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좀 웃기지만 저와 저희 가족은 풀무원 매니아입니다.
지난 2년간 달에 30만원씩 꼬박꼬박 지불해가며 풀무원 건강식품을 구입했을 뿐만 아니라
두부, 음료, 기타 식재료 등등 풀무원 제품만 애용해온 사람입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믿음이 가는 기업이었고
이미지 마케팅에 속아왔었는지는 모르지만 깨끗하다고 맹신해왔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친한 형님 커플과 저희 커플이 함께 식사를 마치고 팥빙수 먹으러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풀무원에서 출시한 팥빙수인 '스노우 앤 베리'가 생각났습니다.
(당시엔 정확한 이름도 몰랐습니다. 단순히 풀무원 팥빙수라고만 기억했었죠)
커피숍에 가는 대신 패밀리마트에 들려 '스노우 앤 베리'를 사들고 근처 제 작업실로 들어왔습니다.
참 드라마틱하게도 팥빙수를 뜯기 전에 했던 말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네요.
임신하고 나서 인스턴트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던 형수에게
'웬만해선 얼음 들어간 음료는 기생충이 많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사먹기 싫은데 풀무원꺼라 사먹는다'는 둥...
'맛도 맛이고 솔직히 풀무원꺼라 믿을 수 있다'는 둥...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헛소리였네요.)
형수께서 제품을 뜯고 스푼을 대고 한 술 뜨려다가 '이거 뭐야...?'하는 말에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베리와 베리 사이에 파리가 얼어있더군요.
베리 색깔이 진해서 파리와 구분이 잘 안되는터라 하마터면 모르고 먹을뻔 했습니다.
아이도 가진데에다가 요즘 조심성이 많은 형수였길래 망정이지
저라면 벌써 알지도 못하고 식도로 넘어갔을 겁니다.
임신중인 형수는 구토증세를 보이며 제 여자친구와 함께 화장실로 달려가
오바이트를 몇 번하고 돌아왔고
제가 화가 나서 풀무원에 전화를 했지만 일요일(2010년 08월 08일)이라 고객센터에 전화 연결이 되지 않더군요.
다음날인 월요일(08월 09일)에 풀무원에 전화를 했고 담당자에게 알려준다고 하더군요.
잠시후에 CS파트 xxx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로 직접 찾아온다고 하시더군요.
오시더니 파리가 든 제품을 확인했고 직접 가져가겠다고 하십니다.
거래처인 세스코에서 분석을 해야한다더군요.
(솔직히 이걸 왜 세스코에서 분석하는 건지 아직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노우 앤 베리 이물 혼입제품을 인수하였음을 확인합니다. 2010. 8. 9일'이라고 적고
xxx씨의 친필로 서명하신 인수증을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제품은 가져가지만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하셨구요.
제품이 녹을까봐 20분이면 회사로 도착하니까 걱정하지말라는 말에
급한대로 비닐에 싸고 얼음을 잔뜩 넣어 드렸습니다.
그렇게 다음날인 세스코에서 분석이 끝났다며 8월 10일에 풀무원 CS 파트장 xxx씨와 함께 오시더군요.
그 분들 오자마자 제가 식약청에 신고했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안했다더군요.
제가 인터넷에 알아보니 분명히 식품내 이물질(벌레포함)이 나오면 24시간 내에 지자체에 자진 신고해야하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 300만원을 내야하구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르긴 몰라도
분위기를 보아하니 협상을 하러 오는 거였습니다.
하는 얘기가...
세스코에서 확인결과 '금파리'로 판명났다더군요.
[금파리: 사람과 짐승의 배설물과 썩은 고기, 썩은 과일 등을 먹는 과정에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파리의 소화관으로 들어가고
몸에 붙어 다른 장소로 병원체들 옮기는 위생곤충이다. 금파리가 속하는 금파리속(Lucilia)의 일부 종들은 사람이나 동물의 상처나 궤양
또는 귀나 코 등에 알을 낳는다. 그곳에서 부화된 애벌레는 조직 속으로 파고 들어가 갉아먹는 승저증이라 불리기도 하는
구더기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합니다.
뭐 사과의 의미를 담은 문장들을 마구 쏟아내더군요.
그렇지만 자기네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조공정상에 그런 파리가 들어갈 수가 없고 그런 온도에선 녀석들이 날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언제 얼었는 지 알 수도 없다고 하구요.
슬슬 속이 보이더군요. '자기네들 잘못이 아니다'의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 열이 받을대로 받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먹었던 풀무원 식품 내역 뽑아놓을테니까 돈 싸그리 환불 해놓고 가라. 다신 풀무원 음식들 입에도 안대겠다'고 했습니다.
'회사방침상 그렇게 할 수 없다. 돈으로 무마하려는 꼴이 되면 이미지 타격이 크다'라고 하더군요.
더 화가 났습니다. 말하는 늬앙스가 돈 달라고 협박하는 사람으로 몰고가더군요.
'알았다. 가라. 난 내 방식대로 소송을 하던 손해배상 청구를 하던 할테니까.'라고 말하니
고정하라며 '이런건 소송건이 될 수도 없지만 우리도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타격을 받으니
고객의 요구사항과 회사측이 해줄 수 있는 그 갭을 좀 줄여보자'하더군요.
그리고 하는 말이...
아... 글쓰고 있는 지금도 이 말 생각하니 혈압이 오르네요.
'위로차원에서... 우리들 건강식품들도 공급해주고 이번 일 겪은 친구들과 식사라도 하라고 유흥비 정도를 주겠다'고 합니다.
욕나오는 거 참고 얘기했습니다.
'임산부가 당신들 음식 속에 있는 파리를 보고 구토를 하고 몸이 안좋은데 이게 소송건이 왜 안되냐.
지금 이렇게 제품 주고 유흥비 준다고 말하는 거야 말로 금전으로 무마하려는거 아니냐. 이해가 가질 않는다.
소송건이 안된다는 식의 비꼼에 진짜 화가 나더군요.
기껏 참고 있다가... 괜히 막판에 험한 말이라도 나올까봐...
이런것들은 유선상으로도 할 수 있는 얘기로 판단하고
'형수에게도 물어봐야하고 그러니.. 오늘 그냥 가고 기달려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형수가 풀무원에서 이것저것 받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해도 뜯어말릴 생각이였지만.
그런데... 하는 말이... 자기네들이 지금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자기네들도 신고를 해야하는데 빨리 대답을 들어야한다고.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럼 제가 '위로차'로 자기네들 제품을 받고 OK~!하면 신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합의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자진 신고한다는 뜻입니까?
자기네들이 신고를 하면
식약청에서 이쪽(저희집)으로 방문하고 전화도 오고 제가 귀찮아진다는 듯 이야기 하더군요.
'상관없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이어서... 식약청으로 넘어가면
자기네들과는 이제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식의... 뭔가 아쉬움을 주려고 하는 의도인지
저런 여운까지 남깁니다.
손해배상청구를 하면 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더군요.
결국 다시 참고 '그럼.. 가라. 식품같은 거 안받을테니 식약청에 자진 신고해라.'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과연 풀무원이 바른 먹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수 있는 건지 의심이 듭니다.
솔직히 이제는 다른 회사 식품들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습니다.
타사 제품에서는 2마리 나올 수 있는 파리가 1마리밖에 나오지 않아서 바른 먹거리인건가요?
고가의 풀무원 제품을 쥐가 돌아다니는 공장에서 만드는 불량식품과 비교해서 깨끗하다고 생각해야하는건가요?
몇년동안 깨끗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돈 주고 사먹었던 것에 대한 실망도 실망이고
자기네들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태도도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이제 식약청으로 제품을 넘겨 원인을 조사한다던데
솔직히 말해서 어떤 상태로 제품이 넘겨질건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답답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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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lr클럽
작성자 저채도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