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몇개부터 시작해볼께요~
1. 피아 항공기 식별 카드 라고 아시나요? 북한 측 비행기와 아군(대한민국/양키) 비행기를 구분해 놓고 특징이나 제원을 적어 놓은 카드에요.
초소근무자는 물론 상황병도 이걸 외워놔서, 식별 시 보고에 적용하는데요.
이게 조옷나 쓰잘데기가 없어요.
왜냐하면 항공기 모양과 이름을 외워놨다고 해도 보통 항공기는 3km이상 상공에서 날기 때문에 점으로 보이거든요.
이딴걸 왜 처 외우는 지 모르겠지만 외웠어요. 하루는...
부소초장 : (피아 항공기 식별 카드를 제 얼굴에 들이밀며) 뭐야? (원래 좀 무뚝뚝함...)
상황병 : (아 또지랄이네) 상병 오징어! mig-29기로서 적 항공기이며 제원은 블라블라~
부소초장 : (카드 다음장을 넘기며) 이건?
상황병 : F-14 톰캣 기로서 아군 항공기이며 제원은 블라블라~
부소초장 : 이런게 우리 소초 하늘에 떠있으면 넌 뭐해야되?
상황병 : 대대에 있는 유일한 방공초소 5xx jaop인 x고가초소에 유선망으로 연결한 후 거리 / 속도 / 방향 / 관측자 관등성명을 식별 한후
방공대대 및 대대/연대 지휘통제실에 보고 합니다.
부소초장 : ㅋㅋㅋ 미친냔아~~ 아이구 이 미친냔아~~ 이런게 니 머리 위에 떠다니는데 니가 살아있겠냐 ㅋㅋㅋㅋㅋ
상황병 : ㅋㅋㅋㅋ
부소초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황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GOP는 전쟁 발발 시 5분에서 10분 사이에 생존율이 3프로가 안되요. ㅋㅋㅋㅋㅋ
2. 무료하게 상황실에서 과자를 먹으며 야간 근무를 서고 있는데 새벽 2시쯤...전화가 왔어요.
상황병 : (소초 구호 블라블라) 0소초 상황병 상병 오징어입니다. 무엇을...
옆 소초 상황병 : 태풍! 0소초 일병 쭈구미 입니다. 큰일났습니다.
상황병 : 다음부터 소초구호 외칠땐 태풍하고 바로 말 끊어라. 막 선임이 존대말해주니깐 조옷나 재밌지?
옆 소초 상황병 :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 큰일났습니다. 옆사단에서부터 순찰로(철책로)를 따라서 멧돼지 두마리가 질주하고 있습니다.
개.소.리.하.지.마. 왜 멧돼지가 철책로를 따라 뛰어다녀 ㅠㅠ 애국자 멧돼지 나셨네 ㅠㅠ 철책정밀점검이라도 하는건가...
상황병 : 헐~ 진짜? 어디까지 왔는데?
옆 소초 상황병 : 지금 교차초소 지나서 000상병님 구역으로 넘어갔다는데요...
상황병 : 아...그러세요? 조옷나 빨리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내일 뛴걸음할 때 살짝 빠지셔서 우리 소초까지 달려오셔요^^
멧돼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미 옆 소초 섹터를 다 지나가고 나서야 상황파악이 되었어요. 마침 저희 소초 인터컴도 울렸어요.
초소근무자 : 000상병님...방금 제 앞으로 티코가 두대 지나간거 같습니다.
상황병 : 아 그래? 미안...그거 멧돼지임
초소근무자 : 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말해줌??
상황병 : ㅋㅋㅋ거듭 미안
초소근무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호
상황병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호
멧돼지 :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눈누난나~~ 히이이이잉~
중대/대대 지휘통제실에 바로 보고하고 모든 밀조(움직이며 근무교대를 해주는 초소 근무자)를 근처 초소로 피신시키고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초소 근무자 : 오징어 상병님~ 그거 쏴도 됩니까?
상황병 : ㅋㅋㅋ 내가 말했잖아...우리가 철수하는 그날 까지 우리 총알 3600발이야...3599발이면 안되...탄낱발 때 니 탄이 하나 없다 생각해봐...
초소근무자 : ㅋㅋㅋ 소름 돋습니다...
상황병 : 나도 ㅋㅋㅋㅋ 최신화 어떻게함? 부대일지 어떻게함 ? 멧돼지에 빵야 빵야 했다고 써?
초소근무자 : ㅋㅋㅋ 양호
상황병 : ㅋㅋㅋㅋㅋ 양호
그 멧돼지 두마리는 약 7개 소초 15km를 질주하고 순찰을 마친건지 지친건지 보급로로 방향을 꺾어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연대장 지시사항 첫번째
멧돼지와 조우 시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경우 즉각 발포한다.
그리고 멧돼지는 연대장의 지시사항을 읽기라도 한건 지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초소 주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3. 매주 토요일 GOP는 탄낱발이라 하여서 소초 내 모든 화기의 탄을 확인합니다.
저희 소초는 K-2, K-201, K-3, K-7을 운용하였는데, 실탄을 세는 거다보니 간부도 민감하고 상황병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각자 자기 탄을 받아서 얼른 끝내고 자기 개인정비를 하려고 조용한 가운데...
툭...딱...(손에서 떨어져 탁자에 한번 탁자에서 굴러 바닥에 한번)
전입 온 지 3주된 신병이...K-201 유탄 고폭탄 한발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저는 땅에 떨어진 후 제 발치로 굴러오는 고폭탄을 얼른 손으로 주우며 따뜻한 말을 건넸어요. (모두의 시선을 즐기며~)
상황병 : 야이 개시발 미친 호로 염병할 새끼야. 생각없는 생키야. 손에 물기가 있니? 주무습진 같은 생키야. 니 시벌 근무 같이 들어가는 사수 누구야
아 시발 생각해보니 너 이름이뭐야. 몇분대야~ 시벌 1분대지 풀어준다 했어 염병할 분대장 개생키 어딨어 아 조옷나 엿같아서 시발!!!!!!!
전입신병 : 죄...죄송합니다.
상황병 : 이게 죄송하다고 말하면 끝나 쉬벌~ 무한도전 시청좀 했냐 말하는데로 이뤄져? 아 시벌 난 내일 전역할란다 개새끼야. 아 시발 터졌어봐
공이 쳐서 터졌어봐 시벌. 지금 여기 14명중에 8명은 상반신이 없어 생키야. 아오 빡쳐. 별미친 주무습진 같은새끼가 어휴~
전입신병 : 죄송합니다...ㅠㅠ
전 사실 착한선임인 편이었습니다.
안믿으셔도 사실이에요. 고향이 광주일 뿐이에요... 욕이 그냥 찰질 뿐이지 악의는 없음...
하여간 좀 상황이 이상했는데 통제간부인 책임분대장(하사)가 있는데 제가 쌍욕을 퍼붓게 되었네요.
뭐 책임분대장과 근무도 몇시간 같이 서는 사이고...나이도 제가 너댓살 많고...책임분대장도 장난으로 00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투입 초기 닳고 닳아 전역을 얼마 안남긴 소초장이 니가 간부 마인드를 가져야 소초가 그나마 버틸꺼라고 주입식교육을 해서...
탄낱발에서 굉장히 흥분을 해버렸어요. 아 진짜 저 착한선임이였음...
어찌되었든 고폭탄을 확인했는데...요쿠르트 만한 그 고폭탄이 움푹들어가서 구부러져있었어요.
제 인생도 움푹들어간 느낌이였고, 전입신병의 안면도 움푹들어가게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참았어요.
책임분대장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믿음직한 부소초장(병사생활 2년 + 부사관 생활 4년 하사 전역 + 재입대 후 부사관 생활 3년 + 연장 2년)에게
사실데로 고백하였고 대대 탄약반장가 쇼부쳐서 고폭탄 실사격때 그 구부러진 탄을 불량탄으로 넘기고 한발을 받아 상황을 잘넘겼죠.(문제되려나?)
여기까지 쓸께요!!! 큼지막한 사건 몇개 때문에 저와같이 군생활했던 선후임이 눈치 챌까봐 고민되지만!!
(리플을 읽다보니 점점 제가 있던 대대와 소초를 파악하기 시작해서 초큼~ 걱정됨)
어쨌든 좋은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