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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글 : http://blog.naver.com/mindrea/220147399569
[세계일주 준비] 국토종주 2일차 - 여주에서 충주까지
어제 첫날밤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월급을 탈탈 털어 샀던 텐트 그리고 침낭 속에 쏙 들어가 푹잤다.
사실 나는 잠잘 때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정말 아주 피곤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다가도 옆에서 누가
총이야 라고 부르면 응? 하고 대답할 정도.
그런 내가 과연 앞으로 집을 떠나 매일매일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헤쳐나갈지 나 역시도 참 궁금했는데
이포보 오토캠핑장에서의 첫날밤은 나름 괜찮았다.
다만 우리 앞자리에서 밤 11시가 넘도록 클럽음악을 틀어놓고 떠들던 남편과
술에 취했는지 꽤 앙탈졌던 부인, 그 커플들이 잠든 12시 이후로는
뭐 우리도 굉장히 잘잤다.
그리고 아침 7시경 눈을 떴다.
집에서 항상 입고자는 땡땡이 바지는 포기할 수 없지.
그리고 텐트 옆 공간에 넣어놓았던 우리의 짐, 패니어를 다 꺼냈다.
짐만 해도 거의 우리 텐트만 하다.
우리 부부는 아직은 익숙치 않지만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이 패니어를 꽤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손톱깍이 하나를 찾으려고 온 가방을 다 뒤집어서 찾는 일이 없어야 하고,
자전거 탈 때 양쪽 균형이 맞도록 짐을 잘 분배해서 넣어야 하고,
이 패니어들이 우리의 집과 옷장이라고 생각하고 어루고 다루어야
여행 내내 좋은 동반자가 될 것 같다.
텐트를 걷고 나니, 우리의 집이 사라졌다.
출발 전, 밤이슬 덕분에 촉촉해진 우리의 텐트를 햇빛에 말리는 동안
나는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을 꺼내어 모닝치킨을 즐겼다.
역시 아침에는 치킨이지.
날씨도 좋고 자, 가보자!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훈련하고 있는 군인들을 또 만났다.
탱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다니, 미필자인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광경이라
사진 찍고 오는 신랑을 기다리는 동안 한참을 보고 있었다.
마치 비행기 활주로와 같던 곳,
저멀리 사진을 찍고 후다닥 달려오는 신랑이 왠지 멋져보인다.
그렇게 평일이라 우리 둘 뿐이던 자전거 길을 따라 쭉 가다보니, 여주보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이 액션을 취하고 싶어 여주보 옆에 서서 뒤따라오는 신랑을 계속 기다렸다.
여보
여주보 인증센터에서도 역시 잊지 않고
자전거 5계명 부착!
오늘따라 하늘을 매우 푸르렀고, 우리는 어느새
30-40키로가 넘는 짐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앗, 이것은 넘어진게 아니고
자전거 스탠드가 없는 우리의 자전거를 주차할 때마다
푹신푹신한 패니어를 이용하여 이렇게 안전하게 주차를 해야 했다.
강천보에 도착하여 그가 인증센터에서 열심히
자전거 5계명을 부착하는 동안,
나는 약 3분 정도의 막간을 이용하여
맥스봉 소세지를 흡입했다.
원래도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에는 특히
중간중간 이렇게 간식을 먹어줘야 페달 돌릴 힘이 난다구!
그렇게 오늘의 목적지인 충주를 향해 가고 있는데 강천보를 지나자마자
무지막지한 내리막길이 나왔다.
너무 가파른 높이라 위험하므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도록
이렇게 방지턱과 장애물들을 설치해놓았다.
그러나, 나는 한껏 뚱뚱해진 나의 자전거를 들고서
이 방지턱을 넘는 것조차 너무나 버겁고 무겁고 힘들었다.
게다가 저 아래까지 계속 끌고 가야하는데
브레이크를 잡아도 짐 때문에 꽤 힘이 들었다.
마치 무지 큰 대형견과 산책할 때
개에 목줄을 채웠지만 내가 질질 끌려다니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아름다웠다.
가는 중에 내가 앞장서보겠다고 리더를 자청했다가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운좋게도 약수터를 만나기도 했다.
먼저 물을 뜨고 계시던 옆에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여기 물맛이 아주 기가 막혀서 서울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네, 저도 서울에서 찾아왔어요 ^^
그리고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점심때가 다 되던 중
우리는 아주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에 다다랐다.
우리는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서,
오랜만에 가져보는 이 여유를 만끽했다.
매우 한적했고, 깨끗했고, 운치있었다.
충주까지 가려면 거리가 꽤 남아있어서 서둘러 곧 출발해야 했지만
해 질때까지 이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워서 낮잠을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을 벗어나기 싫었지만, 다시 출발했다.
지나가면서 이 공간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해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가다보니, 평온한 길도 잠시
이제부터 다시 언덕이 시작되었다.
저 높은 언덕을 보며 절망에 빠지려고 할 때쯤,
점심 때가 되어 배도 고픈 찰나에 뒤에 식당 간판이 함께 보여서 그나마 괜찮았다.
우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토담 순두부, 순두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괜찮은 메뉴였다.
다만 자전거를 주차해놓고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게 처음이라
혹시나 도선생이 뭐하나라도 가져가지 않을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뭐 한적한 곳이라 그냥 걱정없이 들어가기로 하였다.
식당 내부는 매우 깔끔했고, 메뉴판을 본 나는 두부보쌈 3만원짜리가 먹고 싶었지만
신랑이 말려서 어쩔 수 없이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식당인데 집에서 내주는 것처럼 자기그릇에 예쁘고 정갈하게 담아져 나왔다.
자전거를 타다 먹으니 더 꿀맛이긴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꽤 맛있는 곳이였다.
밥을 먹고 있는데 뒷자리에 혼자 오신 아저씨가 어디에서 왔냐 물으셔서
서울에서 왔고 부산까지 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나를 보더니, 여자가 참 대단하다고
연신 놀래시며 조심히 잘 타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러고보니, 국토종주 하는 동안 남자가 거의 대부분이였고
여자는 하루에 1명 만날까 말까했다.
그렇게 아저씨의 응원을 받고 다시 출발에 나섰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다시 가보자!
여기서부터는 강원도 원주시입니다.
국토종주 자전거 코스에서는 강원도를 살짝 걸쳐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고 넘어 계속 가다보니
공사중인 구간에서 이렇게 오프로드도 만났다.
에고, 엉덩이야!
우리는 오늘 충주 시내까지 가서 숙박업소를 찾기로 하였다.
원래 오늘도 캠핑을 하려고 했지만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여
텐트를 칠 수가 없었고, 또 이틀을 보내려면 충주 시내 근처가 좋을 듯 했다.
그래서 무조건 충주시내까지 달려야 했다.
오늘 출발한 여주 이포보 캠핑장에서 충주시내까지 가려면 약 85km 정도.
하루 최대 달려본 거리가 100km였던 나에게 30키로가 넘는 짐이 더해졌기 때문에
그리 순탄치많은 않은 하루였다.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그가 자전거 5계명을 부착하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퉁퉁 부은 다리를 올려놓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때부터 열심히 달렸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안뇬하세욘???
이야기해보니, 그는 일본에서 온 61세의 자전거 여행자 타카노 상이였다.
우리와 같은 코스로 국토종주를 하고 있었다.
충주까지 가는 동안 그와 계속 함께 이야기하며 달렸다.
이미 그는 부산에서부터 속초까지 7번 국도를 타라 자전거로 완주하였고
다시 서울에서부터 부산까지 내려간다고 했다.
그는 매우 스키니했고, 61세였고, 일본 사람이였지만
그의 도전이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원래 텐트를 치려고 했던 그도 내일 비가 와서
우리와 함께 숙박업소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저녁 7시가 다 되어갈 무렵 충주시내에 도착했고
우리는 같은 모텔에 함께 방을 잡았다.
그리고 깨끗이 샤워후,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원래도 고기를 좋아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나니 고기가 더 땡겼다.
하루종일 끈적이던 땀냄새도 다 씻어내리고
산뜻한 마음으로 샤워 후에 먹는 삼겹살은 정말 꿀맛이였다.
아직은 어색한 나의 쌩얼도 점차 적응 될 것 같다.
타카노 상은 무역회사를 40년간 다니다가 은퇴하였고
올해부터 혼자 여행을 시작하였다고 했다.
그 동안 열심히 일만 해온 가장에게 홀로 여행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서
아마도 가족 모두 스스럼 없이 동의를 해준 것 같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혼자 배낭여행 했었는데
내일 비 때문에 하루종일 쉬어야 하는 우리의 자유시간에
여행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해주겠다고 했다.
오늘 우연히 만난 일본 자전거 여행자와 동행하게 되었고,
그와 함께 삼겹살에 소맥을 얼큰하게 즐기고 있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비록 내일 비가 오지만 처음 와본 충주에서, 이렇게 놀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즐거웠다.
다리는 퉁퉁 부었고 허벅지는 터질 것처럼 단단해졌지만 모든게 스스르 녹아내렸다.
내일 아침 어떤 피로가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허름한 모텔 606호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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