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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2828
    작성자 : D.D
    추천 : 2
    조회수 : 752
    IP : 39.119.***.22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2/05/14 00:00:56
    http://todayhumor.com/?phil_2828 모바일
    철게에 읽을거리가 별로 없어서 직접 씁니다 ^^;
    저는 시각문화와 관련된 비평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어느날 TV와 관련된 수업을 듣는 기회가 있었는데 9.11테러사건의 도큐멘트 영상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상황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9.11사건 이후 도큐멘트 영상이 이후 뉴스나 신문, 인터넷 매체에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도큐멘트 영상은 분명 그 사건을 상기시키고 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상의 순기능을 인정하더라도 도큐멘트 영상의 '반복'에 하나의 의구심을 가져보기로한다.
    -혹자의 주장으로는 도큐멘트 영상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복'되는 것으로부터 어떤 것의 '상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은 다음과 같다. '사건의 현재성' 그리고 그 사건에 깃든 '진실된 감정들' 이다. 

    사실 이건 미학적 주제면서 동시에 윤리적 주제겠죠. 영상매체와 윤리성에 관련된 주제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매체의 발달이 인간의 인지와 사고체계, 윤리적 가치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게 깊게 생각해 보진 않았을 겁니다. 물론 여기 계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요.

    그래서 이 상황설정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건에 있어 중요한 것은 '현재성'이다. '지금 이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는 사실은 사건이 인간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만일 사건의 '현재성' 즉, '지금,여기에'가 상실되어 버린다면 사건은 생명을 잃게 된다. 부연하자면 사건이 포함하는 감정들, 분위기, 중요성, 무엇보다도 그 사건과 우리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건과 우리가 공유하는 '동질감'은 중요하다. 우리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도큐멘트 영상으로 부터 어떤 느낌을 받는가. 지루하거나 별로 비참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권태에 가까운 느낌을 받지는 않는가. 분명 우리는 이 사건으로부터 배울점이 많을 뿐더러 더군다나 같은 참상이 되풀이 되는것을 막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가? 

    영상을 보는 우리는 지루하다. 그러나 사실 끔찍하고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영상은 여전히 우리 망막에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의 괴리에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반복'이다. 

    도큐멘트 영상을 촬영한 시점으로부터 지금껏 우리는 그 사건의 '현재성'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 TV, 신문, 인터넷, 인쇄매체 등등을 통해 도큐멘트 영상은 여러 형태로 재생성 되었고 그것을 반복해 왔다. 그로 인해 사건의 '현재성'은 '과거'가 되어버리고 '지금 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전달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 사건이 "지금 여기에 일어나고 있다!" 라고 주장한다면 분명 그것은 '거짓'이며 힘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나 도큐멘트 영상은 여전히 우리 망막에 '지금 여기에 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도큐멘트 영상의 '반복'은 이 처럼 사건의 '현재성'을 훼손하고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며 그 영상의 현재성이 거짓이고 '지금 이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라는 안도와 권태를 불러일으킨다. 분명 그것은 도큐멘트 영상의 반복으로부터 기인하는 하나의 '굴절'인것이다. 

    하지만 '현재성'의 상실이 어떤 윤리적 담론을 낳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의 '기억'과 관련된 것이다. 사건에 대한 한 개인의 기억은 도큐멘트 영상처럼 생생한 현재성을 갖출순 없다. 그러나 상기됨이 반복된다고 해서 기억이 담지하는 현재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큐멘트 영상은 그렇지 않다. 반복되는 순간 '현재성'은 부인되며 사건과 인간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중요한 '동질감'을 잃게 만든다.

    9.11 테러사건의 현재성은 사실 도큐멘트 영상이 담지한 '현재성'에 있지 않다. 9.11의 현재성은 그 사건 이후 미국사회에 집단적으로 남아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놓여있는 정신적 외상과 물리적 외상들, 그리고 직접 그 일을 겪은 개개인의 기억에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9.11 테러사건에 대한 도큐멘트 영상은 이런 진실된 '현재성'으로 부터 멀어져있다. 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영상매체를 통해 반복되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히 스며들 수록 우리는 과거로 치부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거짓만을 피상적으로 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05/14 21:50:04  59.18.***.172  대장부
    [2] 2012/05/16 00:47:03  118.43.***.145  EMi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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