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플래그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처음으로 전투기를 몰고 해외로 나간다.
그 모습, 그순간을 기록하여 영상과 포토스토리로 담아본다.
Red Flag Alaska 출정식.
13. 8. 1. 1600 (수)
한국시간
이 날을 위해 촬영팀은 반년 넘게 준비해왔다.
우리의 주 임무는 현장기록.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갖가지 카메라 장비를 다 챙기고
알래스카로 떠날 비행기를 탑승하러 대구기지로 내려갔다.
" 필승! 대령 박하식 외 89명..."
태극마크 하나 달았을 뿐인데, 우리의 마음가짐도 조금씩 새로워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작전, 군수, 지원 등 특기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다 같이 하나가 되어
우리 공군의 위력을 세계에 자랑하고 싶다.
누구에겐 남편이며, 아들이자, 아버지인 우리 장병들은
앞으로 있을 훈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지만
한편 남겨두고 가는 자신의 가정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지금까지 한번도 아버지의 품을 벗어난 적이 없던 꼬마들,
행사가 끝날때까지 분위기에 심취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재잘재잘 떠들더니
막상 출국시간이 다가오자 현실을 받아들였는지
아버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한 달, 누구에게는 짧은 시간으로 보일지라도
누구에게는 일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
본대는 전세기를 타 바로 출국하고
일부 조종사들은 다음날 6대의 F-15K로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로 향한다.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최초로 태극마크가 달린 전투기로 해외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페리(Ferry)비행 이륙
13. 8. 2. 0430 (목)
한국시간
7천km 이상 7차례 공중 급유를 받으면서 9시간동안 논스톱으로 비행...
육포와 초코바를 뜯어먹으며 화장실도 못 가고
끊임없는 기상가변으로 인해 한 순간도 긴장감을 풀지 못한다 .
페리비행 착륙
13. 8. 1. 2040 (수)
현지시간
미리 도착한 본대는 심한 시차로 인해(-17시간) 하룻 밤을 꼴딱새며
지친 내색을 할 겨를도 없이 곧 도착할 전투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촬영, 정비, FOD 작업 등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70여명이 한 마음이 되어 비행하는 조종사 모두가 안전하게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미리 도착한 본대는 곧 도착할 전투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FOD(foreign object damage) 작업을 한다
저 멀리 하늘 끝자락에서 불빛이 하나 둘 씩 반짝인다.
초조한 마음으로 우리는 빛을 세기 시작한다.
하나..둘..셋..넷..다섯..
여섯
그때 받은 감동, 그 누구도 잊을 수가 없다.
F-15K편대 1번기가 알래스카의 아일슨(Eielson) 기지에 착륙하는 순간
모두 탄성을 지르며 환호한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아일슨 기지 뒤에 희미하게 보이는 설산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1번기를 비행하던 고상희 소령과 이기준 대위,
무척 지쳐보이지만 표정은 밝다.
그들은 새로 쓰여진 대한민국 공군 역사에 함께 한 것이다.
지금까지 1000시간 내외 비행기록을 가진 12명의 조종사들,
이번 9시간의 비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참모총장 방문.
13. 8. 4. 1400 (월)
때마침 미국의 각종 주요 군사기지를 방문한 성일환 공군 참모총장은
우리 공군 장병들을 일일히 격려하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힘이 되는 순간이다.
타국 참여.
Red Flag는 연합훈련인 만큼 미공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도 참여한다.
올해는 한국, 일본, 호주, 미공군, 미해군, 주(州)공군에서 온
각종 전투기와 항공기가 아일슨 기지에 주기되었다.
필자에게 가장 흥미있는 항공기는 일본의 F-15J이다.
외관상으로 봤을 때 우리와 같은 '15' 계열이지만
색상도 더 연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기능도 많이 비교된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 전투기가 같은 활주로에 나란히 주기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세계 최대급 군용 수송기 C-5 갤럭시
미해군의 자존심 E/A-18 Growler와 마주보는 F-15K Slam Eagle
물론 전투기는 조종사가 조종하지만
그림자에 숨겨진 주인공들은 따로 있다.
전투기 한대가 활주로에서 뜨기 위해 그 뒤에 수십 명, 많으면 백 명 이상의 인원이 지원을 한다.
작전, 정비, 항공관제, 정보, 수송 등 수 많은 부서와 장병들이 라인 안팎을 뛰어 다닌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군수요원들 역시 다를 바 없다.
이른 새벽, 일과 후, 주말 할 것 없이 조종사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할 수 있도록
밤 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한다
이륙을 위해 준비하는 대한민국 공군
활주로에 주기된 미군 공중급유기들 앞에서 지상 활주하는 F-15K 편대
조종사들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곧 시작할 본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관숙비행을 한다.
그 틈을 타 우리 촬영팀은 F-15K 후방석에서 그림같은 장면들을 포착해온다.
비행이 끝난 후 항공사진을 받아보니 입이 쫙 벌어진다.
한 여름의 폭염으로 찜통이 된 한국을 벗어나
알래스카의 광대한 풍경을 이렇게 보니 마음 속까지 시원해진다.
알래스카 설산, F-15K, 대한민국 태극기,
이 모든 요소가 한 장면에 같이 나오는 사진은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
지휘 비행을 마치고 바람을 쐬는 훈련단장 박하식 대령
연합브리핑
13. 8. 9. 0800 (목)
드디어 레드플래그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다.
참가국들의 모든 작전요원들이 한 곳에 모여 연합브리핑을 실시한다.
이렇게 많은 조종사를 동시에 본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군복을 한 눈에 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우측에는 일본, 앞쪽에는 미공군, 뒤에는 미해군,
세계 최강의 조종사들에게 둘러싸인 우리 대한민국 조종사들도
절대 뒤지지 않는 포스를 품긴다.
우리 공군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창공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출처 : 공군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