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의 투수운용에 대해 논란이 참 많은데,
전 전적으로 이건 감독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투수 교체에 대한 철학이 부족합니다.
심지어 우승을 했던 작년에 지켰던 원칙마저 올해는 스스로 깨기 시작합니다.
지난 금요일 SK전,
역전패를 당해서 결과도 나빴지만, 일요일 선발 등판예정이었던 서재응을 끌
어다 쓴 모습은 작년에는 단 한 차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재응을 끌어다 쓴 이유도 9회말 2점차로 이기는 상황에서 불펜에 몸을 풀고
있는 투수가 없다는 실로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어이없는 이유였죠.
뒷목 잡기 딱 좋은 야구입니다.
그동안 조범현 감독의 투수교체에 대해서 몇 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려고 했는데,
더도 말고 오늘 경기를 예로 들겠습니다.(6월 23일)
...
양현종과 금민철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경기는 7회로 치닿습니다.
7회말 극적으로 기아가 2점을 선취하고 양현종은 11승이 예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8회초,
7회말까지 투구수 110개를 기록한 선발 양현종이 다시 마운드에 섭니다.
이전에도 120-130개를 투구했고, 오늘 등판하면 최소 다음주 화요일에 등판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야구팬으로도 최소 8회까지는 막아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완봉을 기대하기에는 7회까지 투구수 110개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선은 8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고 마무리 유동훈에게 맡기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구가 뜻대로 되지는 않죠.
유격수 김선빈의 실책으로 선두타자 장기영이 2루까지 진루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투수교체를 해야할까요?.
물론, 투수교체를 하는 감독도 있겠지만, 장기영에게 안타를 맞은 것도 아니고
정타를 맞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교체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음타자에게 양현종은 바로 볼넷을 내줍니다.
무사 1-2루.
야수 실책과 투수의 볼넷, 그리고 120개에 가까운 투구수.
이제는 선발투수를 내려야 할 타이밍입니다.
역시 투수교체를 하고 손영민이 올라옵니다.
아직 노아웃이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내려간 시점에서 경기 종료까지는 아웃카운트 6개가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무사 1-2루에서 손영민은 보이지 않는 송구 에러 등의 모습도 보였지만 좌타자 이숭용에
게 1안타를 맞고 1실점을 하며 8회를 막아냅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1실점으로 막은 것은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손영민이 '좌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는 것이죠.
이제 2-1의 1점차 상황이 되었고,
8회말에 득점을 하지 못한 기아는 9회초 수비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또 손영민이 올라옵니다.
여기서 기아팬들은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 어, 왜 마무리 유동훈이 나오지 않지?.
6월 17일 이후로 등판하지 않고 6일을 쉰 유동훈이 등판하지 않음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 유동훈이 몸이 안 좋나?
- 유동훈에게 휴식을 더 주려나?
- 유동훈의 마무리를 못 믿나?
등의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일단 데이터를 봅시다.
손영민의 타자 성향별 기록인데,
우언더인 손영민은 공교롭게도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이 1할 7푼으로 아주 짠물투구를
했습니다.
9회초 넥센 선두타자는 좌타자 클락이었습니다.
사실, 손영민이 9회에 그대로 나와도 데이터상으로는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두타자인 클락에게 중전안타를 맞습니다.
그 다음 타자는 우타자 강정호.
위의 기록을 보시면 우타자에게 손영민은 피안타율이 3할이 넘어갑니다. 언더투수로서
모순이 되는 좌우타자별 기록이지만, 그게 현재 손영민의 기록입니다.
그렇다면 확률론적으로 보자면 여기서 반드시 투수교체가 이뤄졌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손영민이 8회에 등판해서 안타 2개를 맞았는데, 그것이 피안타율 1할 7푼의
짠물투구를 했던 좌타자인 이숭용, 클락에게 나왔다는 것이죠.
평소에 강했던 좌타자들에게 맞을정도면, 우타자에게는 장타를 조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공이 구위나 움직임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드시 유동훈으로 교체를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동훈으로 교체를 시키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이 상황에서 기아팬들은 또 의문을 갖습니다.
- 정말 유동훈이 못 나올 정도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만약 유동훈이 못 나올 상태였다면 오늘 투수교체를 찝찝하지만 결과론을 치부할 수도
있었다고 보입니다.
어찌됐든, 결국 데이터를 무시하고 손영민을 밀고 나간 결과는 강정호의 역전 투런홈런
으로 이어집니다.
위의 데이터를 보시면 알겠지만, 손영민은 우타자에게만 홈런을 맞았죠.
결국 우려했던 투수교체에 대한 의문은 안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경기를 이기리라 예상햇던 기아팬들은 다시 한 번 허탈감에 빠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범현 감독의 투수교체는 팬들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내리칩니다.
손영민이 내려가고 마무리 투수 유동훈이 2-3으로 역전 당한 상황에 등판한 것이죠.
-_-;
이쯤에서 유동훈 기록을 봅시다.
똑같은 언더투수임에도 좌타자에게는 손영민보다 약한 모습이지만, 우타자에게는 1할 가
까이 피안타율이 낮을만큼 유동훈이 강한 모습이죠.
즉, 데이터상으로소 최소한 강정호 타석에서는 반드시 투수교체가 이뤄졌야 했습니다.
그리고 역전 상황이 되면서 유동훈을 내보낸 것은 보면,
애초에 유동훈 자체가 공을 못 던질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고, 역전 상황이 된 다음에
팀의 마무릴 낸 것은 믿음의 야구도 아니었다는 것이죠.
경기 결과는 져버렸고, 유동훈은 조정 등판꼴밖에 안 났다는 겁니다.
...
이런 경기가 한 두경기가 아닙니다.
8회 이후 역전패가 무려 18패입니다. 기아 36패 중에서 50%가 8회 이후 역전패 당한 경
기이고, 불펜 방어율 2-3위팀이 블론세이브 14개로 1위를 달리는 팀이죠.
단순히 불펜이 못 던져서 졌다고 하기에는 방어율이 생각보다 괜찮으니,
결국에는 조범현 감독의 투수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오늘의 패인도 명백하게 감독 실착입니다.
데이터도 무시하고 믿음의 야구도 하지 못했고...뒷목을 잡아버리는 역전패..-_-;
참 답답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