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때..
혹은 여자친구와 있을때..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매너'를 지키고 싶을때
우리는
핸드폰의 매너모드 버튼을 꾸욱 누른다..
오늘하루
매너를 지키며 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끄적인다.
xian.
소개팅이라..
이 어린나이에 무슨 소개팅이냐고 하면
할말 없다.
그래도
모처럼 친구놈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었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를 골라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이쁜 옷 차려입고 머리에 신경써서 힘도 바르고
처음 해보는 소개팅 자리에서 무슨말을 할까 고민도 하고..
설레임을 안고 집을 나섰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었다..
(솔리드를 안다면 낭패 -_-)
그렇게 카페에 가서 잠시 기다리고 내 친구와 함께온 그녀..
검은 단발에 동글동글한 얼굴...
본래가 귀여운 성격, 외모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한눈에 반한다는
서투른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만
어딘지 모르는 끌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는 그녀..
"어디 아프세요?"
"아.. 아니오.."
수줍은걸까?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을 자꾸만 쳐다보는 그녀가..
괜히 귀엽게만 느껴졌다.
친구놈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고..
"나 간다.. 잘해라."
"그래.. 나중에 밥살게.."
그렇게 앉아서 얘기를 몇번 시도해보았다..
"이름이... 강세연 씨라고 하셨죠?"
"네..."
"무슨 전공이세요?"
".......국문학과요.."
"네에.. 제가 아는 누구랑 전공이 같네요.."
"......"
미소를 지을 듯 말듯..
그렇게 어색하게 우리는 앉아있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요란스러운 노래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끄지 않은 나를 자책하며 핸드폰을 열심히 찾았고..
'3시 40분'
시간만이 뜰뿐... 먼지가 가득한 내 핸드폰은 나를향해
미소짓는듯 했다..
"아.. 제것인가 봐요.."
하고 전화를 받는 그녀.. 받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친다.
"시발! 제성이냐!"
쿨럭; 마시던 커피가 코로 살짝 흘러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여자입에서 욕이 저리도 쉽게 나오다니....
제성 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많이 들었다 했더니..
소개팅 주선해준 친구놈이었다..
그녀는 내가 듣던 말던 개의치 않고 소리친다.
"x죽xx!! 킹xxxx!! x사x!!"
너 죽었어 킹카라면서 밥사네!
이러는것 같았다.. 내가 마음에 안들어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욕하는 그녀에게 많은 실망감을 앉았다..
'사귀지는 않아도 좋은 친구가 될수는 있었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한채 계산서를 자리에 남겨두고
"계산은 저여자가 할거구요 좀있으면 10명 더 들어오니 커피 10잔만 가져다
주시겠어요?"
라고 하고선 유유히 카페를 벗어났다.
그 친구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버스를 탔다..
보통은 돈이 없어서 주로 걸어다닌다던가
아니면 그냥 집안에서 인터넷만 하는 나로써는
장족의 발전이었고...
그냥 마을버스를 탄채로 집에서 가까운 역으로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나갔다.
약간 늦은감이 없잖아 있어
허겁지겁 버스정류장으로 뛰어 나갔다.
막 떠나고 있는 버스... 나는 남자가 여자가 될수 있을정도로 뛰어서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간신히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는 있었지만..
버스의 출입문은 닫힌 상태였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나는 5초정도 서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아저씨는..
애절하게 바라보는 내 눈빛을... 외면해버렸다..
출입문을 여는게 그렇게나 귀찮았을까..?
그리고 그다음 버스가 왔다.
나는 씁쓸한 마음에 버스카드를 가져다 대었고.
삐삑 하는 소리와 엑스자가..
뭐가 문제지 하고 다시 긁었더니..
금액란에 50원 하고 찍혀있었다..
500원도 아니고 50원;; 나도 참 독하게 써댔네; 도대체 어떻게 하면
50원이 남을까 혼자 고민하며 지갑을 열었다.
요즘은 버스값도 거슬러 주기 때문에 항상 집안에서 웃는 미소로
나를 맞이하던
하혈된 지폐를 찾았지만..
왜 그동안은 볼수 없었던 퍼런것 밖에 없었는지..
"아저씨 만원짜리밖에 없는데.."
결코 안된다는 아저씨의 굳은 표정에..
"나중에 천원 낼게요..."
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내려서 슈퍼마켓에 가서 껌을 한개 사 씹으며 씁쓸함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다음 버스..
500원을 당당히 넣고 탔다..
자리에 앉아서 흘러가는 바깥 경치를 보려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급전진.. 급 브레이크...에 나는 기우뚱 넘어질 뻔했고..
무슨 일인가 앞을 보니 기사 아저씨는 바깥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개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해?"
앞에 차량이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는 급한 마음에 급전진을 하면
그 차가 빨리 비켜줄줄 알았는지 하마터면 박을 뻔했다..
아니 살짝 박았는지.. 결국 버스기사 아저씨는 바깥으로 뛰쳐나가 그 아저씨와
격렬한 말싸움을 벌이고.. 승객들은 욕을 하며 내렸다..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해준다면 저런일은 없을텐데..
씁쓸히 미소지으며 거스름돈 바구니에서 500원 짜리 두개를
몰래 손에 쥐고선
몰래 손에 브이자를 하며 버스를 내려 결국 걸어갔다.
늦을수 밖에 없던 약속장소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살려달라고 빌 수밖에 없었다.
"버스가 늦어서 그랬어.."
"개새끼! 핑계는.!! 죽어라"
"친구야 우리 욕은 하지 말도록 하자"
나는 그날..
죽을뻔했다.
한국에 오래간만에 왔더니
길거리를 걷는것도 적응이 안되더라.
부딪치고는 아무말없이 혹은 나를 째려보며
혹은..
"씨발놈아 잘보고 걸어다녀" 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눈이라도 마주치면
"뭘야리냐?"
하고 욕하는 사람들...
아직까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고
혹시라도 부딪치면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는건 나뿐일까..?
작은 미소 하나.. 인사 하나가... 그날 사람들에게 행복을 불어넣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핸드폰 하나에도 있는 기능..
매너모드의 버튼을
사람들에게 달아주고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하루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by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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