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망하면 한국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큰일난다
[칼럼] 자식들 보내놓고 깍듯이 굴지 않으면 이상한 일
입력 :2007-04-23 15:20:00 김헌식 문화평론가
한 방송국에 생방송 출연 때문에 갔더니, 같은 출연자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중년 탤런트였다. 미국에서 귀국해 바로 스튜디오에 나온 참이었다. 방송 시간이 남아서 ‘데면데면’하니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첫마디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그 분은 미국에 있을 때는 몰랐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야 세상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 했다. 부랴부랴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서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사실 미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넓고, 한 방송사나 매체가 미국 전역에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기 때문이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분이 인터넷을 끼고 살 리도 없다. 뉴스 시청률이 15% 나오는 것은 미국에서 기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아 매체 영향력이 강한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터지면 즉각 알 수 있기에 매체에 따른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자제분들이 미국에 유학 가 계신가 봐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라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그분만이겠는가. 얼마 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제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거나 미국에서 터전을 잡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바로 며칠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와 역경을 극복하고 미국의 정관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을 보여주면서 극찬을 했다.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 정치나 관계, 경제계에서 활동하는 아들딸을 키운 어머니들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매체를 장식한다. 물론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면, 미국이 망하면 큰일 날 것이다. 한국의 지도급 인사들의 자제들이 모두 미국에 있으니 말이다. 이렇다면 미국과 한국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몸 아닌가.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상위층이나 지도층들이 보이는 미국에 대한 깍듯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미국의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관재학계의 요직을 장악하니 더 문제다.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망한다면 그들의 사회적 지위의 기반도 무너지게 된다. 망해버리는 나라에서 활동한 경력이나 학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들을 위해 절대로 미국은 망하면 안 된다. 얼마 전 미국이 망하고 한국이 강대국이 된다는 미래학자의 예언은 오히려 이들을 불안하게만 만들뿐이다.
▲ 김헌식 문화평론가
미국이 망하지 않을수록 미국의 기준은 세계의 기준이니 영어 광풍과 조기 유학 열풍은 그치지 않는다. 조기 열풍만일까. LA타임스는 한해 원정 출산을 위해 미국을 찾는 한국인 임산부가 무려 5000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하지 않았었나. 최근 여성 아나운서의 원정 출산 논란은 너무나 익숙하다. 당연히 조승희 씨 총기 난사 사건과 이 미국 쏠림 현상이 무관하지 않다.
미국 끈이 있거나 배경을 삼고 있는 이들에게 어디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하기나 쉽겠는가. 아니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반미 혹은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일수록, 그러한 지식인 카르텔의 구성원일수록 더욱 더 미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배제해버린다, 좌경이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미국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이들은 가난하고 가진 것 없이 이 땅에서만 엉머구리 끓듯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한미 FTA에 대한 지식인계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미국파가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FTA를 통해 미국이 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상위 층과 지도층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된다. 한국은 망해도 말이다. 여차하면 자제들이 있는 미국으로 튀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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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서프라이즈 글들은 잘 안 읽지만, 아주 틀린말은 없는지라 가끔 봅니다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 그냥 또 다른 모습으로 볼만은 하다 싶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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