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의 6월25일 개봉작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를 보았습니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한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는
몇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이전과 달리 그래도 최소한 관객이 지금 보고 있는 게
어떤 상황인지는 알게 해준다는 점이 그렇겠죠.
(그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슬로모션을 끝도 없이 씁니다.)
전작들에 비하면 멀미 증세도 한결 덜하구요.
거의 전부 쨍한 대낮에 액션이 펼쳐지는 설정은
특수효과에 대한 자신감(혹은 자만심)의 표출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비해 여배우가 좀 덜 민망하다는 점도 들 수 있겠죠.
그러나 선입견 없이 보아야 한다고 다짐을 했음에도
혹시나 역시나, 정말 힘든 관람이었습니다.
사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기본 구도는
'엑스맨' 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트랜스포머'는 '엑스맨'처럼 인류를 사이에 두고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외부 존재들의 대결을 다루고 있고, 역시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처럼 오토봇들이 인간들 사이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상황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오토봇들이 인간의 편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이 그들을 적대시하는 상황도 유사하죠.
생포한 돌연변이로부터 추출한 것들을 통해
막강한 병기를 만들어 무지막지한 역습을 해오는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와 흡사한 상황까지 펼쳐집니다.
"요즘 영화는 시시해. 속편이나 리메이크 뿐이잖아"라는
스스로를 희화하는 셀프 디스 대사가 극중에 나오기도 하지만,
'엑스맨'을 떠올려보면(한숨... -.-),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심지어 중국시장을 겨냥한 캐스팅이나 로케이션 활용법에서
클로즈업을 통해 제품을 노골적으로 강조해주는 PPL까지,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는 참 잡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마이클 베이의 '지병'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절제라곤 모르는 물량공세의 폐해는 이제 4편에 와서
그 극점에 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스토리나 캐릭터
혹은 유머는 그냥 그렇다고 접어두더라도,
액션 자체가 이렇게까지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인간들이 나와서 너절한 일들을 벌일 때면
빨리 로봇이나 나와서 액션을 펼쳐주길 기다리게 되지만
막상 로봇들이 나와서 끝도 없이 때려부수기만 하면
이제 그만 영화가 끝나주길 바라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165분.
과대망상이 아니라면 상업적으로도 걸림돌이 되고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관람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마이클 베이는 대체 왜 '다크 나이트'보다는 10여분 더 길고
'대부'보다는 딱 10분이 짧을 뿐인 엄청난 러닝타임이 필요하다고 보았을까요.
결국 몸을 수도 없이 뒤척이며 영화를 다 보아내고 나니
엉뚱하게도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떠오르더군요.
정녕 마이클 베이는 최남선이 쓴 이 시의 1연을
영화화하려고 했던 건가요.
"철썩 철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철썩 철썩 척 쏴아"
(이하 무한반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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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약품설명서같은 걸로 혹평하기도 했지만
이런 신랄한 혹평 오랫만이라 도리어 웃기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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