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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91329
    작성자 : 사위
    추천 : 132
    조회수 : 5353
    IP : 142.242.***.248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8/10 12:33:18
    원글작성시간 : 2010/08/10 04:38:58
    http://todayhumor.com/?humorbest_291329 모바일
    돈보다 중요한건?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결혼한 남성입니다.

    본가는 중류 혹은 중상정도 사는 편이고 풍족하게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저희들 학비나 기타 돈 걱정없이 부양을 해 주셨습니다.
    결혼 할 때에도 강남은 아니지만 작은 아파트도 하나 장만해 주셨구요.
    아파트는 전세끼고도 반은 융자였는데 융자는 저희부부가 
    다 갚았습니다.

    처가집은 좀 쪼들립니다. 아니 많이 쪼들리는 편입니다.
    그러나 맏이(처남)이 출중하게 똑똑하여 부자집 딸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름대면 누구나 알 정도 인사의 사위입니다.
    당근 아내의 지참금(?)이 어마어마했구요. 대한민국에서 최상류층만
    산다는 곳에서 삽니다.

    처남은 그러나 생각이 올바른 사람입니다. 아내가 갖고 온 재산은
    재산이되 건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수입에서 부모(나의 장인장모)를
    봉양할 따름입니다.

    저는 평범한 월급쟁이고 맞벌이를합니다. 연간수입은 합쳐서 약 1억정도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최근의 연봉이고 결혼 초기에는 연수입 3-4천
    정도의 수준에서 꾸준히 올라온겁니다. 그때 그 수입에서 아파트 융자
    갚느냐고 참 힘들었어요. 

    그때 살던 집 안방이 진짜 뻥 하나도 없이 지금 사는 집 화장실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사는집 화장실은 욕조 하나에 
    세면기하나 달랑 있는 그런 욕실인데도 말입니다. 오죽하면 침대가 
    도저히 안들어가서 못 썼겠습니까? 침대 놓으면 꽉차는 수준이 아니라
    침대가 아예 안들어갑니다.

    곰팡이 시커멓게 만발한 방과 비오면 수채구녕에서 똥물 역류하는 그런 
    말 그대로 빈민촌에서 살았어요.

    본가에서 손벌릴까 생각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비록 융자낀 아파트라도
    해준것으로 차고 넘치게 받았다 생각하고 참았습니다.

    누가 젊어 고생은 아름다운 추억이라 했나요? 정말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초부터 지금까지 맞벌이였으니 누가 애를 봅니까?
    처가집 신세를 졌어요. 당연히 처가집 근처에 살 수 밖에 없었지요.
    공짜 안되지요. 애 보는게 얼마나 힘든데.

    우리 애 놀이방 반나절 맡기고 오후에 아내 퇴근할 때 까지 하루
    4시간정도 장모님이 애를 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일찍 
    퇴근하니 해당없고요 일요일 휴일 당근 우리가 보고요.

    그렇게 하루 4시간 주 5일해서 당시 30만원씩 드렸습니다. 그 시절에
    그정도면 엄청 후한것도 아니지만 섭섭한 수준도 아니었어요.

    게다가 융자금 갚아나가느냐고 우리 부부 허리가 휠 정도였는데..

    그래도 처남이 처가집에 매달 생활비 대는것을 보면 딸자식도 자식인데
    그것도 애 봐주는 댓가인데 사위인 나도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본가에 드리는 돈은 제로였습니다.

    뭐, 본가는 그런대로 먹고 살만 했으니까.... 그렇게 이해를 했어요.
    그래도 상징적으로나마 조그만 액수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처가집이 많이 가난하다고 했지요.

    내가 처가집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데 어쩌다 보니
    가난하게 된거구나 하는 생각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해선 안될 얘기지만 한마디로 정말 정말 게으르십니다.

    집이 집이 아니라 완전...

    재털이에 가래침을 뱉은게 일년이 지나도 그대로예요. 진짜.

    왜 그게 생각이 나냐 하면 그 재털이를 방바닥에 놓고 몇년을 쓰는데
    당시에 아장아장 걷던 우리 애가 밟을까봐 얼마나 불안하던지..

    고장난 시계가 십년동안 그대로 벽에 걸려있고 달력도 몇년전 거예요.
    문고리가 떨어져서 덜렁거리는거 십년 지나도 안고쳐요.

    사실 내가 그런거 고치는 거 진짜 못하거든요. 그래서 사람 불러서 
    고치시라고 따로 돈 드렸어요. 안 고쳐요. 돈은 그냥... 다른데 잘
    쓰시겠지요.

    우리 애 봐주시는것도 마찬가집니다. 어찌나 위태로운지.. 퇴근하고 보면
    애가 완전 땟국에 쩔어있어요. 옆집 초딩한테 애 맡겨놓고 놀러갔다

    오시지를 않나, 내가 열이 펄펄나서 월차내고 집에 누워있으면 나한테
    애를 맡기고 놀러가시지를 않나.. 못사는 동네다 보니 위험한게 한두개가
    아닌데 매사에 천하태평이에요. 

    얼마나 집안이 더럽고 위험한거 투성인지 몰라요. 

    오죽하면 한전에서 점검나와서 전기 배선 안고치면 전기 끊겠다고 경고를 
    했겠어요. 실제로 불까지 나서 소방차 출동하고 난리가 났었다니까요?

    그 난리를 겪어도 안고쳐요. 불나서 배선 새로 갈면서 해결됐어요. 참 나..

    이건 진짜 돈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돈 없으면 청소 못하나요? 문고리 못 고치나요? 매일 노시는 분이...

    솔직히 우리애 봐주신것은 고맙지만 섭섭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에요.

    그런거 와이프에게 말했다가는 처가집 무시한다고 펄펄 뛰어요.

    와이프는 착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릴때 가난때문에 받은 수모가
    많은지 처가집 뭐 어떻다고 말만하면 이성을 잃고 격분을 해요.

    누구나 그런 약점은 한두개씩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을 안했어요.

    게다가 귀가 얇으셔서 무슨 계를 든다 무슨 건강 다단계다 해서
    그나마 목돈을 많이 날리세요. 한번은 건강 다단계를 하신다 하길래

    그거 모집책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전화로 너 이새끼 노인들 꼬셔서
    사기치는 거 신고해서 콩밥멕여버린다고 해서 관둔적도 있어요.

    계주가 도망가서 알량한 몇백 날리고.. 그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동네가
    못사는 동네다 보니 그런일이 많아요. 그런거 하지 마시라 마시라 해도
    안들어요.

    처가집 가까워요. 가난해요. 그럼 무슨일이 생길까요?
    맞습니다. 급전이 필요할때가 수시로 생기겠지요. 돈을 좀 마련해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어찌합니까 해 드려야지요.

    백만원, 이백만원, 오백만원, 언젠가는 천만원을 요구하시는데 (그때 
    천만원은 정말 저희에게 큰돈이었어요) 없으니까 내 월급 담보로 
    대출을 받아 드렸어요.

    나는 이름만 빌려주고 월 상환액은 처가에서 갚기로 했는데 그게 또 말이 
    그렇지 그렇게 되나요 내가 갚았지요. 그거 회사 옮기면서 퇴직하면서 
    퇴직금에서 고스란히 다 떼였어요. 그래서 그때 내 퇴직금이 마이너스였어요.
    새 직장이 마련되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와이프 앞에서 처가에서 돈 안갚는다고 말할수 있나요?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이혼을 각오하지 않는 한 입도 뻥긋 못합니다.

    그런데 장인 장모님은 돈을 안 갚아주세요. 
    사정이 안되면 못 갚을수도 있어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돈을 안갚는다는 것은, 지금은 사정이 이래서 못 갚으니까 
    나중에 갚겠다는게 아니라, 아예 갚겠다는 말이 없는것을 뜻합니다.
    그냥 돈 잃어버렸다 생각해야지요. 그 돈 없어도 이렇게 먹고 사니까.

    힘들었을 때는 아 그집 장남 잘나가는데 장남한테 달라고 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확실히 아들하고 사위는 다르지요. 사위는 역시 순위에 밀려요.

    지금 생각하면 매달 생활비 받는 아들에게 또 큰돈 융통해 달라기 미안하셔서
    그랬나부다 생각도 됩니다. 그래도 그렇지 알량한 월급쟁이 월급봉투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뜯어가나.. 이런 생각도 들구요. 
    완전 생각이 이랬다 저랬다..

    그게 벌써 십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수시로 돈 드리지요. 솔직히 지금은 먼저 요구하시지는 않아요.

    처남이 워낙 출세를 해서, 많이 도와드리는 모양입니다. 많이 여유가
    생기셨어요. 언젠가는 한번에 목돈으로 몇억이 들어왔다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조금씩이라도 옛날에 우리에게 빌려간 돈 갚으셔도 되는데... 
    이런 생각도 들지만.

    저는 원칙이 있어요. 본가에 십만원 드리면 무조건 처가도 십만원 백만원이면
    똑같이 백만원씩 드려야 합니다. 돈 드리면 무척 고마워 하세요.
    솔직히 처가에 좀 더 드리는 편입니다.

    우리가 사는 집 이게 참 결혼 초기에 우리 부모님이 마련해 준 아파트가
    발판이 된 거거든요. 그러면 우리 부모님에게 더 잘해드려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처가집 근처에 살때 장인 장모님은 오나전 안방 드나들듯이 오셨는데 (그때
    나는 프라이버시라는게 없었어요 일요일날 세수도 안하고 느긋하게 퍼져있으면
    장모님이 문 벌컥 열고 들이닥칩니다 물론 온다는 전화 이런거 없고 언젠가는
    친구분까지 대동해서 예고없이 쳐들어오는 통에 화가 난적도 있어요)

    우리 부모님은 한번도 오시지를 않았어요. 집이 완전 하꼬방집이라 오시라
    하기도 그랬고 와이프도 오시라는 소리를 안하더군요.

    한잔 한 김에 끝없는 횡수로군요.

    돈 얘기 앞으로도 안할겁니다. 그래도 가끔 그때 생각이 들면 누군가에게 
    말 정도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긴 들어요. 답답하니까.. 
    그러나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죠.

    그래서 여기에 쓴 건데.. 이정도는 이해해 주실거죠? 아니면 돈갖고 처가에 
    섭섭해하는 속좁은 쫌팽이놈이라고 욕하셔도 돼요.

    내 가까운 사람이 이 글을 읽어도 아마 모를거에요.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거든요.

    그냥 와이프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돈보다 더 중요하겠죠. 장인 장모님도 
    이제 살만해졌으니 신경도 덜 쓰이고... 사람이 천년만년 사는것도 아니고
    나도 언젠가는 노인되고 사위 며느리 볼텐데... 아 그리고 저축 열심히 하고
    있어요. 노후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여생을 살려구요.

    혹시 미혼인 분들께서는요, 상대 집이 가난하다면, 가난 그 자체는 괜찮아요.
    돈은 또 모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왜 가난한지, 왜 돈이 없는지를 한번 
    잘 살펴보시고 결혼하세요.

    정말 불가항력으로 가난하다면 그건 괜찮아요.
    저는 해피앤딩이지만 (처가가 이유야 어찌됐든 이젠 먹고살만 해졌으니)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횡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참 좋네요. 맘속에 있는 말 다 털어놓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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