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점점 펴가는데
애인이 없는 오유인에게 여자가
벚꽃을 보러 가자고 했다.
오유인들이 벚꽃축제를 같이 가고 싶은 여자는?
1.
대외활동하면서 알게 된 누나
성격도 제법 호탕하고 남자들이랑도 장난 잘 치고 잘어울리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며칠 전에 이 누나가 오유한테
"오유는 벚꽃 누구랑 보러가?"
이렇게 물어보길래 보러갈 사람이 없어서 안 보러가요..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보러가자 라고 말한다.
그냥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오유가 정신차려보니 정확한 약속시간까지 정한 후였다..
"벌써 왔네?"
"아...네.."
오유가 좀 멋쩍고 어색해하자 누나가 큰 소리로 웃어버린다
"나한테 잡아먹히러 가니?"
그러면서 누나는 오유 손을 잡아이끌고 사람들 속을 걷는다.
뭔가 점점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오유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안
체구가 작은 누나는 어느새 저만치 멀리 가서 오유를 지켜보고 있다
뭔가 한심하게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소심한 오유가 겨우 누나 옆에 선다.
누나는 오유를 빤히 쳐다보더니
"오해하지 마" 이러면서 오유의 팔짱을 낀다.
"니가 사람들 사이를 못 빠져나와서 그러는 거야"
그러면서 오유를 이끌고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벚꽃구경을 다닌다.
최대한 사람들 없는 쪽으로 벚꽃을 따라다니다보니
어느 정도 한적한 곳을 찾았다.
누나는 오유에게 자기 핸드폰을 쥐여 준다.
"나 사진 좀 찍어 줘. 예쁘게"
그러면서 포즈를 잡는데 순간 누나가 너무 예쁘게 보인다..
사진 찍는 것도 잊고 한참동안 누나를 바라본다.
이상하게 느낀 누나가 오유를 쳐다본다
"뭐해?"
당황한 오유는 자기도 모르게 솔직히 말해버린다.
"예뻐서요..."
누나는 오유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 한참동안 빵터져서 웃는다.
"아 너 진짜 귀엽다 ㅋㅋㅋㅋ 미치겠네 ㅋㅋㅋㅋ"
한참 웃던 누나가 갑자기 정색을 한다.
그리곤 얼굴을 갑자기 가까이하면서
"이따... 밤에.. 누나 집에서 라면 먹을까...?"
헐..... 순간 놀란 오유가 눈을 크게 뜨고 그래로 굳어버린다.
누나는 다시 빵터진다.
그리곤 웃으면서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김오유, 너 진짜 귀엽다. 누나랑 연애하자."
2.
오유랑은 진짜 한창 철없던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다.
진짜 서로 욕이며 생리현상이며 다 트고 지낸다.
부모님들도 아는 사이
거의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서 오유 지인=내 지인
주변 사람들 아무도 사귀는 사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워낙 험하게 지내는 친구다.
오유나 친구나 모쏠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같이 벚꽃축제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오유가 여태껏 본 친구의 옷차림은 츄리닝, 츄리닝, 츄리닝
워낙 털털하고 꾸밈이 없어서
한창 꾸미고 다니는 새내기 때도 편한 옷만 입고 다녔다.
매년 갔던 벚꽃축제 때도 너무 편한 옷만 입고 와서 창피함은 오유의 몫..
좀 꾸미고 나와라, 꾸미고 나와라 며칠을 닦달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 오유.
결국 오유는 친구에게 출발하기 전에 입고 나올 옷 찍어서 보내라고 한다.
사진이 오고
평소와 다른 옷차림에 오유는 놀란다.
"올ㅋ 너 치마입을 줄도 아냐?ㅋ 여잔줄;;"
"뭐래ㅋㅋㅋ 닥쳐라ㅋㅋㅋ"
막상 만난 친구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헐... 안다... 니 화장도 했냐? 머리도 좀 한 것 같은데? 올... 여잔데? 여자같은데?
여자인척 하지 마ㅋㅋㅋㅋㅋㅋ"
"뭐래, 미친놈이 진짜 ㅋㅋㅋㅋㅋ 너는 고자 주제에 진짜 ㅋㅋㅋㅋ"
결국 장난은 언제나처럼 오유가 친구의 머리를 마구 헝클이고
등짝을 수 없이 맞으면서 끝난다.
친구와 함께 벚꽃 구경을 하는데
여태껏 봤던 벚꽃들보다 훨씬 예쁘게 피어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이 흩날리는데 마음이 살랑살랑해지는 기분까지 들 정도
친구를 바라보는데 친구 머리에 벚꽃잎이 앉아 있다.
아까 벚꽃이 흩날리면서 친구 머리에 떨어진 모양이다.
벚꽃잎을 떼어주려는 데 갑자기 오유를 바라보는 친구와 눈이 마주친다.
"벚꽃 진짜 예쁘다. 그치?"
한참 벚꽃을 보는데 누군가 오유에게 다가온다.
새터에서 처음 만나고 오유와 연락을 자주하던 후배다.
과활동에 열심히인 것 같은 모습이 예뻐 몇 번 밥을 사줬던 기억이 난다.
과동기들이랑 온듯 얼굴이 낯익은 후배 몇몇이 뒤에 보였다.
"어, 예원아. 안녕."
"오빠, 옆에 누구에요?"
후배가 분명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데 시선은 친구를 향해 가 있다.
"응?"
"제가 같이 벚꽃보러 가자고 했을 때 벚꽃 싫어하신다면서요. 혹시 오빠 저 맘에 안들어요?"
어찌어찌 말을 둘러대고 자리를 피한 것 같은데
자꾸 친구의 시선이 느껴진다.
호들갑을 떨며 배고프다고 식당에 오긴 했는데
이제 친구는 완전 빤히 오유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결국 참다못한 오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뭐..."
"그 여자애 누구야?"
"과 후배.."
"너 벚꽃 싫어해?"
"아니.."
친구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 할수록 오유의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김오유."
"응?"
"우리는 매일 카톡하고 전화하고 주말마다 만나서 밥먹고 영화보고 벚꽃구경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무슨 사이야?"
3.
오유 친구의 친동생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본 아이라 여자라는 느낌보다는 진짜 여동생같은 느낌을 준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한몫했을듯...
친 여동생 같아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기도 했다.
친오빠인 오유 친구보다 오유를 더 따라서 오유 친구가 질투도 많이 한다.
여동생이 오유가 진짜 오빠였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한탄을 하기도..
이번에 대학입학한 기념으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니
동생이 한 말은,
"같이 벚꽃보러 가자, 오빠"
"오, 진짜 대학생 같은데!"
오버하며 말하는 오유를 보며 동생이 조금 쑥스러워 한다.
"나 오빠랑 데이트 하려고 어제 쇼핑했어."
자랑스럽게 말하는 동생이 귀엽다.
"새옷 입어서 오늘따라 더 예뻤던 거구나?"
동생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붉어진다.
벚꽃나무가 보이자마자 동생이 들떠보인다.
"오빠, 남자랑 벚꽃보러 처음 와봐. 정말 설레!! 진짜 설레!!"
그런 동생이 귀여워 오유는 살짝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는 무슨ㅋㅋ 남매사이나 다름없는데. 내년에는 남자친구랑 와"
오유가 말하자 동생이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침묵한다.
"왜ㅋㅋ 우리 혜이니 정도면 벌써 남자들이 줄섰을텐데~ 그 중에 괜찮은 남자 골라 사귀면 되지."
"난 오빠랑 결혼할건데?"
그렇게 말하는 동생이 어린아이같아 오유가 푸하하 웃었다.
"너는 너무 애기지. 좀 더 크고 와."
동생은 진지하게 오유를 보고 속사포처럼 말했다.
"아니야, 나 어른이야. 나 막 목욕탕 가면 아줌마들이 놀래. 키는 조그만데 복근도 있고 몸은 어른이라고!"
그런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양쪽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어 주었다.
"너랑 결혼하면 니네 오빠한테 죽어요, 임마."
같이 벚꽃을 구경하는데 몇몇 커플들의 스킨십이 꽤나 진하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동생의 표정이 꽤나 웃기다.
오유는 조용히 동생의 눈을 가린다.
"어린 애들은 그런거 보면 안돼요"
가려주지 않으면 목이 계속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쳐다볼 것 같았다...
"오빠도 전 여자친구들이랑 벚꽃보러 와봤어?"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가끔 뜬금없는 행동을 하긴 하지만 이런식의 질문은 없어서 오유는 더 당황스러웠다.
"뭐...아무래도.."
그런데 그 다음 말은 더 당황스러웠다.
"그럼 이제 앞으로는 나랑 매년 벚꽃보러 오자. 내 남자친구가 오빠가 되면 되지."
오유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아무말도 못하는 반면 동생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 오빠 진심으로 좋아해. 오빠도 알고 있었잖아. 장난 아니야, 나 지금.
내년에 나랑 벚꽃축제 같이 올 그 남자친구, 오빠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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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순서대로 가인, 안다, 혜이니
이런 글 한 번쯤 쓰고 싶었는데... 정말 어렵네요..
그래서 오유인들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