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우스를 구매하면서, 지금까지 써 본 마우스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사용기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참고로 저는 장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며, 덕분에 24시간 중 최소 12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살고 있습니다. 취미가 게임이기도 하구요.
개발자이긴 한데, 키보드보다는 마우스를 더 많이 쓰는 것 같고... 덕분인지 키보드에 대한 취향은 없는데, (흔히들 평이 좋은 HHKB도 써 보긴 했지만 제 손엔 불편하기만 하고, 딱히 키감이 좋다 이런 느낌은 안들고... 싸구려 멤브레인을 써도 별로 불편한지를 모르겠어서, 키보드는 10년쯤 전에 5천원에 산 dell 구형 키보드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싸고 좋아요) 마우스는 불편하면 좀 힘들더라구요.
처음 컴퓨터를 쓸 때는 마우스는 볼마우스가 당연했고, 트랙볼이라는 물건이 나와는 있었지만, 볼 마우스를 뒤집은 수준이었죠. 그러다 빨간색 led가 신기해 보이는 광 마우스가 나오고...
뭐 당시엔 그냥 마우스가 다 똑같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번 저가형으로 나온 초소형 마우스 (무당벌레 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를 한번 만졌다가 손등이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아 마우스도 좋은게 있고 나쁜게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기억하는 마우스 중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우스를 쓴 건 이놈이었습니다.
로지텍 게이밍 마우스 G5.
15년쯤 전에 사서... 5-6년쯤 쓴 것 같은데... 당시에 꽤 만족하면서 썼던 것 같네요. 지금 생각 해 보면, 오래도 썼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에 무게추 기능이란걸 보면서 이게 뭐야 무거운게 좋아? 이러면서 아예 저 판도 꺼내놓고 썼었는데, 조금씩 무게가 늘어나더니 저거 버릴때쯤엔 4.5g 무게추를 판 전체에 박아넣고 썼더랬죠. 무거우면 불편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준 고마운 녀석입니다.
저녀석을 쓰면서 마우스패드도 좋다는 걸(x-raypad thunder 8, 아직 쓰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넘게 썼네요) 써보게 되었고, 마우스 스케이트라는 게 있다는 것도, 그걸 붙이면 훨씬 사용감이 좋아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잡설이 길었는데, 여튼 이놈은 저에게 고가 마우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준 녀석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래 쓴 만큼 불만도 적었고, 당시 쓰던 마우스들 (대체로 로지텍/MS벌크) 에 비해 월등히 좋기도 했구요. dpi 조절 기능이 꽤 유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종종 모니터링 하던 모 사이트에서, 신기한 걸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워낙 신기한 걸 많이 팔고, 실제로 저 위에 썼던 마우스 패드나 마우스 스케이트 같은 것도 해당 사이트에서 발견했고, 구매해서 사용 해 보면서 꽤나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에, 관심이 갔죠.
마우스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손목에 부담을 덜어준다는 말에 혹해서, 까짓거 한번 질러보자 하고 지른 놈이, 이놈이었습니다. 2006년 4월에 59,000원에 샀네요. (... 이때는 쌌었는데.... 흑)
Evoluent 사의 vertical mouse 2.
초반 적응은 확실히 힘들었습니다. 당시 사용하던 마우스보다 가벼웠던 것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각도로 마우스를 움직이니 포인팅도 어색하고, 버튼 누르는 것도 이상하고. (이때 포기했으면, 마우스 고르는게 그렇게 어려워지지 않았을텐데....)
... 한달쯤 써보니까, 점점 편해집니다. 정확히는 다른 컴퓨터(ex. 피시방)를 쓸 때 손목이 뒤틀린다는 게 확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나서는 버티컬 마우스를 포기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정말 만족스럽게 잘 썼어요.
이 마우스의 단점은, 저 버튼의 은박이 자꾸 벗겨집니다. 에초에 제조상의 결함으로 인정도 했고, 한번 교환도 받았는데, 휠도 고장나고, 벗겨짐이 심해져서 도저히 더 쓰기 힘들어져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이놈.
같은 회사 같은 마우스.... 는 아니고 vertical mouse 4 입니다. 다음 다음 버전인거죠.
2가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걸 구매할땐 정식 수입원도 없고, 외국 가격도 많이 올라서 15만원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샀던 거 같습니다.
새끼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가드 같은 게 생겨서 좀 더 편해졌습니다. 버튼 재질도 바꿔서 벗겨지지 않도록 했는데, 전 쓰다 보니 엄지가 닿는 부분의 은박이 볏겨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아이구야... 한계다 싶을 때 까지 쓰고 바꿨습니다. 좋아했는데.
4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하기 시작할 때가 되니 슬슬 버티컬 마우스도 꽤 많이 나왔더라구요. 해서 이번엔 다른 걸 사 볼까... 하는 생각은 들었는데... 생긴게 어정쩡하거나, 괜히 모양이 더 많이 들어가거나 한 것들이 많아서 이게 뭐야... 하면서 사용기를 뒤졌지만 딱히 맘에 들어 보이지 않던 와중, 깔끔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해서 주문해 봤습니다. 얘도 10만원은 넘었던 거 같아요.
HE mouse에서 나온 무선 버티컬 마우스.
사실 무선이고, usb로 충전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큰 기대는 없는 상태로 주문했는데, 얘가 지금까지 써 본 마우스 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손도 제일 편하고. 가볍고. 지금 집에서 쓰고 있는 마우스 입니다. 지금으로선 다음에도 얘를 쓰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마우스를 사게 된 게 집에서 쓰던 마우스가 고장이 나서... 인데, 제가 집보다 회사에서 컴퓨터를 쓰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집에서 쓰는 마우스는 그냥 평범한 게이밍 마우스... 였는데요, 휠이 살짝 맛이 가서. 마우스를 사려는데, 그냥 적당한 게 없을까 하다가 얘를 골라봤습니다.
하드웨어의 명가 MS 의 Sculpt Ergonomic Mouse
AA배터리 두개가 들어가는 무선 마우스입니다. 덕분에 꽤 무게감이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사용해 보고 있는데, vertical 보다는 덜하지만, 꽤 손목이 편합니다. 저기 파란 윈도우 버튼은 왜 넣었나 싶었지만, 은근히 유용하게 쓰이더라구요.
단점이 있다면, 일단 덜 기울어져 있어서, 일반 마우스 쓰던 사람에겐 적응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장점이, 아예 버티컬을 쓰던 저에겐 부족한 각도로 느껴진다는 점이 있고... 이건 사소하긴 하지만, 책상 높이가 높으면 불편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쓰기엔 불편해서 회사로 가져왔네요. 마우스를 쓸 때 팔의 각도가 직각 정도일 때 가장 편한 듯 합니다.
써 본 트랙볼... 에 대해서도 같이 써 보려 했는데 너무 길어지는 듯 하니 일단 오늘은 마우스만.
결론은 버티컬 마우스 좋아요. 쓰면서 적응될땐 편한지 잘 못느끼는데, 쓰다가 일반 마우스 쓰면 확 느껴집니다.
.... 또 하나의 장점... 이라기엔 뭐하긴 하지만, 일반 마우스 없이 버티컬만 쓰면, 남이 내 컴퓨터를 잘 못만져요. ㅋㅋㅋㅋ
마우스는 소모품인데. 좀 싸기만 했으면 좋겠다. ㄱ-
덧, 이미지 크기들이 들쭉날쭉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