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냐...
- ... 예...
- 넌 내 수하이기 전에 누이나 다름없다...
날 아프게 하지 마라...
- 나으리...
소녀 일곱살 나이부터 나으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누이 이상의 감정으로 채옥을 아끼는 황보윤.
결국엔 도적에게 겁탈 당할 위기마저 겪는다.
황보윤은 계속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스스로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채옥에게 화가 나고
- 나는 너에게 무엇이냐?
- 제가 모시는 종사관 나으리입니다.
- 그것뿐이더냐!
내가 예전부터 너에게 종사관이었더냐!
채옥은 자신의 존재가 황보윤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 느끼고 좌포청을 떠나려한다.
- 나으리, 나으리만큼 절 구속하는 분도 없고 나으리만큼 절 자유롭게 하는 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 이제 나으리께 바위처럼 무거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낱 검불처럼 가볍고 비천한 이 몸이 나으리께 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좌포청을 떠나서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천민의 신분인 채옥을
결코 보낼 수 없는 황보윤.
-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날 달래고 키운 것은
날 향해 휘둘러대던 목검 한 자루와
거짓말처럼 내 눈물을 거둔 일곱살 계집아이.
그때 내 모습을 기억하느냐?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아인 내 곁에 있지만
난 그 아이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옥아, 난 네가 이 세상을 무사히 사람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을 뿐이다.
그 무렵 전국 각지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주전(위조 화폐)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좌포청은 배후 색출을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이에 채옥은 위험한 잠입 수사를 자청하고 황보윤은 결코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 나으리, 소녀가 왜 사는지 아십니까?
그건 혈육처럼 저를 아껴주신 나으리 곁에서
나으리께서 하시는 일을 미천한 이 년이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을 때
그 때만이 저 같은 것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으리, 소녀를 진정 아끼신다면 소녀가 숨 쉴 수 있게 해주십시오.
- 가거라. 그리고 반드시...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거라...
사내로 변복한 채옥은 어렵사리 사주전을 주조한 화적 패거리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화적의 수장인 장성백을 만난다.
성백은 올곧은 의기와 착한 심성을 가진 채옥을 마음에 들어하고
채옥이 좌포청 다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산채로 데리고 간다.
- 무슨 일로 산채에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지난 일은 모두 잊어라.
산채에서 정을 나누며 오래도록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사주전 패거리가 단순한 화적이 아닌 역모를 획책하고 있는 역적의 무리임을 알게 된 채옥.
하지만 산채 생활에 점차 익숙해져 갈수록
성백의 따뜻한 인간됨에 계속해서 마음을 뺏기고 이에 혼란스러워 한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산채 식구들과 함께 탐관오리를 축출하고 의적질을 하던 중
관군에 쫓기게 된 채옥은 어깨에 총을 맞아 낙마하게 되고
이에 성백이 말머리를 돌려 채옥을 가까스로 구해낸다.
살을 베어내는 고통에도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는 채옥.
- 고맙습니다...
- 무엇이 그리 너를 견디게 하느냐?
- 세상이 싫어 말을 잃은 듯이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리 할 것입니다...
채옥을 계속해서 옆에 두고 싶은 성백은
채옥의 마음을 시험하려 거짓 정보를 흘리고
서로가 걱정되어 한달음에 달려온 채옥과 윤.
- 나으리 파직이라니요.
이럴 일이었더라면 소녀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 이럴 일이었다면 가겠다는 너를 끝까지 잡았어야 했다.
- 파직,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너만 내곁에 있어준다면...
이후 성백은 채옥을 이용한 계책으로
황보윤을 속여 임금이 총애하는 충신 훈련대장 정홍두(役 현석)를
역당으로 몰아 죽게 만들고 이 때문에 황보윤은 파직과 동시에 하옥된다.
이에 분노한 채옥은 관군들과 함께 화적패들의 토포에 나서고
홀로 산채에 남아 채옥을 기다리던 성백과 만난다.
- 우리가 서로 칼끝을 겨누어야 할 사이였더냐?
- 네가 처음 입을 열었을때 고맙다했던 말도 다 거짓이었겠구나...
- 닥쳐라! 한마디만 더 하면 벨 것이다.
- 죽어가는 너를 살리고자 했던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 베거라! 너의 목적은 내 목이 아니었더냐.
차마 장성백을 베지 못하는 채옥.
-
산채에서 정을 나누며 오래도록 같이 살았으면 했다.
- 모진 인연이구나...
다시 만날 때는 부디 칼 끝을 겨누지 않는 세상에서 보자.
···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