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이 되는 오빠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네요.
그렇다고 해서 뭐 툭하면 사고치고 술담배 하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고요.
오빠가 공부를 안해요.
하루종일 컴퓨터만 하고 잠깐 피아노 띵똥땅똥 치고 다시 컴퓨터하고
저보다 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다시 컴퓨터하고 컴퓨터하고... 무한 반복이에요.
올해 수험생이라는 자각이 없나봐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집이 뭐 돈이 많거나, 빽이 좋거나 한 것도 아니에요.
조그마한 포장마차 하나 차려줄 돈도 없어요. 빽이 없으니 막말로 낙하산 같은 것도 안되고요.
뭐 다른 쪽에 꿈이 있어서 공부 대신 꿈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개발을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꿈도 없고요. 부모님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물으면 대답을 안하거나 회피해요.
하루종일 컴퓨터만 하는 모습을 보면 꿈이 게임폐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에요.
피아노를 치기는 치지만, 그 쪽으로 나갈 생각도 없어요. 본인 입으로 직접 말했고요.
무엇보다 예술 관련 대학에 보낼 돈이 없어요.
보통 대학도 돈이 장난아닌데, 예술 관련 대학은 장난이 아니겠죠.
물론 부모님은 오빠를 예대에 보낼까 고민하고 계시고요.
오빠가 피아노를 잘치긴 잘쳐요.
하지만 그건 일반인 기준이고, 피아노 치는 사람들 중에서는
오빠보다 나이가 더 어리면서 훨씬 더 잘치는 사람 넘쳐나잖아요.
치는 것도 실수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도 연주를 들으면 얻게 되는 감동도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 배운지 얼마 안 된 것도 아니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중1때까지 배우다가, 고등학생 되서 다시 배우고 했거든요.
비록 중간에 쉰 시간이 있으니 손이 굳었다지만,
그래도 초등학생 이후로 피아노를 치지 않은 저와는 달리
오빠는 다시 3년동안 피아노를 치고 있잖아요.
또 오빠가 관심 가지고 연습하고 치는 곡들도 뉴에이지나 게임 ost 같은 곡들이고요.
클래식은 죽어라 안쳐요.
수상 경력 같은 것도 없으니 만약 피아노 쪽으로 간다고 해도 훨씬 불리하잖아요.
지금 오빠 성적은 내신은 나름 좋아요.
그 이유가 그 학교 자체가 공부 중심이 아니라 다른 것 중심이고-전문계고 아니에요-,
그 학교 학생들 대다수가 공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실제 공부 실력은 아니에요.
국/영/수/탐구과목 중 가장 높은 등급이 6등급이고, 가장 낮은 등급이 8등급이에요.
부모님이 오빠는 지방 전문대-2년 대학-도 가기 힘들다고 한탄하시듯 말씀하셨어요.
그런데도 오빠는 안변해요.
어쩜 사람이 저렇게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에요.
만날 컴퓨터만 하고, 컴퓨터 안하는 날에는 친구들이랑 놀러가고.
저희 부모님은 그래도 자식이라고
오빠가 그리도 싫어하던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니까 중고지만 피아노도 사다주시고요.
방학 동안 수업 한 번에 몇 만원짜리 피아노 학원도 다니게 하시고요.
항상 오빠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오빠에게 화나는 거에요.
부모님이 그렇게 하시는데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고 시간을 이리도 헛되게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무작정 오냐오냐 키우신 것도 아니에요.
오빠 정신차리게 하려고 화도 내시고, 설득도 하시고, 대화도 많이 하시고 하셨어요.
근데 정신 못차려요.
지금도 밥먹고 난 뒤 컴퓨터 하고 있어요.
진짜 저희 오빠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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