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입버릇으로 운전 잘 하고 싶으면 레이싱 게임의 중수 이상이 되고, 블랙박스 사고 동영상을 많이 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럼 보통 돌아오는 반응이 '현실 운전과 게임은 다르다'라는 뭣도 모르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90년대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었다면 애초에 조언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현실과 게임은 다르다면서 코웃음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보다 사고 경력이 더 화려한 경우가 거의 다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요즘 나오는 레이싱 게임을 해 본 적이 없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초짜인 경우가 거의 다수였습니다.
실제로는 게임은 해 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쪽이 절대다수긴 합니다. ㅎ
차게에도 레이싱 게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알 수 있겠지만
요세 나오는, 아니 00년 초반에 나왔던 이니셜 D 아케이드 스테이지 2, 3만 해도 어느 정도 사실적인 게임에 속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니셜 D 4로 접어들면서 굉장히 사실적인 물리엔진으로 변화합니다.
예를 들면 2,3에서는 뮤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웬만한 코너에서는 드리프트가 안 되던 것이
4로 넘어오면서 고성능 엔진의 출력을 고려하여 코너에서 잘못 밟기만 해도 후륜차의 경우 팍팍 미끄러집니다.
본인의 경우는 면허 따기 전(1종 보통 수동)에 이니셜 D 2,3으로 기어워크와 라인타는 법을 다듬고,
면허 딸 때 기능시험은 학원에서, 도로주행은 아버지와 함께 100km 정도의 거리를 시골길 주행한 것이 전부고
누가 딱히 기어워크를 가르쳐 준 적 없지만 이미 RPM도 안 보고 엔진 소리만 듣고 변속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어서
최종 면허시험을 볼 때는 굉장히 편했습니다.
같이 시험봤던 나보다 늙어 보이던 어떤 남자는 기어워크 개념이 없었던지
저단 고 RPM으로만 모든 코스를 주행하다가 광속탈락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면허를 딴 후에는 시티레이서로 FF밖에 없다시피 한 국내 승용차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티레이서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이니셜D 4 이후 버전에서는 대전을 시도할 정도까지는 연습하지는 못했지만
시티레이서로 연습한 내용이 현실 자동차에 80%이상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연습이 됐습니다.
면허를 딴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현재까지 시속 30km 이상의 운전에서 본인 과실로 낸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전부 주차하다가 긁거나 교차로에서 신호받고 좌회전하다가 옆구리를 들이받혀 상대방 과실 100% 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경우 뿐이죠.
레이싱 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레이싱 게임은 자동차 한계 영역까지 끌어올려진 상태의 고속 주행을 합니다.
그런데 고속 주행을 한다고 해서 충돌이라든지 도로 이탈같은 비정상적인 주행이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레이싱 게임을 하라고 조언할 때 반드시 중수 이상 실력은 갖추라고 덧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GTA처럼 겉핥기로 레이싱 게임을 하면 주행 실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전을 하면서 절반 이상의 승률을 올릴 정도는 되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레이싱의 기본 중의 기본인 '충돌, 사고나지 말 것'은 저절로 지켜집니다.
그리고 고속 주행 상태에서의 정신줄 유지가 더 쉬워지고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시야가 더 넓어지며
차량 주행중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버/언더스티어 대처 및 악천후 주행시 위기관리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됩니다.
본인의 경우는 빗길 약간 내리막을 달리고 있었을 때 앞차가 돌연 감속을 하여 브레이크를 잡던 중,
앞바퀴에 오버스티어가 나서 길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보통의 운전자는 잡은 브레이크를 더 세게 밟아 오버스티어를 더 악화시켜버립니다.
(주변인한테 물어볼 때마다 브레이크를 세게 잡고만 있는다는 대답이 현재 100%입니다.)
하지만 본인은 무의식적으로 잡고 있던 브레이크를 풀어 앞바퀴의 그립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버스티어는 멈췄고 사고를 면했습니다.
이것은 이니셜 D 2,3보다는 시티레이서나 이니셜 D 4이상의 물리엔진의 특성을 가진 게임에서 습득된 위기 대처 능력입니다.
게임과 현실은 왜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이 레이싱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충돌'의 문제일 것입니다.
게임에서는 충돌해도 별로 상관없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충돌해서는 안 되니까요.
그래서 보통 레이싱 게임을 하면 충돌에 둔감해지거나 충돌하면서 얻는 레이싱 실력은 현실에서 쓸모없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하긴 자기 자신이 레이싱 게임만 하면 빈번히 충돌하니까 레이싱 게임을 보는 시각 자체가 원래 좁은 상태인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 이상의 승률을 얻는 중수 레벨 이상의 실력'이 되면 웬만한 코스에서 유발하는 충돌의 횟수가
게임 초짜나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낮아져 있게 됩니다.
국내 2차선 국도와 비슷한 환경의 좁고 다이나믹한 도로에서 100km/h를 넘나드는 속도로 극단적으로 낮은 충돌률로 사고를 억제할 수 있는 실력이면
일상적인 속도에서 일반인이 발생시키는 사고 비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정도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 있고(FF/FR의 특성, 각종 용어의 의미, 드리프트/스핀상태와 관련된 차체 안정화 방법 등)
그것은 곧 현실 주행의 안전운전/위기관리 실력과 직결되는 자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블랙박스 동영상 중에 국내 차량 중 후륜 승용차가(아마 제네시스였던가) 고속도로 주행 중
엉덩이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차체 전체가 좌우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고
결국엔 화려하게 굴러버리는 케이스를 봤습니다.
느낌이 딱 FR 차량과 FF차량의 특성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돌발상황을 일반적인 FF차량 대처하듯이 하다가 경을 쳤다는 느낌이 딱 왔습니다.
레이싱 게임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서 차체를 안정시키는 능력과 수준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동영상에서와 같은 직선도로에서는 그런 위기 상황조차 만들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미리 피해 갑니다.)
레이싱 게임의 현실적인 이용 방법
실제 자동차 운전에서는 보통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여성, 청소년이 약세를 드러냅니다.
멀리까지 안 가도 김여사라든지, 무면허로 폭주 뛰다 사고냈다는 청소년 이야기라든지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걸 레이싱 게임으로 대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김여사같은 경우, 면허 따기 전에 운전 가르치다가 쓸데없이 감정싸움할 것이 아니라
실제 운전 가르치기 전에 레이싱 게임으로 감을 다듬어 현실 주행으로 이전하기만 하면 되는 실력까지 사전 훈련시키는 용도로 쓰는 겁니다.
합격 기준은 다양한 종류로 설정할 수 있을 겁니다.
지정 코스를 제한 시간 내(해당 오락기 최고기록 +20~25초 기록 수준)에 무충돌로 통과하기라든가
나랑 대전해서 20% 이상 승률을 올려봐라든가.
감히 장담하는데 위와 같은 조건도 통과하지 못하는 여성이라면 꽤나 높은 확률로 김여사 드라이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는 이니셜 D를 기준으로 해서
운전을 가르쳐야 할 여성이 생길 경우 본인과의 대전 승률 30% 이상 만들기를 내걸 생각입니다.
실제 운전에 욕심을 내는 중고딩 아들이 생긴 경우는 본인과의 승률 60%이상 달성하면 무면허로 운전 가르쳐 준다는 낚시를 내걸 생각이구요.
(물론 실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내 아들놈이 타쿠미가 아닌 이상. 본인 이니D ver.3 승률은 65%를 넘습니다. 주도로는 하포가하라 or 아키나 눈길)
추천 게임
- 이니셜D 스테이지 4 이상 모든 아케이드 버전
- 시티레이서
- 클리핑 포인트
비추 게임
- 레이 시티
- GTA
<언젠가는 가지고 싶은 분사장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