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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duk_283
    작성자 : 석까
    추천 : 29
    조회수 : 3231
    IP : 183.107.***.244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6/03/18 17:09:11
    http://todayhumor.com/?baduk_283 모바일
    한국 레전드 바둑기사들 -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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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펌금지
    20여년 전에 바둑학원에 다녔으며, 현재 기력은 기원1급 정도 되는 평범한 중생입니다.
    기력은 형편없지만 바둑 기사분들의 스토리 및 기풍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아왔기에, 바둑과 친해지고 싶은데 영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나마 글 올리겠습니다..

    기본설명

    대국 시작하고 30수 이전에, 광활한 바둑판 위에 내 돌 몇개를 어떻게 하면 보다 유리하게 배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
    중반
    서로 자기가 생각하기에 괜찮게 포석이 되었다, 하면 이제 비어있거나 허약한 곳을 공략해서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는 단계. 
    만일 둘 중 하나가 포석에서 너무 불리하게 돌이 배치가 됬다, 하면 유혈이 낭자한 칼부림을 관람 할 수 있는 단계.
    종반 및 끝내기
    바둑판 위에 더이상 변화를 이끌어 낼 장소가 잘 안 보이는 단계로, 바둑을 마무리 하는 단계.
    계가
    다 끝났다. 죽은 돌 걷어내고 집 세보자.

    실리
    눈에 보이는 집. 내 돌들로 견고하게 둘러 쌓여 있어서 상대방이 침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거의 확정된 내 영토.
    초반 - 중반에 실리를 추구하게 되면, 상대방 돌은 내 돌 위쪽으로 존재하게 되므로 나는 집을 먹더라도 상대방은 세력을 가지게 된다.
    생각해보세요. 내 돌을 아래쪽 3번째 선에 주욱 늘어놓고, 상대방은 내 돌 위 4선에 주욱 늘어놓으면 
    나는 내 돌 아래 1, 2줄 만큼의 실리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4선에 돌만 늘어 놓았지 5번째 줄 부터 19번 마지막 줄까지 실리를 얻었다
    말 할 수 없습니다. 왜? 쳐들어가면 당연히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두터움 (=세력)
    집은 없지만, 뭔가 튼튼해 보이는 벽 이나 세력.
    상대방이 실리를 추구할 때 그 위쪽에 돌을 두게 되면, 집을 좀 뺐기더라도 내 돌은 보다 중앙 쪽으로 배치가 되므로 힘싸움에 유리하다.
    만약에 두터운 벽과 두터운 벽이 둔각으로 만나서 광활한 영토를 형성하게 되면, 그건 나중에 엄청난 집이 되어 버린다.
     
    엷음 (=/= 실리)
    돌이 튼튼하게 연결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실리를 추구하고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수읽기
    앞에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

    1. 조훈현 (이창호의 스승)

    싸움의 신 이라는 뜻의 전신 별명을 가졌습니다.
    중반전 힘싸움에 굉장히 강하며 (=수읽기가 강하며) 툭 툭 찔러가는 잽이 일품입니다.
    "어 너 여기 허약해. 이거 한 번 맞아봐." 하고 잽을 날리며, 화가 난 상대방이 달려들면 가볍게 업어 메쳐버리는 전투의 신.

    자신의 돌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엷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뚜렷한 공략법이 보이지 않고, 
    조금 엷어 보이다 하더라도 워낙 전투에 자신이 있으니 그만큼 한 발 더 멀리 점프해서 상대방에게 잽을 계속 먹여대는 '속력행마' 가 특기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길러낸 제자, 이창호에 의해 속력행마는 빛을 잃었습니다.
    열심히 잽을 날린 것 같은데... 부처님 돌손바닥에 대고 잽 날려봤자...

    나이도 무시 못합니다. 조훈현 9단은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그러들어가는 불꽃이었으며, 이창호 9단은 이제 막 만개하는 국화였으니까요. 

    2. 조치훈 (조훈현의 친구, 라이벌)

    폭파 전문가. 실리를 굉장히 추구합니다. 고바야시 9단과의 '목숨을 걸고 둔다' 는 구글 확인해보세요.
    "그래 나 집먹을게, 너는 세력 먹어."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세력을 쌓고, 후에 이 세력이 광대해져서 집으로 변신하려고 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툭 하고 쳐들어가서 모조리 폭파해버리고 그 안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낳고....
    실제로 그리 하여 박영훈 9단을 격침하고 세계대회 우승을 했답니다.

    3. 유창혁 (조훈현, 이창호와 3대 천왕을 이루었던, 세계 최고의 공격수, 일지매)

    유려하고 멋진 공격 감각이 일품입니다. 뭐랄까. 조훈현은 끊임없이 스탭 밟으면서 잽 잽 날리는 스타일이면
    유창혁은 마치 커다란 매가 양을 사냥하듯이 멋들어지게 세력을 촤아아악 형성하고 크게 씌워서 포위하는 스타일.
    상대방은 죽음의 공포 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유창혁은 아주 잡을 생각 없이 요리 조리 몰아가며 이득을 보고 바둑을 이겨냅니다.
    그러다 상대가 개기면 아주 그냥 잡아버리는 것이죠.

    해설에서 본인이 형세판단, 수읽기가 약하다고 했다고 진짜로 믿으면 안됩니다. 다른 초일류 기사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에요.

    자신의 바둑 전성기를 조훈현, 이창호와 같이 보낸 기사로 세계대회 우승도 심심하지 않게 하고 이창호, 조훈현도 심심하지 않게 이기고 했답니다.

    4. 이창호

    신산. 끝내기의 신.
    사실 끝내기의 신이 아니라 중반전의 신입니다. 중반전 부터 현재 누가 얼마만큼 유리한지 계산서를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더이상 손해 안보고 
    이대로만 끝까지 유지하자 하는 마인드입니다. 포석 - 중반전에 "어 내가 엄지손가락 손톱 만큼 불리하네?" 느낌이 오면 고거보다 조금 더 어떻게든
    이득을 보고, 그 차이를 100수 200수 이후까지 유지해버립니다.

    미친거죠.

    그래서 상대방은 "우와 나 진짜 잘두는 것 같아! 내가 이렇게 쳐들어갔더니 이창호가 물러섰어! 이 바둑은 이겼어!!!! 냐하하하!!!"
    하고 계가를 해보면 1집 반집 져있고... 이미 이창호는 100수 150수 이전에 이런 미래를 예견 한 것입니다.
    이런 패배를 계속 하다 보면 그 어떠한 바둑기사도 멘탈이 온전 할 수 없습니다. 뭐랄까. 부처님 손바닥 느낌이랄가.
    실제로 이창호가 폐인 (오덕후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망가졌다는) 여럿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의 마샤오춘 9단입니다.
    상대 전적이 1승 19패던가... 마샤오춘이 난 진짜 잘 둔 것 같은데 꼭 진다... 란 패배의식에 젖어서 두 번 다시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중반전에서 손톱 만큼 이창호가 유리한 상태로 끝내기 단계에 돌입하면 그 어떤 바둑기사도 절대 never 역전을 시킬 수 없었습니다.
    왜냐? 이창호의 특기가 끝내기 묘수거든요. 교과서에도 없는 묘수 및 수순으로 딱 1집, 2집 더 이득을 취하면 그것은 그냥 끝난 바둑이죠.

    이창호 본인의 성격은 사실 굉장히 불 같은 성격이나, 바둑 기풍은 저래 돌부처 스타일이었습니다. 내면의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참고 두는..
    실제로 이창호 9단이 30대가 넘어가면서 계산력이 어린 기사들보다 떨어지게 되자, 굉장히 치열한 바둑도 마다하지 않고 두기 시작하는데
    그 전투력도 평균 이상입니다. (역시 나이가 문제군요... 크흑)

    5. 이세돌

    조훈현 Version 2.0
    굉장히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수를 추구합니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수읽기와 감각이 동반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약간 전성기가 지났지만,
    10-15년 전 이세돌은 내리막길을 타던 이창호에게 모든 왕권을 접수하고, 세계 1인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답니다.
    이창호 최전성기와 아직 미성숙한 이세돌이 붙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보를 보는 느낌은
    "돌부처 손바닥 위에 젊은 사자가 있다. 예리하게 번쩍이는 사자의 발톱과 이빨로 돌부처의 손바닥, 팔뚝을 긁어서 생채기를 많이 내긴 했지만
    결국 젊은 사자의 손톱과 이빨이 다 빠져버리고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울부짖는 모습..."

    하지만 젊은 사자는 곧 힘과 정신력에서 비약할만한 성장을 하게 되고, 이곳 저곳 낡아서 흔들거리는 돌부처를 마침내 쓰러트리게 됩니다.
    세월이 흐름이지, 결코 누가 낫다고 할 수 없어요.

    기풍은 조훈현의 그것과 비슷하게 빠르지만, 조금 엷지만, 조금 엷어보이지? 쳐들어 와볼래?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중반 몸싸움. 극강의 수읽기. 극강의 끝내기(전성기 기준).
    중국의 구리 9단과 수 많은 명경기를 두었습니다. 최근에 둔 10번기야 둘 다 전성기가 지난 상태에서 Rival match 를 붙인 이벤트성 대국이었고
    실제 구리9단과 이세돌 9단은 서로의 최전성기를 공유했으며, 말도 안되는 멋진 기보가 많습니다.
    우하변에서 40집이 넘어가는 대마가 다 죽어버렸는데, 양 밭전자로 크게 모자를 씌워서 바둑을 역전시켜 버린 그 기보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물론 구리9단의 실수가 있었더랬죠.

    6. 최철한

    대마사냥꾼, 독사.
    중반전의 힘싸움은 이세돌의 그것에 결코 뒤쳐지지 않지만, 공격하는 마인드가 조금 다릅니다. 
    이세돌은 강한 펀치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화려한 기술 (회오리 펀치, 돌려차기, 반달차기) 도 있어서 상대방이 정신을 못차리는데
    최철한은 강한 펀치력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고, 또한 악랄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상대방을 물었으면 턱 힘을 빼지 않고 계속 주먹질 합니다.
    턱힘이 빠지면? 지는 바둑입니다.
    세계대회 우승을 했지만, 약점이 노출되어 많이도 공략당했습니다.
    역시 최철한 전성기에 이창호의 내리막 시즌이 겹쳐서, 이창호라는 돌부처가 쓰러지는 데 가장 많은 공을 세운 바둑기사입니다.

    7. 서봉수

    된장바둑, 조훈현 일생의 라이벌.
    조훈현은 일본 유학파, 서봉수는 토종 한국파, 두 기사가 전성기 시절이 같았으니 이 얼마나 비극인가요.
    조훈현이 탑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그에 의해 수 많은 한국 기사들의 바둑 생명이 끝났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프로의 세계인데.
    하지만 그 바둑 황제 조훈현이 맞서서 독야청청 싸우던 기사가 서봉수 입니다. 
    실제로 조훈현을 상대로 타이틀을 여럿 빼았아 오기도 했지요.

    서봉수의 기풍은 '투박함' 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둑돌이 예쁘게 배치되어야 보기도 좋고 힘도 실리고 후반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 가 정설인데
    서봉수의 바둑돌은 길가의 잡초마냥 일정한 형태가 없이, 단단하고 투박한 맛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풍의 차이 때문에 조훈현 9단이 이리 저리 잽을 날리고, 마치 제비처럼 날라다니면 서봉수 9단은 힘을 비축한다음에 
    바둑돌의 모양과 흐름을 무시하고 우지끈 하고 반격을 하곤 했습니다. 

    전성기 시절에는 세계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했지만, 이창호 9단이 등장하면서 1선에서는 물러나게 되었답니다.

    8. 박정환

    포스트 이창호, 이세돌을 대표하는 현 한국 바둑계의 간판.
    일반적으로 바둑 기사들을 평가할 때 전투형, 실리형 등으로 구분합니다.
    유창혁 같이 두터운 세력을 즐기며 전투를 유발하여 바둑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풀어나가는 기사를 세력형
    조치훈과 같이 짭짤한 현찰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상대방의 세력을 나중에 유린해버리는 기사를 실리형 이라 합니다.
    대개 1류 기사일수록 수읽기가 뛰어나니 타개 (자신이 어려움에 쳐했을 때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 능력) 는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이외에, 초반부터 끝까지 굉장히 균형감각이 뛰어나 극단적인 실리, 극단적인 세력 어느 양쪽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 있게 바둑을 유지하는 타입을
    알파고형(???) 농담이구요, 완성형 이라고 합니다.
    한국 바둑 최고의 완성형 기사는 이창호였으며, 그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가 박정환입니다.

    완벽한 균형감각, 꿀리지 않는 수읽기 및 몸싸움 능력, 전성기 이창호/박영훈에 버금가는 완벽한 끝내기. 그리고 훤칠한 키에 외모까지.
    지금 있는 모든 바둑기사들이 한국의 최절정 고수다 라고 치켜 올리는 박정환 9단.

    하지만.. 선배 승부사들이 지금까지 각종 세계대회를 제패하고 우승을 이어온 반면, 박정환 9단은 LG배 우승 이후로 소식이 뜸하네요..
    콩라인을 달리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한 판의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며, 인생을 걸고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이거 안되면 진다!!!! 으럇챠!!" 하는 승부호흡이죠.
    세계대회 결승전의 박정환 9단의 바둑을 보면,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 과감하게 던지지 못하여 역전당하거나
    상대방이 바둑의 운명을 걸고 던진 승부수에 몸사리다가 명치 맞고 함몰할 때가 빈번히 있어왔더랬죠.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바이며, 분명 더 좋은 모습 보여주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요정도 올려볼게요.
    또 누구 관심있는 기사분 계시면 댓글로 나름 설명 곁들여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출처 본인.
    석까의 꼬릿말입니다
    시계바늘에 의해 구체화되는 존재. 초 단위로 잘려나가는 절편들 하나 하나가 내 시작점이려니
     
    시작점들을 적분하면 걸어온 길이 될 것이나 항상 끝이 정의되지 않았던 부정적분.
     
    예전에는 끊임없이 지워져 나가는 상수들을 보며 슬퍼했지만
    지금은 적분으로 그려지는 선을 바라보며 내 방정식의 의미에 미소를 보낸다. 
     
    나, 여기에 있다.
    2007.02.07 22:43 자작시 - 미분과 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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