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할머니 댁에 가서
도가니탕과 만두를 얻어서 (말복이였음)
집에 가는 길이었음.
일요일 아침(7시쯤이었음)
지하철은 무척이나 한산했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앞에는 어떤 여자한명이랑 어떤 아저씨가 신문보며 졸고 있었음
한참 책 읽다가
어디쯤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드는데.
내 건녀편에 앉아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음.
쌍커플이 짙고 눈은 큼직해서 떙글해 보이고
흑발의 단발머리는 더욱 앳되고 청순해 보였음.
어쨋든 그 땡글한 눈이 나와 마주치자
황급히 눈동자의 시선을 왼쪽으로 움직이는게 보였음.
눈동자만 데구르르 움직이는게
왜 그렇게도 우스꽝스럽고 귀여운지 되게 신선했음.
비실비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입술로 틀어 막고선
책을 다시 읽다가
자꾸 그 땡글한 눈이 생각나서
어쩔수 없이 책을 덮고
자연스럽게 앞을 쳐다봤음.
근데 깜작 놀라서
책을 다급히 펼치고 다시 고개를 푹 숙여버렸음..
그 떙글땡글한 눈에서.....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 있는 거였음 (난 첨에 이해를 못했음)
난 뭐야??
라는 마음에 슬금슬금 고개를 다시 들어서 봤음
방금전에는 눈물이 또르르 흘리는 거였다면
지금은 주룩주룩..
왼손으로만 눈물을 훔쳐대던 것도.
이제는 양손으로 눈물을 마구마구 닦고 있음
나는 급 당황했음
그리고 왜 우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완전 궁금해지기 시작했음.
분명히 아까는 슬픈 기색 없었음
단지 그냥 +_+ 이것과 =_= 이것과 비슷했음
그제서부터
그 여자를 천천히 관찰 했음. (나쁜 의도는 아님)
옷은 흰 블라우스 셔츠에
단정해 보이는 블루빛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나이는 많이 잡아 봐도 21살정도?
엇
여자의 손에는 아이폰으로 보이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이 오른쪽 귀에 꽂혀져 있는게 눈에 들어왔음
마음 속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음
슬픈 노래를 듣고있나?? (감수성이 풍부해서??)
핸드폰으로 이별통보 문자를 받았나?
아니면 남자친구 군대를 가서??
아니야..
이 아침에 핸드폰으로 이별통보 문자 받기는 상식적으로 힘들어.,.
군대에 보내는 거라면 오전 8시 이후에 입소기 때문에
지금 시각으로는 너무 이르다. (그리고 일요일날은 입소 안하지 않나?)
결국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슬픈 노래를 들어서" 일 텐데.
하지만
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슬픈 노래를 들어서 흘린다고 하기에는
너무 감정적이고 서러워 보였음.
아니면 감정돋는 뮤지션이던가
어쨌든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궁금함은 더해져만 갔음.
이제 다음 정거장이면 내려야 했기 때문에.
더 안달이 났음
어차피 여기서 내리면 끝인데
그냥 왜 우냐고 확 물어봐??
아냐아냐..그건 실례자나..
"이번역은.."
지하철 구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그 여자 앞으로 걸어가 멈췄음.
나는 내가 해놓고도 완전 당황해서
마음속으로 비명 지름
(참고로 난 긴장하거나 당황할 때는 습관적으로 시크하면서 무심한 표정 지음)
"저기요" (완전 시크하게 툭 던짐)
땡글떙글하면서 붉게 부어오른 눈동자가
느낌표와 물음표를 마구마구 띄우며
아무말 없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봄
"만두 좀 드세여"
"........................."
미친 존재감이 느껴지는 정적이 휩쓸었음
이 상황에.
이 아침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와
만두를 권하는 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보다 더 괴괴하고 손발이 오글오글
그나마 사람들이 적어서 다행,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런짓도 안했을거임,.
어쩄든
이 미친상황을
어떻게든 해석하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음. (우느라 정신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손수건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건네줘야 된다는 압박감이 할머니가 주신
만두라도 줄 수 밖에 없었음, 도가니탕을 줄순 없지 않음????)
그리고 원래 도가니탕에 만두국 조합이여야했음
난 만두국을 포기한 것임
암튼 그 여자가 받을 생각은 안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서
만두가 들어있는 락앤락통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음
하지만
그 여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바닥에 내려 놓기에는 민망한 무엇인가가 있었고.
나는 그 여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내려 놓는 순간에도 내 고개와 시선은 그 여자의 눈을 바라봤음 (최대한 시크하게)
하지만
옆에서 신문을 움켜서 자고 있던 아저씨가
언제 깼는지 "모..모야" 추임새를 넣는 통에
나는 더욱 깊은 나락에 빠졌음
내리려 했던 서울대입구역 게이트 조차
어느새 닫혀져 있어서
나는 도도하게
주머니에 손 넣고
다음칸으로 이동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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