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여자입니다. 남친은 20대 후반이구요.. 4살차이입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귈 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대화 주제로 자주 오르내리는 문제가 있어 오유분들께 여쭙니다.
먼저 전 아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화가 통하는 14살부터는 딱히 꺼리지 않지만 1~13세, 즉 초등학생까지는 굉장히 싫어합니다.
특히, 유아와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말도 못알아듣고 통제가 안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런 제 생각은 꽤 오랜 시간 제 마음속에 있었고 저는 비혼주의자이지만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딩크로 살려고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얼마전 에버랜드에 가면서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에버랜드에서 강남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기가 울었습니다. 약 2세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 대각선 뒷자리였기에 울음소리가 굉장히 생생했습니다.
저녁이라 길이 막혀 굉장히 오랜시간 그 소리에 고통 받아야 했고, 저는 항상 그랬듯 이어폰을 끼고 음악소리를 최대로 틀었습니다.
아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요.
제가 아이를 싫어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거나, 아이 엄마에게 눈치를 주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더 괴로울 것이고, 아이 엄마도 난감할 테니까요. 다만, 아이의 울음소리가 머리 아프고 짜증나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저 혼자 이어폰을 낍니다.
남자친구가 이어폰 한쪽을 빼서 자기 귀에 꽂았다가 왕왕 울릴만큼 시끄럽자 소리를 줄이더군요.
"고막 나가겠다"라고 했고, 저는 카톡으로
"애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아파서 그래. 오빠는 오빠 이어폰으로 들어" 라고 보냈습니다.
카톡을 본 남자친구가
"애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저럴 수도 있지. 나도 너 나이일 때는 애가 저러면 마냥 짜증났는데 나이가 드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답답해서 우는 애가 너무 불쌍하고 내가 화내는게 미안하더라."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래. 그래서 뭐라 안하고 이어폰 끼잖아?" 라고 하자
"짜증내는 것 자체가 아이한테 너무한 거야. 나도 너 나이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도 내 나이쯤 되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라고 하더라구요.
안그래도 애 울음소리 때문에 짜증나고 두통이 있는 상태에서 가르치려는 말투로 말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더욱 화가 나더라구요.
남친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짜증이 납니다. 싫구요. 그렇다고 제가 아이와 아이엄마에게 짜증을 냈나요? 그 짜증 제가 감수하고 화 안내면서 제가 알아서 해결했습니다.
너무 화가나서 "짜증나니까 그만해"라고 하니까 도리어 화를 내더라구요. 나중에 남친이 사과하는 걸로 마무리 지었지만 제 잘못도 있다고 하네요.
제가 남친의 생각대로 의견이 바뀔수도 있겠지만 제가 약 15년을 생각해온 의견이 고작 4살 더 먹는다고 쉽게 변할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건가요? 현명한 말씀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