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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29209
    작성자 : ㅇㅋΩ
    추천 : 1
    조회수 : 1140
    IP : 221.155.***.8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5/05 22:52:17
    http://todayhumor.com/?panic_29209 모바일
    여름날의 기억 -1-
      나는 전학을 자주 다녔다. 대게 전학을 자주 다녔다고 말하면 아버지의 직장 때문이나 집안의 사정 때문에 그랬을 거라 지례짐작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와 달리 나에게는 전학을 자주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학년을 올라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아이들이 괴롭히는 이유 따위는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 처음에는 나의 편을 들어주시던 부모님조차 전학을 갈 때마다 괴롭힘을 당하니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 치부했고 결국엔 나혼자 시골로 보내 그곳에 계신 고모네 에서 학교를 다니게 했다. 

      부모님의 생각은 아무래도 시골 분교 인만큼 학급 인원수도 적고 아이들도 순박하니 분명 아무리 나라도 적응을 잘할거라 생각하신 거 같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생각은 현명했다. 시골의 아이들은 도시에서 온 나에게 무한한 호기심을 불러왔고 나도 처음 받아본 관심이라 처음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 질수 있었다. 아이들과 친해진 후로 난생처음으로 낚시를 해본다던가 산속으로 올라가 산딸기를 따서 먹는다던가 정말 재밌고 신기한 경험들을 할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아이들과 담력 시험을 하는 날이었다. 담력시험을 하는 장소는 오랫동안 이 시골에서 방치된 폐가였다. 일단 고모에게 그 말 을 하자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정말 조심하라고 말만 되풀이 했다. 나는 그런 고모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렇게 같이 무언가를 할수 있다는 자체가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다는걸 최근 경험해본 나로써는 폐가 경험따윈 거뜬하게 할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렇게 중천의 해가 산넘어로 넘어 갈때쯤 이곳에서 제일 큰 아름드리 나무 아래 아이들이 한 두명 씩 모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아이는 우리학년에서 반장을 하고 있는 명진이 였다.다들 반장이라하면 반장답게 아이들을 잘 이끌고 카리스마가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명진이는 의외로 어리숙하고 덤벙되었다. 반장이된이유는 그 자리없었던 나는 알수 없었다. 

    "명진아!!!!"

    명진이를 향해 힘껏 소리 질렀다.

    "어!!! 왔냐 유하야!"

      한 2미터 남짓거리는에서 우리둘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대화 하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 지자 명진이의 오른손에 들고있는 빨간색 플래시가 보였고 목에는 반짝 거리는 십자가들이 종류별로 반짝하며 나의눈을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그모습을 보고 약간 웃음띤 얼굴로 물어보았다.

    "야 명진아 그건 또 뭐야"

    "응~ 이거 항상 담력시험 할 때만 이렇게 하고와."

      겁이 많은 걸까 준비성이 철저한 걸까 아무튼 나는 명진이와 달리 요전번에 휴게소에 서산  2천원짜리 싸구려 플래시와 쓰고온 파란색 양키스 모자가 전부였다. 

    "우와 근데 그모자 멋지다."

    명진이가 나의 모자를 보더니 호들갑 떨며 외쳤다. 

    "아~ 이거 양키스 모자야."

    나름 도시아이답게 뻣팅기듯 말했다.

    "양키즈?? 그게뭐야 양키?? 우리 할아버지가 양키는 파란눈을 가진 도깨비라던데."

    "푸하하하하"

      명진이의 말에 배를 잡고 허리까지 숙여가며 웃어대는 나였다. 나는 이런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좋았다. 그런 순박함이 나를 자주 웃게 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부반장인 철구와 우리학년중에 제일 덩치가큰 용진이 차례대로 왔다. 철구는 오자마자 인원수를 검사하고 있었다. 반장인 명진이와 달리 똑소리 나는 친구였다. 

    "뭐야 왜이렇게 사람이없어 혜미하고 유진이는?"

    "아~~ 참 혜미랑 유진이는 오늘 아프다고 못온다고 전화 왔었어"

    명진의 말에 철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 됐다.

    "뭐 ~~ 어 ?? 우씨 언제는 지들 여자들 안껴준다고 뭐라해서 껴준건데!"

    "안오면 우리끼리 가지 뭐 항상 이런 인원수로 갔었자나 이번엔 우리 신참도 있고."

      자기 몸만한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용진이가 철수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항상 중간에서 아이들을 조율해가며 잘타이르는 재주가 있는 용진이였다. 이렇게 우리는 폐가로 향했다. 제일 앞에 명진이를 세우고 나머지셋은 뒤를 망보면서 가는 약간 웃기는 형태 였다. 명진이가 왜그렇게 십자가를 주렁주렁 매고 왔나 생각했었는데 분명 이 때문이였다. 일종의 이런 진형을 이루기 위한 필수 물건이였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으로 걸어가자 걸어서 20분거리에 있는 폐가를 무려 40분동안이나 걸어서 도착할수 있었다.


    "와 여기는 항상 올때마다 이렇게 으스스하냐"

    제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명진이 였다. 

    "왜 겁나냐?"

    바로 뒤에 서있던 철구가 명진이를 놀리듯 말했다.

    "아니! 내가 아무리 겁이 많아도 이딴 폐가 따윈 하나도 안무섭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내심 떨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도 폐가에 대해선 많이 들어봤지만 이렇게 눈앞에 폐가가 있으니 그 음산한 기운이 나를 휘감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 철구와 명진이가 약간의 말다툼을 할무렵 뒤에 있던 용진이가 야구방망이를 살짝 
    바닥으로 두어번 내어쳤다. 

    "야야 이럴시간없다. 일단 순서 부터 정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래?"

    용진이가 순서 얘기를 꺼내자 방금전 까지 투닥거리던 철구와 명진이가 입을 다물었다. 

    "음... 제비뽑기 를 하는게 어떨까?"
     
    순간 조용해진 적막을 깨고 내가 먼저 말했다. 아이들은 나의 말에 일말의 긴장감이 없어지는듯 보였다. 

    "제비 뽑기? 그거 좋지 나는 찬성 다른애들은?"

      용진이가 나의 의견에 찬성을 하자 나머지 두아이들도 아무런 반감없이 바로 찬성했다. 나는 이런일이 있을줄을 알고 뒷주머니에서 집에서 만들어온 제비뽑기를 내밀었다.

    "자~ 그럼"

      제일 처음 철구가 제비뽑기를 뽑았다. 끝에는 1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순간 철구의 얼굴이 굳어지는듯  보였다. 다음으로 명진이 용진이가 차례대로 뽑았다. 이상하게도 뽑은 순서대로 순번이 정해졌다 명진이가 두번째 용진이가 세번째 마지막으로 바로 나였다.

    "갔다올게"

      첫번째 순번인 철구가 우리를 뒤로 하고 발을 돌렸다. 폐가문 한쪽을 손으로 쭈욱하고밀자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듯 '끼익'하고 문열리는 소리가 더욱 음산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일단 폐가체험의 경로는 이랬다. 제일 처음 안채로 들어가서 오른쪽에서 왼쪽 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나오는것이였다. 어떻게 보면 빠르게 5분만에 나올수 있었지만 날도 어두워지고 달빛이 거의 들어오지않는 폐가 안에는 빠르게 움직이기란 어려웠다. 한 10분쯤 지나자 철구가 사색을 하는 얼굴을 하고 폐가를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보자 별거 없다는듯한 표정을 다시 지으며 역시 다 가짜라는식으로 말하는데 왠지 자신의 차례가 끝나고 안도하는듯한 모습이 였다. 다음으로는 명진이 차례였다. 목에 걸린 십자가를 꽈악 움켜지고 두눈을 감은채 폐가안으로 뛰어가듯 들어갔다. 그리고 철구와 비슷한 시간대로 나왔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분홍빛으로 빛나던 명진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아무리 연례행사로 폐가를 간다고해도 이런일을 어른들도 무덤덤히 할수 있을까? 다음으론 세번째인 용진이 차례였다. 용진이는 앞선 두사람과 달리 정말 익숙한듯 쑤욱들어가서 정말로 아무일 없었다는듯 다른아이들과 다르게 좀더 빨리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차례였다.

    "유하야~ 쫄거 없다 별거 없다 진짜 그냥 다쓰러져가는 집인데 이거 뭐 무섭다고."

    철구였다. 나에게 힘을주고 있었지만 별로 그렇게 힘이 나지는 않았다.  아무튼 나는 아이들 앞에서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그리고 내 앞차례 였던 용진이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니 나도 까짓것 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앞에는 뿌연 먼지 연기들과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가끔씩 아기 고양리 울음소리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같아 나의 발을 멈추게했다. 정말 폐가안은 아무것도 안보였다. 

      플래시를 비추려 불을 켜보았지만 아까 까지만해도 잘 작동하던 플래시가 무슨일인지 켜지질 않았다. 다시 나가서 플래시를 빌려올수도 없고 그저 천천히 발을 띄어서 앞에 있는 장애물을 발로 톡톡 건드려가며 순순히 나의 촉각만을 유지한채 움직일수 없었다. 계속 어두운곳에 눈을 두자 점점 아무것도 안보이던 곳에서 희미하게 폐가안 물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대편 창문 틈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이 반대편 액자를 비추고 있었는데 왠 내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의 초상화가 그려져있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으나 꽤나 그 초상화를 감상할 기분은 아니었다.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느낌상으론 꽤나 오래 있었던거 같은느낌이 들었다. 손에 벽을 대면서 걷고 있었는데 드디어 옆으로 꺽어지는 곳이 나왔다. 

    "탁탁"

    "...."

    "탁탁"

    "누구야!!"

    허공에대고 소리치고있었다. 분명 작은 조약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리고 있었다. 내 귀가 잘못된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사람이 치는 장난이 틀림없었다. 

    "탁탁"

    "아씨 누구냐니깐!"

      무서움과 떨림에 신경질적으로 외치자 그다음으로 저 어둠의 끝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나를 넘어뜨리려 하고 있었다. 이 폐가안에서 이렇게 강한 바람이라니 어찌된일인지 정말 이제 이곳에서 나가고싶은 느낌만들었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흑흑흑"

      나는 금방 내가 어디에다가 말하는지도 모른채 말하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사과만 해야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아까 까지 차마 몰랐던 옆쪽에 있던 자그만한 대략 쪼근만한 어린아이가 통과할만한 문이 순식간에 '탁' 소리를 내며 누군가 친듯이 열렸다. 그것을보자 생각할 겨를도없이 눈물 콧물 다흘리며 그 문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곧장 달려갔다. 밖에는 아이들이 희희덕 거리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무슨 일이냐며 허둥지둥 거렸다. 나는 가슴을 움켜지며 숨을 고르고 아이들을 보자 안도된 마음으로 아까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폭소하며 나를 향해 말했다.

    "하하하하 그거 우리가 지나갈때도 그랬어 여기 항상 매년마다 그래"

    "무슨소리야 매년마다 그러다니 ... 어떻게 저런일이."

    "아까 너 여자아이가 그려진 초상화 못봣어?"

    "있있어 분명 우리랑 비슷한"

    "그래 그여자아이가 장난치는거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 말도안돼"

      아이들이 나에게 장난을 치는것만 같았다. 분명 누군가 숨어서 장난을 쳤던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모습을 보고 뒤에서 배를 잡고 웃어 재꼇을 모습을 상상을 하니 속이 뒤틀리는듯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또 놀릴감이 되다니 정말 열이받았다.

    "나 집에 갈꺼야! 이런 장난 치면 재미없어!"

      나의 모습에 명진이가 왜그러냐며 나의 어깨를 잡았지만 나는 금방이라도 한대 칠듯한 얼굴을 하고 명진이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고모네집으로 향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05/05 22:59:16  112.152.***.4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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