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머리 500명에 경찰도 ‘화들짝’
[고뉴스] 2007년 04월 26일(목) 오전 10:3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고뉴스=종합뉴스팀 기자) 부산에 전국 조폭 집결한내막
지난 14일 부산일대에 전투경찰 2개 중대가 동원되고 사복형사 100여명이 출동하는 등 급박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대규모 경찰 병력이 투입된 것은 데모 진압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국내 최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칠성파’ 두목 이강환(65)씨의 아들 A(37·건축자재 판매업)씨가 결혼식을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예식 장소인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호텔 앞은 그야말로 ‘조폭세상’이었다. 검정양복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조직원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검정색 최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와 호텔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펼쳐진 진풍경에 대해 부산 경찰관계자들은 흑풍(黑風)이 불던 자유당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부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부산은 이미 조폭들에게 접수된 상황이라는 것. 전직 검찰이었던 한 인사는 부산의 조폭에 대해 그들은 지역 상권 대부분을 손에 넣었고, 덕분에 그 세력 역시 다른 어느 지역보다 크기 때문에 공권력도 그들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조폭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부산. 그 현주소를 따라가 보았다.
A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은 1,1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주먹계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의 조폭들이 모여들었다고 볼 수 있다. 칠성파 행동대원을 포함해 이날 전국에서 운집한 조폭이 전체 하객의 절반가량인 500명은 족히 넘었다는 게 경찰의 추산이다.
경찰은 20세기·유태·서면파 등 토착 6대 조직을 비롯, 서울 신상사·명동파, 광주 송정리파, 전남 순천 시민파, 울산 목공파 등 타지의 8~9개 조직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원로조폭인 신상사파 두목 신상현(73)씨, 안모씨, 천모씨, 오모씨, 김모씨 등 각 폭력조직 두목급들도 줄줄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후 5시에 시작해 50분간 진행된 결혼식 주례는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이어 오후 6시~6시40분 열린 피로연에는 인기가수 남자듀엣 Y와 H씨가 축가를 불렀다. 하객 중엔 인기 개그맨 J씨, 영화배우 L씨, 아나운서 J씨 등도 모습을 비췄다.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폭들이 마치 세를 과시하듯 전국에서 몰려들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 외에 없었다”며 “최근 조폭들은 지능적이기 때문에 교묘히 법망을 비켜간다. 때문에 경찰이라고 섣불리 움직이다간 오히려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왜 부산인가
검찰에 따르면 조폭 부흥문제는 전국 대도시 가운데 부산이 가장 심각하다.
부산지역의 조폭들이 세력을 키우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큰 도시인 부산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일본과의 경제교류 물꼬가 트였던 박정희 정권 당시 서울 못지않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또 월남전 당시 월남의 수많은 물자가 부산항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업의 이권에 개입해 돈을 벌어들인 부산 조폭들은 타 지역에 비해 기반을 빨리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부산 조폭의 자금력과 사업규모는 서울지역 조폭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크다. 또 조직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경상도 지역의 관광, 해운항만 사업 등 각종 상권을 거의 대부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폭력조직과 연계해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년간 조폭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온 덕분에 조폭에 관한한 검찰도 자문을 구할 정도로 꿰뚫고 있는 모 언론사의 K기자는 부산지역의 조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흔히 조폭하면 전라도 조폭을 떠올리지만 경상도 지역 중에서도 부산 조폭들에 비하면 전라도 조폭은 동네 건달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이권을 둘러싸고 경합을 벌이는 타 지역 조폭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야마구치, 이나가와 등 일본의 3대 패밀리 뿐 아니라 중국, 러
시아 그리고 동남아 조직들과도 연결돼 있다.”
K기자는 이어 “러시아 마피아와 일본의 야쿠자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 둘 사이를 중재해 러시아,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수산물 유통라인을 만든 것이 부산의 조폭들이다”라며 “이로 인해 부산지역 경제가 크게 발전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부산과 조폭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조폭들의 수입원
부산의 조폭들이 막대한 활동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 가운데 마약사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부산지역은 국제화 도시인데다 일본이 가까워 야쿠자들과 마약거래가 활발한 지역이다”며 “게다가 국제 마약조직이 부산을 거점으로 전국에 마약을 공급하고 있어 부산지역의 마약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마약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된 마약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산 지역의 조폭들은 국내 시장으로 진입하고 싶어 혈안이 돼 있는 콜롬비아, 아프리카, 러시아 마피아 등과 연계해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검·경찰의 내사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부산으로 밀반입되는 마약은 전국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서울에 공급되는 대부분의 마약 역시 부산 쪽에서 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천항도 있지만 부산보다 규모가 작고 교역량도 적어 부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의 마약 실태에 대해 “부산의 유흥업소 등지를 가보면 마약의 유혹이 생각보다 많다”며 “부산 지역 해안이나 유흥가를 탐색하다 보면 곳곳에서 마약을 투약한 흔적이 나온다. 심지어 포장마차 쓰레기통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주사기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교생들이 조직원화
한편 부산은 10대 청소년들의 조폭 우상화 현상도 심각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조폭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은 조폭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태도다. ‘형님들’이 시킨다면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수년전에는 부산의 10대 청소년이 OO파의 사주를 받아 OO파와 경쟁관계에 있는 XX파의 두목 S(39)씨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직에 속해 있는 청소년들은 학업을 거의 전폐하다시피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고 부산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예컨대, 지역별로 옮겨 다니며 패싸움을 하거나 행인들을 상대로 폭행, 금품갈취 등을 일삼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는 담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늦은 새벽 공원 등지에서 개를 칼로 찔러 죽이는 훈련을 하는 등 그 실태가 심각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폭을 친근하고 멋있게 그려 청소년들이 조폭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이번 이강환씨의 아들 결혼식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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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팀(기자)
****부산 오유 여러분....
내내 평안하시길.....
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