니, 총 7종류의 모델에 대한 검사 알고리즘이 만들어 져있었음.
    그리고, 그중에 한 종류는....어라? 어디서 많이 보던 알고리즘이다? 이 아마추어의 느낌...내꺼네? ㅋㅋㅋㅋ
     
    그랬음. 과장님은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중에 하나를 빼고, 덕지덕지 본인이 만든 알고리즘을 넣어주신거임.
    그때 기분이란...뭔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 더 열심히 하자는 용기, 상사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음.
    나도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면, 반드시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나: "과장님 소스에 제 알고리즘이 있더군요..."
     
    과장: "ㅎㅎㅎ 네. 앞으로 저 설비가 현장에 돌면서 문제가 생길때마다 대응해야 할텐데, ㅇㅇ씨도 그 과정에서
             수정해야 될 부분이 생길지도 몰라요. ㅎㅎ 그때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하겠지요.^^
             잘 해봐요. 내가 도와줄께요."
     
    어쨌든 약속 날짜까지 설비가 셋업되면, 드디어 고객사가 검사(검수)를 하러 옴.
    상당히 중요한 날이 아닐 수 없음. 근데, 그 검수날, 본인과, 과장님은 잠시 외부로 AS를 하러 따라가게 되었음.
    여기서 본인은 판단 착오를 하게 되었음.
     
    실제 본인에겐 선택권이 있었음. 남아서 검수를 할것인가? 과장님을 따라가서 업무를 배울 것인가?
    검수란건 회사의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공익 이었고, 업무를 배우는건 순전히 개인 욕심이었음.
     
    본인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욕심을 선택하게 된거임.
    그래...테스트는 충분히 했으니, 검수는 걍 옆에 서서 구경만 하면 되겠지. 그럼 팀원중에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안일하게 생각했음.
     
    그리고 과장님과 외부업체 현장에 갔음. 프로그램을 수정하시는걸 지켜보며, 옆에서 간단한 심부름 하면서..
    현장 분위기는 되게 자유로웠고, 과장님도 금방 고객이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수정하셨음.
     
    과장: "우리 잠깐 쉬어요. ㅎㅎ ㅇㅇ씨 나랑 커피나 한잔해요. 담배도 펴야잖아? ㅎㅎ"
     
    이런게 좋았음. 비흡연자인 과장님이지만, 흡연자인 본인 옆에서 함께 있어주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주는거..
    밖에 나가서 이제 슬슬 여름이 다가오기 직전의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쉬고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옴.
    "부사장"
     
    나: "여보세요?"
     
    부사장: "ㅇㅇ씨. 난데. 지금 검수중이거든? 알고리즘에 문제가 좀 있어. 어떻게 일처리를 하는거야?"
     
    나: "네? 알고리즘 문제라니요?"
     
    부사장: "어. 그래서 문제는 좀 찾아냈나?"
     
    (느낌이 쎄....했음. 단 두마디 대화를 했지만, 나랑 대화하는 느낌이 아니었음...ㅡㅡ; 바로 스마트폰 녹음버튼을 클릭..)
     
    나: "아뇨. 지금 알고리즘 문제를 제기한게 누구에요? 거기 프로그래머 있어요?"
     
    부사장: "어. 빨리 수정해! 그리고, 고객사에서 몇가지 모델을 더 추가한다네?
     
    나: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에요?"
     
    부사장: "그래. 내가 저번에 말한대로 짜둔 프로그램 있잖아. 그거 쓰면 되지."
     
    나: "저기요!!!!!! 지금 뭐하는 거에요!!!!!"
     
    부사장: "어. 일주일 안으로 결과보고 할 수 있도록. 수고."
     
    (뚝.)
     
    혈압이....혈압이....그런 혈압을 느낀적도 없었음. 뒷목이 뻐근한게...머리가 욱신욱신 아파왔음. 이 인간이 또 뭔가 일을 벌이는 느낌.
    생각보다 간단한 방식이라...쉽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너무 안일했음.
    그때 뼈저리게 후회를 했음. 그래, 과장님말고, 팀원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나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
    그걸 알면서도 선택의 순간에, 나는 프로그램을 배운다는 개인 욕심으로 여길 따라왔음..
     
    억울하기도 했음. 도대체 나보다 월급을 80-100만원 이상 더 받는 사람들은 왜 이모양 이꼴인지.. 내가 일을 잘 배우고 싶다는 바램이
    선택해서는 안되는 욕심인지...;;;
     
    옆에 과장님이 분노로 푸들푸들 떨고있는 본인에게 어색하게 다가와서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셨음.
     
    나: "과장님 어떡하지요? 부사장이 또 미친 짓꺼리를 하는 모양인데요?"
     
    과장: "ㅇㅇ씨 걱정마요. 사원한테 뭐라고 할 사람 없어요. 아마 과장인 내가 힘들게 되겠지요. ㅇㅇ씨는 너무 책임감이 강해요.
             사원한테 누가 책임감 강요하지 않아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말아요."
     
    나: "그래두요! ㅠㅠ 이건 말만 조금 잘하면, 프리패스인 일인데, 그걸 못해서 과장님이나 제가 고생해야 된다는게 억울해요."
     
    과장님 차를타고 돌아가는 길에, 녹음해둔 부사장의 엽기적인 통화내용을 과장님 차량 스피커로 빵빵하게 들려드렸음.
    운전 하던 과장님 차량이 한순간 삐끗...! ㅋㅋㅋㅋㅋㅋㅋㅋ 
     
    과장님: "ㅇㅇ씨. 대단해요. 이걸 그 순간에 녹음할 생각을 하다니."
     
    나: "살면서 배운거라곤 순발력 밖에 없지요..ㅎㅎ 어디 누가 죽나 한번 보자구요."
     
    과장님: "살살...살살...해요."
     
    그날은 시간이 늦어서 퇴근하기로 결정했음. 나는 못내 뭔가 불안하여, 집앞에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들어갔음.
    현장 복을 입고, 현장으로 들어갔음. 고객사는 다 돌아갔고, 제조팀 직원들은 일단 설비검사가 통과된듯, 일찍 퇴근한 상태.
    제조팀이 유일하게 일찍, 아니..정시에 퇴근하는 날이기도 했음.
     
    (좀더 현장에 함께하며, 이 사람들이 날카롭고 항상 짜증나 있는 이유가 이렇게 일이 힘들어서, 중국 뿐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리 힘드니까.
     그런게 아닐까 납득이 가긴했음. 마음이 조금 아팠음.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 개 똥같이 구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음.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들이랑 부딛히면, 마음 한켠이 너무너무 안타까웠음.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사이...)
     
    텅빈 현장. 그곳에 표표히 홀로서서 설비를 바라보고있는 덩치한명이 있었음. 나와 알흠다운 추억을 만든 PM과장.
    본인도 조용히 그 과묵한 어저씨, 아니 본인이 개니까, 그 아저씨는 원숭이... 원숭이 옆에 섰음.
     
    PM: "(특유의 백치미가 풍기는 반쯤 풀린눈으로 설비를 응시하며)................"
     
    나: "검수 끝났어요?"
     
    PM: "어."
     
    나: "제조팀은 문제 없던가요?"
     
    PM: "어."
     
    나: "우리팀은 어떻게 됬나요?"
     
    PM: ".....내 하나만 물어보자."
     
    나: "물어보세요."
     
    PM: "검사에 문제가 있다던데. 내가 볼때는 고객사 놈들이 기능 더 추가할라고, 계약서에 없는 조건 추가 시킬라고 어거지 쓰는걸로 보이는데.
            너거 팀장. 그 부사장. 프로그램 할줄 아는 사람이가?"
     
    나: "아니요. 그분은 프로그램 모르세요."
     
    PM: ".........."
     
    나: "(검수 현장이 어땠을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음)..............."
     
    PM: "...내생각에 많이 골치아파 질거 같은데....니놈 성질 머리를 아니까. 크게 걱정은 안한다."
     
    나: "...........생각좀 해 보지요......오늘 수고하셨습니다."
     
    PM: "그래. 수고해라."
     
    뭘까. 그 쓰레기 PM이지만, 이 사람 철이 들었나? ㅎㅎㅎ 제법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음. 아니 제법 든든했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모습도..
    한 가지 느꼈음. 아마, 서로 다른 부서가 아니라, 같은 부서 상사로 만났다면 지금처럼 든든했지 않을까.
    아니..PM이 내 성질을 알고 예의를 지키니까. 사람이 이리도 멋져 보였음.
     
    누군가에게 멋져 보일 수 있는, 어떤 카리스마의 느낌이 뭔지 조금 알거같았음. 한 가질 깨달은 날...
     
    어쨌든 설비를 구석구석 살펴보며, 혹시 뭐 달라진게 있나 살펴보고, 부사장을 어떻게 대면할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갔음.
    --------------------------------------------------------------------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 대리들은 있는데, 부사장이 없었음. 대리들을 불러모았음.
     
    나: "어제 검수 어떻게 됬어요?"
     
    대리들: "어..그거 부사장님이 가셔서.."
     
    나: "형님들. 그래요. 설비를 비교적 잘 아는 제가 가야되는 일인데. 제가 못가서 형님들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리들: "아니...니가 왜 죄송해.."
     
    나: "죄송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갈께요. 그래서 또한번 죄송합니다."
     
    대리들: "(꿀꺽..)..."
     
    나: "형님들이 아무리 다른 부서에서 오신 사정이 있다지만, 언제까지 그걸 이유로 업무를 외면하실 겁니까? 일 안배우실 꺼에요?"
     
    대리들: "......"
     
    나: "그렇게 자기 전공을 특정지어서 한가지만 하시려거든, 왜 인사팀에, 아니 회사에 그 의견을 피력안하십니까? 나 저 일 안시켜주면.
          회사 나가겠다. 왜 그렇게 못합니까?"
     
    대리들: ".....야....그건 너나 되니까 할수...."
     
    나: "제가 무슨 금수저에요? 회장 손잡니까? 우리 부모님이 무슨 건물주라서 한달에 천만원씩 땡겨지는 집입니까? 나 이 회사 짤리면,
          경력도 1년 남짓해요. 다른 회사에 이력서 쓰면 뭐라겠어요? 이놈 이거 전 회사에서 뭔가 구린게 있어서 1년만에 회사나왔다고
          생각할거 아닙니까? 난 회사 취직안되면, 노가다 판에서 흙파먹고 살겁니다."
     
    대리들: "....미안...."
     
    나: "나는 공사판에 가도, 십장, 백장 올라가서 노가다왕이 될거같아서. 흥분되는데...암튼. 자신감을 좀 가지시고, 늘 하던거만 하려고 하지마시고
          이제부터라도, 부서에 맞게 움직여 주세요. 부사장 100명보단 형님들 3명이 나으니까."
     
    대리들: "응. 알겠어.."
     
    여기서 한 가지 선을 그엇음. 여기서 당신들이 내 적이될지, 따라오는 아군이 될지. 아마 적이 될 확률이 높은 몇명이 보였음.
    없느니만 못한 인원들이 팀을 채우고 있으니, 팀원이 더 보충이 안되는거 같았음. 그럴바엔 없는게 나았음.
     
    그리고 오후가 되자, 부사장이 사무실에 들왔음. 능청스레 커피를 한잔 마시며.
    다시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누르고 다가갔음.
     
    나: "부사장님. 어제 전화통화 뭡니까?"
     
    부사장: "응? 무슨 전화?"
     
    나: "....어제 검수때 전화 하셨잖아요?"
     
    부사장: "아 그거? 별거 아니야~"
     
    나: "제 생각에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걸로 느껴지던데요? 고객사한테 무슨 요청 받았습니까?"
     
    부사장: "어허..아니라니까. 별거아니야. 간단한거라서 내가 처리 가능해."
     
    나: "(혹시 녹음 목소리가 작을까봐 좀더 크고 똑똑하게 말했음) 다시 확인 드립니다. 정말로 별.거.아.닙.니.까?"
     
    부사장: "어! 별!거!아!니!다!"
     
    나: "네. 어제 검수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사장과 얘기하고 돌아서는데,,,슬쩍 웃음이 났음. 이젠 이 프로젝트 결과는 과장님과 내 책임을 벗어난 문제.
    이번에야 말로, 부사장을 끝장내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었음.
    ---------------------------------------------------------------------------------------------
    잠시 휴식좀....짜장면이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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