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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사람을 죽였다 '
토요일 오전, 가방을 메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소년이 눈에 띈다
소년은 어두운 표정으로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반대편에서 소년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오며 손짓한다
" 가운아! "
가운이란 이름의 소년은 남자를 보고 자리에 멈춰섰다
" 야 이렇게 길거리에서 보니까 반갑다 "
" 아, 응 "
" 흐흐 이자식 왜이렇게 어두워? 우리 저기 가서 얘기좀 하자 "
" ...싫어 "
" 에이, 왜 이래? 친구사이에 "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가운의 팔목을 잡고 건물 사이의 틈으로 들어갔다
퍽
가운의 뺨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 새끼야, 장난치는것 같냐? "
퍽
가운이 다리를 채여 쓰러진다
" 길에서 마주치면 친한 척 하라고 이 개새끼야 "
퍽
넘어진 가운이 옆구리를 걷어 차인다
" ...오늘은 많이는 필요없고 만원만 내놔라 "
" 나 오늘은 돈 없어... "
쓰러진 가운이 힘겹게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대답한다
" 이 새끼가 아직 덜 쳐 맞았나 "
빠각
머리를 걷어차인다
가운이 입에서 피를 토해낸다
" 엄살 부리지 말고 돈이나 쳐 내놔 애미없는놈아 "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마지막 말이 가운의 머리를 자극한다
가운이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눈물을 쏟으며 힘겹게 일어선다
" 방금... 뭐라고 했어? "
" 뭐? 너 미쳤냐? 어디서 질문이야 씨발놈아 "
" 방금 뭐라고 했냐고 개새끼야아아아아! "
가운이 소년에게 소리친다, 그리고
소리친 순간 가운의 눈 앞에 있던 소년은 사라졌다
찌릿
투 콰아앙
하늘에서 번개가 내렸다
분명 번개가 내릴 날씨는 아니었지만 하늘에서 번개가 내렸다
소년을 심판하듯이,
" 어...? "
가운의 눈 앞에 있던 소년은 사라졌다
대신 살이 타 없어진 해골 한 구가
소년을 대신할 뿐이었다
털썩
가운이 눈의 초점을 잃은 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군다
ㅡ
빠각
검은 옷의 남자가 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던 목엔 마술용 칼이 박혀 있었다
남자의 앞에서 반대편을 보며 앉아 있던 리키가 일어서 남자를 내려다본다
" 너... 이 새끼... "
" ...그 때 이후로 살인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
둥실
남자가 공중에 높이 떠오른 후
바닥으로
떨어진다
빠악
뇌수가 튄다
리키는 흉한 그의 사체를 보기 싫다는 듯, 뒤를 돌아보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 이제 슬슬 귀찮게 몰려오겠군요 "
탕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있던 커튼 뒤편으로 탄환이 날아온다
그러나 날아오던 탄환은 그의 관자놀이를 뚫지 못한 채 공중에 멈췄다
탁
바닥에 탄환이 떨어진다
" 염동으로 사람 정도의 질량도 움직일 수 있는건가 "
" 보통은 그렇지 않죠 "
" ...염동이란 초능력을 가진 것부터 보통이 아니지 않은가 "
" 하하, 그런가요 "
무대 위에서 장막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만으로 느껴지는 서로의 존재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그러나 그 긴장은, 리키가 염동으로 장막을 걷음으로써 깨졌다
탕
탕
탕
리키의 심장을 향하던 한 발의 총알은 멈춘 채 땅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두 발은 리키의 어께와 팔을 스치며 부상을 입혔다
" 파이퍼 첼라스키... 탄창은 다섯 발, 총기 자체가 매우 커 반동이 클 텐데 멀쩡하군 요 "
" 총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보군 "
" 아, 뭐... 근데 이제 남은 총알은 한 발이군요 "
리키는 온전한 팔을 들어 올려 남자를 향했다
" 이 거리에서 네 초능력은 통하지 않아 "
" 그렇다면 총을 쏴 보시죠 "
두 남자는 서로 긴장을 풀며 전투자세를 거둔다
" 내 동료를 저 꼴로 만들다니 흉악한 취미를 가지고 있군 "
" 정당방위입니다 "
" 아무리 정당방위라도 시체 훼손은 불법이지 "
" 전 법하고는 거리가 멀어서요 "
" 그렇게 생겼군 "
남자는 말을 끝내고 뒤를 돌아 천막 밖으로 유유히 걸어나갔다
리키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었다
" 저 녀석은 조금 위험한 것 같네요 "
ㅡ
두 남녀가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 만나기로 한 곳이 여기인가요? "
" 네, 근데 조심하셔야 해요 "
" 왜요? "
" 그런 게 있어요 "
" 흠 "
여섯시 사십 분,
여자는 이십여분 전에 다음 알바생과 교체하고
경찰이라는 남자와 함께 이곳까지 온 듯 하다
" 유괴범과 만나기로 한 곳 치곤 사람이 많네요 "
" 네, 음식점도 있고 사우나도 있고... 공원처럼 만든 테마파크죠 "
뚜루루루
전화벨이 울린다
여자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는다
" 도착했어 "
" 어, 벌써? 이런, 내가 늦었네 "
" 현우는 데리고 있겠지? "
" 킥킥, 당연하지... 준비나 잘 하라고 "
딸깍
" 뭐래요? "
" 애는 데리고 있대요 "
" 음... "
남자가 여자의 옆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 근데 이름이 뭐에요? "
" 왜요? "
" 도와주려는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죠... 나중에 뒤통수 맞으면 어떡해요? "
" 그럼 가세요 "
" 에헤이 그러지 마시고 "
여자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연다
" 수현이요, 박수현 "
" 아, 이름도 예쁘네요 "
" 네? "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
남자가 당황하는 새, 데이파크 가운데 시계탑이 일곱 시를 알린다
" 이제 오겠네요 "
수현이 벤치에서 일어선다
" 댁은 여기서 있다가 상황 보고 도와주세요 "
" 댁이라뇨... 제 이름은 성민이라구요 "
" 미안하게 됐네요 성민씨 "
수현이 시계탑쪽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후드를 입은 남자가 수현을 향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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