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씩 도를 아십니까 하면서 이상한 양반들이 들러붙는 경험을 겪으신적이 있으시죠? 저는 요새 외출 할 때마다 그 양반들이 들러붙어서 곤혹입니다. 제가 부평지역에서 거주중인데 요즘 혼자서 어슬렁 거리면서 시내를 걸으면 꼭 한번씩은 마주치더라고요. 말거는 패턴이야 늘 뻔하죠 갑자기 붙
들어서는 학생이냐고 또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거나 효도를 잘하게 생겼다드니 운을 떼더니 본격적으로 어디가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보지 않겠냐는식이죠. 이런 경험수가 두손 두발을 다 합쳐도 넘어가니 이제는 살짝 골려먹는 수준까지 올라왔지만(가령 둘째세요? 라고 물으면 아뇨 - 셋째세요? - 아뇨 ..... 식으로 순식간에 울 어머니를 자식8명 낳은 다산여왕으로 만든 경험도 있죠) 군대 갔다오기전에 순수한 대학생의 영혼때는 진짜로 뭣모르고 따라간적도 있습니다.
때는 실제로 대학교 마치고 알바를 하러가는 길이었습니다. 근데 알바특성상 날이 구리면 일을 안해서 알바하러 가는 도중에 오지말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신도림에서 붕뜬 상태였죠. 역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데 또 기가막히게 도를 아십니까가 붙은겁니다. 세상에 하고많은 때에 하고많은 사람중에 왜 나한 테 관심을 보이는지... 30대 중반의 여자였는데 위에서 말한 레파토리로 뻔하게 접근했습니다. 근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제가 가자는데로 순순히 따라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갯소리로 장기 때일뻔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때좀 우울하기는 했었나봅니다. 아무튼 뭔 깡인지는 몰라도 그 양반을 따라서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버스로 20분이나 들어가서 그들의 아지트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구석진 거주지역에서 한 30평즘하는 빌라였습니다. 안에는 막 도가 얘기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그려진 전통화가 막 걸려있고 딱 아지트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우울증이고 뭐고 뺴도박도 못하고 x됐다라는 생각만했죠. 뭐 절 끌어온 아지매는 증산도니 뭔 도니 우리사회에 영혼이 없다느니 뭐라니 장황하게 자기내의 학문가치를 중얼거리다가 대뜸 서류뭉치를 내밀더니 우리조직에 가입하랩니다. 그러면서 막 조직의 구성원을 보여주는데 진짠지 뭔지 모르겠지만 젊은사람들의 사진이 서류에 붙어있었고 '여자'들도 많이들 와서 공부한다고 은근히 강조하더라고요. 탈출만 고민하고있는 저한테 그런 소리가 들릴리가 없었죠. 열심히 서류를 채우는 척하고 이제 용건 끝났으니깐 빠이빠이할 생각에 기대했는데 아지매가 제가 가입도 했겠다, 신에게 인사하기 위해 제사를 지금 지내자는겁니다. 그와 동시에 등치 산만한 아재가 들어오더니 뉴비왔냐고 제사지낼 재료 사오곘다고 하는데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와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하면서 정신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비용은 10만원정도 들거 같다고 기쁜마음으로 내라고 원투 펀치를 날리는데 분위긴 오를대로 올랐고 상황은 2대1로 불리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였죠. 그나마 꾀를 낸게 지금은 돈이 없다고 배째라 식으로 나가면 또 분위기가 험악해질거 같아서 최대한 이 증산도니 뭐니하는거세 감명받은 얼굴로 '지금 쓸 수 있는돈이 만원밖에 없지만 꼭 지금 지내고싶다. 도와주면은 다음에 와서 남은 비용을 내갰다'라고 눈 초롱초롱 빛내면서 말했죠. 만원을 희생해서 하하호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들은 진짜로 제삿상을 차려줬습니다. 오리요리에 수박같은 과일에 떡같은 것들 지금 생각해보면 10만원 언저리 어쩌면 더 비싼 제삿상이었던거 같습니다. 진짜로 한복도 한벌있는것도 입혀주고 제사지냈습니다. 다 마치고 제사음식을 먹는데 '일반 제사상 음식보다 맛있지 않냐' '일반 제삿상은 조상들이 음식에 기운을 먹고가서 맛없는 거고 지금 지낸거는 신께서 기운을 불어넣어줘서 더 맜있는거다'라고 막 얘기를 하는데 그 떄 제 상황에서 뭘 어쨌겠습니까. 예이예이하면서 제발 '살도 찌워났으니 내장상태나 봅시다'소리 안나오길 빌었죠. 다음에 만날 기약을 하고서야 그 아지트를 빠져나갔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를 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 경험끝에 얻은것은 피같은 만원이 사라진 내 지갑. 든든한 내 위장. 무엇보다도 값진 인생의 쓴맛이었습니다. 그 뒤에 이야기는 없습니다. 뭐 그 아지매한테서 카톡이 좀 오긴했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지웠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말이죠. 제가 좀 나빴던거 같지만 그 떄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꺼냐고 물으시면 만원이 아니라 오천원만 있었다고 구라칠겁니다. 그 때는 진짜 1만원이 피같았는데....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그들의 서식지에서 어슬렁거리면 꼭 달라붙습니다. 뭔 포켓몬에서 수풀지날때 5걸음에 한번씩 싸움걸리는 것 처럼... 멀끔하게 차려입고 나가도 걸리고. 안씼고 츄리닝바람으로 돌아다녀도 걸립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얼굴이 그들 영업기준에 호구처럼 보이기 때문일까요? 언제는 도아십니까 아지매가 제 옆을 지나가다가 순간 저를 붙잡았습니다. 얼굴을 보니깐 저번에도 근처에서 학생이냐고 물은 그 아지매더라고요. 그 아지매는저를 전혀 기억 못하는 모양새였지만 본능적으로 이 색휘는 호구다라는게 인식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는 어떤 아지매가 붙어서(방금 얘기한 아지매였을지도) 도를 아십니까~ 하길래 심심해서 맞장구좀 처줬더니 대뜸 외국에서 오셨냐고 한국말 잘 하신다고 그러는겁니다. 제가 동남아쪽으로 이국적으로 생기긴 했서 가끔씩 우리나라 사람이냐는 소리를 들을때가 있었지만 '도를 아십니까'와 컴비네이션으로 훅 들어오니깐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그날은 기분이 좀 안좋았습니다 허허. 언제한번 관상이라도 보러가야겠어요.
그냥 문득들은 생각남기고싶어서 주저리썼는데 혹 읽으신 분들께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