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알고 난 이후 단 한 번을 빼고는 그에게 의심이나 회의를 품어본 적이 없다. 그 한 번이라는 것도 곰곰이 그의 판단과 입장을 이해하고 나서는 곧 그를 믿게 되었다. 지금 와서는 그 의심과 회의마저도 부끄럽다.(단 한 번이었을 때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미선이 효순이 대책위 사람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촛불집회를 중단해 주십시오”라고 이야기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이다.)
그가 영삼시계를 차고 김영삼 옹을 찾아갔을 때에도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고(그는 후보경선 내내 87년 이전 민주화 세력의 복원을 이야기했었다.), 대북 송금특검을 받아들였을 때에도 ‘고심 끝에 내린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라크 파병을 발표할 때에도 그의 고뇌를 함께 느꼈으며, 후에 시간을 끌다가 2차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했을 때에도 ‘노무현다운 뱀처럼 슬기로운 결정’이라고 느꼈다.
한나라당에 대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에는 속으로 감탄하였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 정치사에서 대립과 힘에 의한 억누름이 없어지고 정책과 합리성을 가진 진정한 협력의 정치가 가능하겠구나.’하고 (순진하게) 생각하였다. 천성산 지율스님의 단식, 방폐장 문제..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공감이 들었다. 북핵 문제는 그보다 더 잘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미 FTA는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노무현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80년대 초반 부림사건을 변호하면서 결국 우리 역사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원칙과 상식, 올바른 정치, 외적 권위의 억압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람들의 연대... 줄곧 그의 가치이자 본모습이다. 그의 꾸밈없음이다. 통나무와 같은 우직함이요. 진실이 마침내 승리한다는 굳은 믿음이다.
정말 야비한 건 자칭 그를 지지했는데 지금은 어쩌고저쩌고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들 멋대로 노무현을 마음속에 석고상으로 조각해놓고 살아 움직이는 노무현의 모습이 자기 조각상과 다르게 보이니 변절이라 한다. 배신이라 한다. 참으로 성마른 짓이다. 가벼운 짓이다. 이중적인 짓이다. 진실을 보지 못하는 굳어버린 진보이다.
가끔 노무현의 이야기에서 억울함에 대한 호소를 본다. ‘자신이 무얼 변절했으며 도대체 무얼 배신했는가?’에 대한 호소이다. 그렇다 그가 후보시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이야기하고 행동한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보자.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보다도 올곧게 반듯이 자신의 길을 외롭지만 강건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늘 변화한다. 유신헌법을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돈 잘 버는 조세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다가 어느 날 홀연히 인권변호사로 돌변하더니만 독재권력에 저항하여 길 한복판에서 혼자 최루탄을 마시며 눈물을 흘리는 민주투사가 되더니 이번엔 스타 국회의원이란다.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다가 어느 날 김대중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후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가 하면, 노동자 파업 현장에 찾아가서 투쟁을 이야기하더니 어느 날 문득 대기업 노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농민 편에 서서 끝까지 개방을 막고 농민 보호정책으로 나아갈 줄 알았는데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농민단체 대표 데려다 하는 얘기가 ‘농촌도 자생력 갖고 스스로 서라. 농협 조합장선거가 제일 썩었다고 하더라. 정신 차려라.’고 싸늘한 얘기만 하더란다. 한미FTA를 먼저 나서 결국 타결시켜 버린다.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해야 한다.”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다”
그가 던진 말들이지만 그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말들이다.
고정된 게 없다는 말이다. 자유롭다는 말이다.
중심 가치의 실현이 중요한 것이지 도대체 왜 죽은 이념과 굳은 논리로 경계를 지어 스스로 얽어매느냐는 말이다.
참다운 생명과 진보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진퇴가 자유롭고 신축이 자재해야 한다.
변화 가운데에서도 그 참된 중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로 노무현의 길이다.
그의 가치는 늘 한결같다.
그러나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그의 모습은 늘 자유롭게 변화한다.
그래서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에서 신바람이 일어난다.
구부러져야 온전하다. 曲則全
휘어진 게 곧 똑바른 것이다. 枉則直
움푹해야 채워지고 늘 새롭다. 窪則盈則新
(노자 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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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은 역대 최고의 대통령 -
경제치적만 놓고 본다면 박통이 있겠지만, 독재라는 과오가 너무 컸다.
노무현이 임기를 한번 더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강하다..
솔직히 조중동에서 열라게 씹어대는 근거를 하나씩 나열해보자..
1. 부동산 폭등의 책임이 노무현에게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정말 두손두발 다 들고 싶다.
부동산 폭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사회의 화두였다. 하필 요 근래 폭등한 것은 사실상 그동안 곪아온 내용이 폭발한 것 뿐이다. 그나마 노무현이니까 어쩌면 이만큼에서 선방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2. 경제가 궁핍해졌다??
툭하면 재래시장 주인공을 내세워 최악의 체감경기라고 떠들고 다닌다. 아니 이마트와 홈에버, 홈플러스로 대변되는 재벌 유통기업이 재래시장을 다 잡아먹고, 인터넷 상거래로 시대가 재래시장을 저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왠 쌩뚱맞은 주인공이냐? 그야말로 80년대에 탄광주인공을 내세워 정권욕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이미 재래시장은 지는 산업인것이다. 소규모, 소형 자영업자도 이미 시대가 저버리고 있고 대형화, 현대화, 자본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정권탓도 아니고 경기가 나빠지는 징조도 아니다.
오히려 수출은 엄청나게 늘었고, 국가 경상이익도 좋아졌고, 국민소득은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주식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 취업경기 최악이고, 실업률이 최악이다???
이건 산업구조가 현대화되면서, 모든 국가, 특히 선진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본, 유럽, 미국 어느나라도 실업률에 관한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권이 없다.. 왜 그럴까? 기업경기는 좋다는데? 도대체 왜? 왜? 왜?
간단하다, 예전엔 팩스보내고, 볼펜으로 기안하면서 시간보내던 수많은 회사원들, 이젠 컴퓨터로 뚝닥 사무실에 몇명 필요없다, 예전엔 은행창구에 나래비를 서던 고객들, 이젠 인터넷 뱅킹으로, 폰뱅킹으로 뚝딱 창구에 여직원 몇명 필요없다, 예전엔 일일이 손으로 조립하던거 이젠 로보트가 기계가 뚝딱... 공장에 사람많이 필요없다..
한마디로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이젠 사람의 일손이 별로 필요없게되어 가는 것이다. 증권사 영업사원이 예전에 열명 필요했다면 지금은 한명이면 족하다.. 다들 집에서 홈트레이딩을 하지 누가 객장에 나가냐.. 그런 구조인 것이다. 그렇게 인력수요 자체가 점차 시스템으로 대체되어 취업이 안되는 것이지 누가 정권이 잘못해서 취업이 안되는게 아니란 말이다..
4. 막말을 한다??
막말도 다 들어보면 할만한 소리들이다... 난 막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약간 더 솔직한 캐릭터를 가진 대통령이고 참 시원하다고 생각한적이 많다.. 누구나 캐릭터가 다르고, 그게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다양성이라는 거다..
멍청하게 맨날 조중동 하는 소리에만 장단맞출일이 아니라 자세히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사학법이나, 반민족법만 해도 그렇다..
역대 대통령 중 그누가 하나 나서서 이런 사회적 고질병을 속시원하게 과감하게 혁신적으로 풀려고 한 사람이 누가 있었냐? 다들 기득권, 그오랜 친일파에 뿌리를 둔 세력에 어떻게든 빌붙거나 공생하려고만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