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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ametalk_283398
    작성자 : 티니아
    추천 : 19
    조회수 : 2268
    IP : 58.231.***.66
    댓글 : 175개
    등록시간 : 2015/11/28 01:46:17
    http://todayhumor.com/?gametalk_283398 모바일
    구글 마켓 매출순위 10위 게임으로 살펴보는 국내 모바일 시장 현황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신생 모바일 회사를 다니고 있는 5년차 게임기획자입니다.

     

    첫 회사에 입사하기 직전 도서관 중고책판매 단기 알바하면서 오늘의 유머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오유도 벌써 5년차가되네요.



    얼마 전 이런 게시물이 베오베에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던 망가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24147&s_no=224147&page=1)

      

     

    위 글을 보고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구글 마켓 매출순위 10권 게임을 살펴보기에 앞서 위베오베 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조금 말씀드리자면,

     

    제가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는 시각은 위 만화를 그리신 분과 대체적으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을 유저의 탓으로 돌리는 부분은 보기가 좀 거북하더라구요.

     

    만약 제가 만화를 그렸다면 '다 니네 잘 못이야' 대신에

     

     

     

    '참신하고재미있는 게임 만들고 싶어요ㅠ 유저분들 다양한 게임에 관심을 갖고 많이 많이 구매해주세요!!!'

     

     

     

    라고 적었을 것 같네요.

     

     

     

    그럼 제가 왜 "개발자는 소비자가 주는 사료를먹고 사는 개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한 만화에 공감한다고 했는지

     

    구글 매출 순위 게임을 살펴보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1_26_모바일게임순위.png

    방금 구글플레이에서 긁어온 따끈따끈한 매출순위 입니다

    (어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어제 다 쓰지 못하고 오늘로 넘기는 바람에 어제 날짜 매출순위가 되어 버렸네요 ㅠ)

     

    위 게임들은 개발자로서는 정말 부럽기 그지 없는 게임들입니다만

     

    유저로서는 정말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현실에 눈앞이 캄캄할 정도입니다.

     

    제가 순위 안에 모든 게임을 열심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각게임마다 유저로서 제가 느끼는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 히트 : 그래픽 좋은 레이븐

     

    2. 뮤 오리진 : 뮤온라인을 중국에서 고대로 베껴서 MMO로 만든 후 중국식 유료화모델을 장착한게임

     

    3. 레이븐 : 그래픽 좋은 블레이드

     

    4. 모두의 마블 : 온라인 부루마블

     

    5. 이데아 : 레이븐 신썹

     

    6. 세븐나이츠 : 그래픽 좋은 헬로히어로

     

    7. 프렌즈 팝 : 캔디그러쉬 사가의 카카오 버젼

     

    8. 크래쉬 오브클랜 : SNG 전쟁 게임의 시초이자 장수게임

     

    9. 백발백중 : 프론트라인 코만도를 중국에서 고대로 베껴서 만든 후 유료화모델만 만들어 붙인 게임

     

    10. 애니팡2 : 캔디그러쉬 사가의 애니팡 버젼

     

     

     

    정리해보자면, 국내 구글마켓 매출순위 10위 내에서는 정말 참신하고 독창적인 게임은 '모두의 마블' '크래쉬 오브 클랜' 정도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이 기존에 출시된 게임의 전투를 비슷하게 베끼고, 그래픽리소스만 바꾸거나 유료화를 비롯한 일부만 고쳐서 내놓은 게임들이죠

     

    블레이드를 시작으로 레이븐, 이데아, 히트로 이어지는 액션RPG 게임이 국내 모바일시장에서 초 강세인데

     

    블레이드의 전투는 '이터니티 워리어'라는 해외 게임에 자동전투만 넣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이 다같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아도 크게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많은 분들이 인앱결제로 끝없는 과금을 요구하는 게임을 욕하고, 한번 사면 추가 과금이 없는 패키지 게임이 좋다고들 합니다.

     

    패키지게임 형식인 '유료 게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을 5위까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역시나 27일 기준입니다)

     

     

    1. 마인크래프트

     

    2. 풋볼매니져

     

    3. This War of Mine

     

    4. 마녀의 샘

     

    5. 흡혈귀의 연애방법

     

     

     

    얼핏봐도 참신하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임들이네요.

     

    특히 마인크래프트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게임'으로 엄청 유명하고 오랫동안 유료 인기 1위를 지켜왔습니다.

     

    그럼 소위 유저들이 원하는 '개념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을까요?

     

     

    구글 최고 매출 순위

    11_26_모바일게임순위2.png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바일 게임 하시는 분들 중에 100위권에 어떤 게임이있는지 관심가지신 분이 얼마나 될까요.

     

    오래전에 PC버젼으로 출시되서 이미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있는 마인크래프트가 이 정도인데,

     

    그 아래 소규모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은 대체 몇 위 일까요?

     

     

     

    이런 상황에서 일개 게임 기획자가

     

    "사장님! 저는 무분별한 과금유도 안하고 패키지로 30시간 대박 재미있게 할 수 있는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이번 프로젝트잘못되면 우리 회사 휘청하는데... 직원 30명 생계는 어떡하지...'를 걱정을 하고 있는 사장님 귀에는 이게 말처럼 들릴까요?

    (개가 짖으면귀엽기라도 하지 아마 괴물이 우엉거리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다른 게임을 베껴서 만든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참신하고독창적으로 만든다고 무조건 망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만들던 저렇게 만들던, 게임을 성공시킬 확률은 던파 12강 강화확률만큼이나 낮습니다.

     

    하지만, 기존 게임을 참고해서 만들면 성공할 확률이 '꽤나' 올라갑니다.

    (어짜피 안될거알지만 있으면 쓸 수밖에 없는 '강화 확률 증가 아이템'처럼 말이죠)

     

    사업가나 투자자 입장에서 게임의 개발비용을 대는 것은 '도박'과 마찬가지인데,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쪽을 선호할 수 밖에요.

     

     

     

    투자자에게 우리 회사의 게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블레이드를시작으로 레이븐, 이데아, 히트 같은 액션RPG가국내 모바일 시장의 대세입니다.

     

    저희 회사 게임은 이런 액션RPG를 기반으로 유명 만화의캐릭터를 사용하여 차별화를..."

     

    로 시작하는 PT는 투자자가 관심을 가진 확률이 높은 반면

     

     

    "저희 게임은이때까지 시장에 없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함으로서 유저에게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재미를..."

     

    로 시작하는 PT는 투자자의 관심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죠.

     

    수십년 업계에서 일한 게임 전문가가 와서 봐도 성공할지 못할지 아무도 장담못하는 상황에서

     

    게임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투자자가 '확률이 낮은 도박'을 할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이 시장의 입맛, 투자자의입맛에 따라 잘나가는 게임과 비슷한 틀에 맞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대세를 참고하되 그 안에서 다른 느낌을주기 위해 노력해보자'


    는 분위기의 회사에 입사를 해서 매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위에서 시키는대로잘나가는 게임을 베끼면서 


    '내가 기획자가 맞나...?'라는 의문을 품고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회사에 입사해서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 위에 링크했던만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저가 꿈꾸는과금유도 없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유분들, 게임을 좋아하는 수많은 게이머분들에게드리고 싶은 말씀은

     

    "게임에 계속관심을 주시고, 게임을 많이많이 구입해주세요!" 입니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이 패키지, 콘솔은 쫄딱 망했는데 온라인게임만발전된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소비자인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임 산업이 막 눈을 뜨고 성장하려는 시기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었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 + 게임은 나쁜거야 돈주사다니미쳤어? 란 인식 = 와레즈 불법 다운로드 활성화

     

    라는 개발사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시절 정품게임 구매율이 높았다면 우리나라 패키지 시장도 훨씬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봐요.

     

    버그가 엄청 많았던 포가튼 사가와 당시 안정적인 일본 게임을 비교하면서 


    "상품으로써 가치가 낮았으니 돈주고 살 가치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플레이 했던 유저들 중 반의 반만이라도 게임을 구매했다면

     

    포가튼 사가는 버그가 없는 완벽한 버젼으로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는 오히려 일본 게임 시장과 비교도 안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만큼이나 명작들을 만들어내신 1세대 개발자분들에게 감탄할 따름입니다.

     

     

     

    요 몇년,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서 '게임을 하는 유저'의 영역이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기존에 이미 게임을 좋아했던 골수 게이머분들 이외에 이제 막 게임을 접하는 새로운 유저분들이상당히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골수 게이머들은 한 눈에 '어 이거 해외 무슨게임 베꼈네. 카피게임 KIN'하면서 삭제할 게임을

     

    새로운 유저들은 '오 처음해보는 게임인데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국내 게임 시장이 카피게임에 관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전투가 다 똑같은 블레이드류 게임의 강세도,

     

    '스마트폰으로인해 막 게임을 접하기 시작했지만 구매력을 갖춘 30~40대 신생 유저의 입맛에 잘맞았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골수 게이머였던 저는 "뭐지? 자동전투하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되는데 이게 게임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신생 유저에게는 그 이상 어려운 게임은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마트폰 게임에 가장적절한 컨트롤은 자동전투일지도 모른다'라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접하기 무척 쉽고, 스마트폰을 게임기로쓰는 사람들도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터치 컨트롤은, 키보드는 물론이고 폴더폰시절의 숫자 패드 컨트롤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며 피드백(손맛)이 적습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정확도도 떨어지고 손맛도 없는 컨트롤로 액션게임을 오래 하는 것은 결론적으로부담스러웠던 것이죠.

     

    게임에 오래 접속해 있을수록 과금을 할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은 모바일, PC 온라인게임을 통틀어 당연한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유저를 게임에 붙들어놓기 위해, 컨트롤러의 한계로피곤한 전투를 대신 해주는 '자동전투'라는 기능이 추가되고나니

     

    막상 유저가 직접 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자동 전투를 지켜보면서 아이템파밍하는 게임'이 되어가는 것이죠.

     

     

    그 동안 콘솔/PC 게임에서 전투는 곧 그 게임의 정체성이자생명이었습니다.

     

    전투방식으로 장르를 구분했고 전투가 얼마나 독특하고 재미있는지가 게임의 흥망성쇄를 좌우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자동전투가 유행하고 나니, 전투에대한 중요성이 상당히 낮아지게 됩니다.

     

    초반에만 잠깐 해보고 계속 자동으로 진행할 전투보다 성장 구조, 유료화모델 등이 더 중요해진 것이죠.

     

    때문에 많은 모바일 게임들(특히 중국 게임들)은 새로운 방식의 전투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기 보다,

     

    전투는 기존 게임을 참고하고 그렇게 아낀 개발력을 그 외 다른 부분(그래픽, 성장구조, 유료화)에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저로서 자동전투 게임들이 항상 상위 매출순위를 주도하는 것이 반갑지는 않지만, 이제는 하나의 장르라고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FPS 게임을 하면서 '다른 FPS 게임이랑 전투가 똑같네. 갖다베꼈네'라고 말하기 애매한 것처럼 말이죠.)

     

     

     

    자 이렇게 카피게임들이 판치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안에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바라는 유저가 앞으로의 게임시장의 발전을 위해 해야할 일은

     

    "자신의 취향에맞는 게임을 찾아서 적극적을 구매하는 것" 입니다.

     

    시장은 결국 돈으로 움직입니다.

     

    스팀으로 인해 게임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고,패키지게임 시장도 점점 살아나고 있습니다.

     

    어릴 때 패키지 게임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또 많은 게임을불법복제로 했었던 저는

     

    벌써 30살이 넘어서 매달 모바일 게임에 20만원 정도를 쓰는 중과금 유저가 되었습니다.

     

    유저분들의 관심 속에서 게임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유저들이 원하는 장르에서 매출이 늘어난다면 시장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맘에 안드니까안사!'라는 보이콧도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구매해주시는 것이

     

    앞으로 게임 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PS : 혹시나 게임 개발자로 진로를 생각 중인 분이 있으시면, 덧글로 궁금한 점을 올려주시면 아는 한도내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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