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외부대신—일 공사 위임장 없이 조인
국제법상 무효 드러나
서울대 규장각 확인 48개 칙령 순종 서명 위조
일제가 지난 1905년 이후 조선에 강요한 '을사조약', '정미칠조약' 등 각종 조약과 식민지 법령 등이 당시 조선 황제인 고종의 인준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수는 일본측에 의해 황제의 서명이 위조됐음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규장각(관장 이태진)이 지난 1894년 갑오경장부터 1910년 합병 직전까지 조선의 '칙령', '조칙', '법률', '의안' 등을 정리, 영인화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1905년 을사조약의 경우 조인서에 조선의 박제순 외부대신과 주한 일본공사의 날인만 돼 있을 뿐 최고통수권자인 고종과 일본 국왕의 날인이 없으며, 황제가 조약체결권을 외부대신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순종황제가 즉위한 1907년 8월 이후 반포된 '재무감독국관제' 등 48건의 칙령에는 순종의 서명이 위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장각자료연구부는 순종의 황태자 시절 서명과 황제 즉위 후 '조칙' 등에 한 서명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약 48개의 서명의 필체가 다른 것을 밝혀냈다.
서명이 위조된 칙령에는 일제가 우리의 조세기관을 접수한 '재무서관제' 등과 '경시청관제', '법부관제' 등 주요 식민지법들이 모두 포괄돼 있다.
또 1907년 반포돼 일제시대까지 언론통제 기능을 했던 '신문지법'에는 황제나 황태자의 수결이 없이 '칙명지보'라는 어새만 찍혀있고, '광업법개정안'은 어새를 먼저 찍은 뒤 그 위에 문안이 씌어져 있는 등 군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법으로 곳곳에 날조한 흔적이 나타나 있다.
을사조약과 각종 식민지법은 그동안 일제의 강제에 의해 '법적 형식'은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이들 조약 및 법령들이 황제의 비준을 거치지 않아 법적으로도 무효인 것이 밝혀졌다.
이들 자료를 검토한 서울대 백충현 교수(국제법)는 "군주제도 하의 국제 조약은 외부대신에 대한 국왕의 위임장과 국왕 자신의 날인이 필수인데 을사조약과 정미7조약은 국왕의 비준 자체가 없어 국제법상 무효이다. 조선의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에 의한 조선 지배 등을 규정한 을사조약이 무효이므로 이후 일본이 외국과 체결한 간도협약(1909년)이나 국내 식민지법들도 모두 무효"라고 말했다.
또, 신용하 교수(사회학)는 현행 각종 교과서에도 한일간에 체결됐다는 조약들이 법적 형신은 갖춘 것으로 간주돼 기술돼 있으나 이제 원인무효이므로 새 사실을 기록하고 표현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는 말은 저 때 전까진 적어도 '법적 형식'은 올바르게 지켜는 졌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