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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dical_2871
    작성자 : 석까
    추천 : 14
    조회수 : 630
    IP : 210.100.***.4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03/13 20:34:50
    http://todayhumor.com/?medical_2871 모바일
    현직 의사가 쓰는 병원 관련 tip 3


    ER 선생님, OBGYN 선생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ㅎㅎ


    막 수술 마치고 돌아오니 어제 썼던 글이 베오베에 가서 놀랍기도 하고 기분도 좋고 그러네요..^^


    솔직히 어제 썼던 글은 케이스 위주의 넋두리를 풀어놓은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다른 주제를 골라 보았습니다.


    1. 암, 심장 수술은 무조건 큰 병원 가라고들 하는데 어떠십니까?


    민감한 주제입니다.


    선택은 환자의 몫이니, 저는 몇 가지 가치판단 기준을 제시해드리겠습니다.


    A.

    소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병원들 - 서울대, 삼성서울, 서울아산, 연세대, 성모...- 에서 1년 간 시행하는 암 수술 건수는


    제가 속해있는 지방 대학병원보다 적게는 수 십 배에서 많게는 수 백 배 입니다.


    많은 수술을 시행하다보니 그 수술에 능통한 전문 인력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하루에도 몇 건 씩 큰 수술을 시행하니 일종의 Routine 이 되서 입원에서 수술, 퇴원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이 됩니다.


    명의는 환자들이 만든다고


    가뜩이나 실력 좋은 선생님들이 그러한 큰 수술을 매일 매일 계속해서 만나게 되면


    당연히 이름 날리는 의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볼 때 큰 병에 걸리면 당연히 수술 많이하는 큰 병원으로 가야겠군요?


    여기에서 한 번 쯤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


    모든 수술, 특히 암 수술에 있어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합병증 및 후유증 발생 확률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합병증과 후유증은 결국 환자의 사망으로 귀결되는데


    보통 폐암 수술의 전국 평균 사망률은 1.8 - 2.5% 정도 됩니다.


    제주도에서 휴전선까지 모든 병원에서 시행되는 폐암 수술의 통계치니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이건 적게 하는 병원이건간에 사망하는 환자는 반드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그 어디 대학병원의 암 수술 후 사망률을 비교해보아도


    전국 평균 사망률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하는 병원은 없다라는 것입니다.


    B.

    가끔 서울에서 일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수술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같은 흉부외과 의사로서 굉장히 부럽기도 하고, 심하게 주눅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인력이 부족한 지방병원에 근무하면서 이곳에서 시행되는 모든 흉부외과 수술에 First assist 로 참여하여


    전 과정을 몸으로 배우고 교수님께 직접 수술에 관련된 질문과 의견 표출을 할 수 있음에 위안을 삼습니다.


    또한 저희는 수술 환자 수 자체가 적다보니


    수술을 받은 몇 안되는 환자분들에게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하루에 심장수술만 7개, 1주일에 거진 30 - 40 개 씩 하는 서울과는 달리


    많으면 1주일에 심장수술 2개, 폐암수술 4개가 고작인 저희 지방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를 잘 돌보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어찌 떳떳한 의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ㅋㅋ



    저희는 1년에 식도암 수술을 10 - 15개 정도 시행합니다.


    서울 모 병원에서는 1년에 600개 정도 시행합니다.


    저희가 수술 한 식도암 환자 1분이 돌아가시면 저희 병원의 식도암 사망률은 7 - 10% 가 됩니다 크허허허허허허 ㅋㅋㅋㅋㅋ


    600개 정도 시행하는 서울 모 병원의 사망률은 1% 미만이라고 하는데, 600명 중 6명 미만이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네.


    저희를 믿고 수술받으시는 식도암 환자분은


    단 한 분이라도 절대 그냥 가게 둘 수 없습니다.


    절대로.


    실제로 최근 4년 동안 대략 50여 명의 식도암 환자를 수술해왔고, 제가 직/간접적으로 환자의 수술과 치료에 관여를 해왔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단 한 분도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한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항암치료 받다가 지쳐서 가신 할아버지는 예외입니다...


    교수님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눈에 불을 키고 밤 낮으로 환자를 지킵니다.


    한 분 돌아가시면 사망률이 10% 되는 것입니다.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에서는 환자의 입원/퇴원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야 그 많은 수술을 다 커버할 수 있기에


    상태 좋은 환자는 바로 바로 퇴원시키고


    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는 다른 과로 전과시키고 하면서 환자를 정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무덤에서 요람까지의 모토를 가지고


    내 환자다 싶으면 무조건 끝까지 책임을 집니다. 


    상처 아물었는데 아직 많이 아프시다구요? ㅋㅋ 그럼 그냥 더 입원해 계세요.


    상처 다 아물고 아픈 곳도 없는데 위장관 내시경이랑 갑상선 초음파 검사 받고 싶으시다구요? ㅋㅋ 다음주에 예약할테니 받고 가세요 ㅋㅋ


    어짜피 입원 환자도 몇 명 없는데 잘됬네 ㅋ


    Case1

    서울에서 입원에서 폐암 수술, 퇴원까지 7일 걸린 70대 할아버지.


    어제 퇴원 당시 항암치료나 추후 관리는 집 근처 병원에서 받으라 했다고 함.


    호흡곤란이 있어서 응급실로 왔는데 딱 봐도 폐렴.


    '아니 왜 이런 상태에서 퇴원했나요?'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오늘 갑자기 숨이 찼어 콜록콜록'


    그냥 우리한테 수술받았으면 집도 가깝고 좋았을텐데... 1주일 만에 폐암환자를 퇴원시키는 일도 없고...


    Case2

    서울에서 복부 대동맥 치환술을 받은 지 2주일 된 46세 아주머니.


    복부 수술부위가 2cm 정도 조금 벌어져서 응급실로 왔는데.


    '아주머니 이거 수술 한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좀 귀찮아요...ㅜㅜ)'

    '안그래도 어제 KTX 타고 서울 외래 갔다왔는데 거기 교수님이 이건 아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집 근처 병원에 가랬어요'

    '아 그러시군요'


    뭐 이 C 


    C.

    수술을 하게 되면 그 환자와 관련된 모든 Data 는 수술 한 병원에 전산자료로 남게 되는데


    그 방대한 정보들이 손실 없이 타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니, 저쪽 병원에서 시행한 진단 자료랑 혈액검사 보고서, 사진 찍은 것들 모두 CD 로 가져왔는데 왜 또 같은 검사를 반복하나요?'


    왜냐구요?


    흐름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입양아일 경우 신생아 시기에 입양된 아기가 초등학생 시기에 입양된 경우보다 새로운 가정에 훨씬 더 적응이 쉽다는 것은


    굳이 다른 설명 없어도 될 것입니다.


    초등학생 시기에 입양을 한다 하면


    그 입양아가 가진 버릇, 생활 패턴, 사고방식 등을 파악하고 적응해야지만 성공적인 입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도 마찬가지로, 그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어떠한 패턴으로 변해왔나, 어떠한 이벤트가 있을 때 환자의 몸 상태가 어떻게 변했나


    환자 및 환자 보호자가 원하는 치료의 수준과 범위는 어느 정도이며


    본인이 가진 질환에 대해 얼마나 치료의지가 있고 인식하고 있느냐


    이런 세세한 내용은 기나긴 치료의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CD 한 장과 소견서 한 장, 수술 기록지 및 검사 결과지 뭉텅이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암 수술과 항암 치료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암 환자를 처음부터 맡아서 수술하고 치료한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해야 옳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서


    자기가 수술한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최대한 손실 없이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선생님께 양도해 드리는 것이


    환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요.


    가끔 회진 돌 때 암 병동에 들러서 안부도 좀 물어보고 ㅋ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피력됬습니다만, 이 단락의 요지는 다음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수술은 서울에서 하고 항암 치료는 집 근처에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술도 집 근처에서 하고 항암 치료도 집 근처에서 받는 환자분들은 소중한 Data 들의 loss 가 거의 없을뿐더러 


    치료의 연속성 또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수술한 환자분이 항암 치료 중에 위독해지거나 상태가 안좋아져서 중환자실로 내려갈 경우


    혹은 저희 흉부외과적인 치료나 처치를 또다시 받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면담도 해드리고 경과도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우와 따듯하다 ㅋ


    어짜피 지방과 서울의 수술 차이가 그리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는 다면,


    그냥 몸도 편하게 마음도 편하게 저희를 믿어주실 수는 없겠나요.


    그래도 큰 병원이 좋다고 하시면 저희도 웃으면서 서울로 보내드립니다.


    선택과 책임은 환자의 몫이니까요.


    2. 왜 의사들은 환자들한테 담배 피지 말라놓고 하고서 선생님은 담배피나요?









    저는 건강하고, 당신은 환자니까요.








    ... 죄송합니다.


    글이 너무 무겁게만 흘러서...


    너무 배가 고파서 더이상 글을 쓰는 것은 무리인 것 같고


    천천히 댓글이나 달면서 쉬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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