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님이 쓴 글을 보고 군대적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씀.
본인은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을 했음.
당시 근무했던 부대 대대장이 약간 돌아이였는데, 완전 지가 말한대로 하면 다 잘되야'만' 하는 완전 피곤한 상관이었음.
한 예로 대대장 주관으로 무슨 총기 관리 자동화 프로그램이란걸 만들었는데,
그게 완전 버그 투성이에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용 쓰레기 프로그램이었음.
하지만 우리는 쓰레기같은 대대장의 성품을 알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쓰고
"아 대대장님 덕분에 총기 관리하기 너무 편하고 좋아요 ^^"
라고 했어야 했음.
암튼 그 대대장이 하루는 어디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양파와 무를 구해서 두 컵에 나눠담고, 한 쪽에는 스마일 스티커를 붙이고 칭찬을, 나머지 한 쪽에는 찡그린 스티커를 붙이고 욕을 하도록 하라.'라는 지침이 내려왔음.
뭐 칭찬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아보고자 했던 모양인데......
졸라 귀찮았지만 대대장 지시사항이니 식당에서 남는 무와 양파를 구해 분대별로 키움.
당시 수송부에서 자기 분대원들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병 일병 할꺼 없이 찡그린 스티커가 붙은 무에 욕을 하도록 함.
우리 부대 수송부가 좀 빡쌔서 애들이 욕구불만이 꽤 있었는데, 일이 조금만 힘들어도 분대원들이 단체로 와서 무에다가 욕을 함. 진심 민망할 정도로 심하게 욕을 했었음.
근데,
난 세상에 무가 그렇게 자랄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음.
위에 무 순이 거의 1미터는 자라서 무를 담아둔 병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자라버림.
아마 기억에 너무 자라서 부러지지 않게 야삽같은거에 묶어놨던 거 같음.
뿐만 아니라 욕을 먹은 다른 양파와 무 대부분이 잘 자람. 욕먹는 양파는 크다못해 부러진게 한두개가 아니었음.
당시 욕먹은 양파 딱 하나만 안 자랐는데, 그놈은 물대신 커피를 줬던 놈임.
결국 우리는 그 '욕먹는 무나무'의 스티커를 스마일로 바꿔서 대대장에게 보고함.
그 사건 이후로 고참들은 후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욕을 했음.
예비군 5년차.
아직도 꿈에서 행보관이 나온다.
이제는 좀 잊을만 하다만, 아직도 군대 꿈을 꾸면 놀란 가슴을 진정시기 힘들다.
재입영해서 걸레빠는 꿈은 물론이거니와, 군대가 기간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바뀌는 바람에 행보관 허락 없이 전역도 못하고 일하다 탈영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 중 특히 기억나는 꿈 역시 행보관이 등장했을 때였다.
어느날 나는 꿈속에서 행정실에서 행보관과 함께 있었다.
행보관 왈
"휴가는 잘 다녀왔니."
나는 어처구니 없어하며
"네? 저 전역한지 한참 됐는데요?"
행보관 왈
"아 그거 전역시켜준게 아니라 휴가였었다. 그동안 밀린 서류가 많으니 빨리가서 일해라"
아 그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 할수 없었다.
전역한지 2년이 다 되가는데 그게 휴가라니, 나는 영영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절망감에 빠져 내 키 만큼 쌓인 서류를 정리하다가 꿈에서 깼다.
내 평생 그렇게 자다가 땀을 많이 흘린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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