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즈음에 저희집 덕망주 그림 변천사를 올렸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훈련을 했고, 매일 일정 할당량을 채우는 방식으로 연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방법이지만,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트레이닝 스케쥴을 공유해봅니다.
물론 이미 그림에 정통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이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요.
그냥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1. 트레이닝의 흐름(이하 존칭 생략)
우선 트레이닝에 앞서 본인에게 정신교육 시전.
'너는 프로가 될 거야. 고등학생 때 외주 받아서 여기저기 니 그림 거는 것도 꿈은 아니야.
지금부터 시작해서 고등학생이 되면 벌써 5년이나 연습을 한 거지.
스무살이 넘어서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
너는 그 사람들보다 10년은 앞서 가는 거야.
1만 시간 법칙이라고 알아? 뭐든지 1만 시간 정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이론이야.
앞으로 10년 동안 하루에 3시간 씩 투자하면 스무살 정도면 전문가가 되어 있을 거야.
나는 너를 전문가로 만들기 위해서 힘든 훈련을 시킬 거니까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라면 그냥 그림은 취미로만 삼아.'
본인이 OK함.
루미스 책 권함. 인체비례부터 시작하라는 의미였음.
매우 어려워하며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함.
일단 비례만 외우게 하고 루미스 책은 접음.
다양한 포즈가 실린 사진집 두 권 구매.(각각 남녀 모델)
근육의 형태나 기타 등등을 모작하라고 지시.
할당량은 하루에 9장.
팔다리가 어디에 붙어 있어야 하는지 대강 파악됨.
남성의 경우 근육의 디테일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됨.
그러나 대략 2~3개월 간의 훈련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발전은 없었음.
그간 그린 그림들을 모아놓고 무엇이 문제점인지 파악.
일단 선이 너무 흔들리고 있었음.
원하는 선을 한 번에 긋지 못함.
선을 여러번 나누어 긋다보니 그림이 지저분해짐.
근육 모작 종료.
할당량은 그대로지만, 원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함.
단, 포즈는 사진집을 참고하도록 했음.
이 시점부터 선 교정을 위해 선연습 3장, 모작 4장으로 메뉴를 바꿈.
하루에 일정량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정착됨.
안 갈궈도 잘 그림.
클립 스튜디오와 파이어 알파카 중 원하는 툴을 선택하게 함.
하루에 7장(연필), 일주일에 1장(CG, 채색까지)의 할당량을 부과.
시험 기간에는 할당량을 줄임.
그 결과 11월 현재 대략 2시간이면 일일 할당량 작업은 완료.
풀 채색 CG의 경우 5시간 정도 집중해서 작업.
해당 과정이 작년 10월 27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
2. 지도의 주안점
(1) 원하는 선을 그을 수 있도록
자기가 그림을 그려놓고도 선이 예쁘지 않으니 만족감이 떨어짐.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교정 포인트는 원하는 선을 원하는 시점에 그을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었음.
미술학원가면 시키는 선긋기 훈련을 매일 그림그리기 전에 일정량 하도록 지시.
또한 파이어 알파카에서의 손떨림 보정을 일정레벨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게 함.
미도리 후우 책 가지고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하는데, 그림그리기 책 중에 선 연습 하라고 써 있는 책은 그 책 밖에 없었음.
결론적으로 미도리 후우 사마 짱짱맨.
(2) 조언은 강렬하게. 좋은 결과물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기
오랜 기간 그림을 그리면 자연스레 텐션이 떨어짐.
막내의 경우 그게 바로 그림에 나타나는 스타일인데, 그런 경향이 보일 때마다 호되게 꾸짖음.
눈물도 많이 흘림.
대신 질타의 내용은 항상 '내가 니 원래 실력을 아는데 자꾸 이딴 식으로 대강 할거냐?'임.
이렇게 하면 본인은 반박할 말이 없음.
기존에 그려놨던 것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본인이 가장 잘 앎.
반면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에는 어떤 점이 좋은지 조목조목 칭찬해줌
(EX : 이마의 넒이가 이제 적당하네. 속눈썹이 예쁘다. 채색이 잘 됐다 등등)
(3) 멘탈 관리를 철저히
완성되지 않은 그림은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지 못하게 함.
가장 강력하게 금지한 것은 아래의 행위
- 대갈치기 해놓고 '낙서 ㅋㅋ' 이딴 식으로 글 써서 관심 받아먹기.
- 중간 세이브 여러 번 나누어 올리기
- 지적 게시판이 아닌 다른 게시판에 올라온 그림에 대해 함부로 지적하기
특히 미완성의 그림을 올리고 관심 구걸하는 것을 강력하게 금지.
그림은 항상 전력을 다해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리는 데에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서 똑바로 표현하도록 함.
저연령대의 그림 커뮤니티에서 배울 수 있는 안 좋은 습관들을 방지하는 데에 중점을 둠.
제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말은 '다른 사람들이 널 칭찬하는 건 니가 그 사람들보다는 낫기 때문이지, 그림을 아주 잘 그려서가 아니다.'임
(4) 관련 서적은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레벨과 장르를 준비
전문적인 해부학 서적부터 일러스트 몇 장 껴놓고 돈 받아먹는 조잡한 책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하여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함
(루미스, 잭햄, 해부학, 사진집, 연필 소묘부터 돈이 아까운 책들까지 다양하게 구비)
인체의 기본 골격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본인이 해당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면 바로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음.
가끔 본인이 원하는 서적이나 좋아하는 만화책을 살 수 있도록 함.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건 참방참방 수영부)
3. 비고
트레이닝 결과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선 연습이라고 생각됨.
선을 긋는 데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어졌고, 지저분했던 외곽선은 이제 말끔히 사라짐.
200매의 갱지로 이루어진 연습장을 4권이나 비운 것 치고, 인체 사진 모작은 크게 효과가 없었음.
아무래도 초등학생의 이해력으로는 모든 근육의 작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데포르메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듯.
만약 초장부터 루미스 책을 계속 고집했으면 금새 흥미를 잃었을 것으로 예상됨.
본인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시킨 것 자체가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음
(물론 아직 열 두살이니 나중에 장래희망이 바뀔 가능성도 있음)
4. 1년 간의 트레이닝 결과 실력이 상승하는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것들
- 흥미 잃지 않기.(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 선 연습 많이 하기
- 하루에 일정 할당량 정해놓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채우기
- 타인의 무성의한 칭찬에 의지하지 말기.(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그리기.)
이상입니다.
제가 무슨 전문 교육자도 아니고 다소 건방진 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네요.
다른 건 다 제치고, 끈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림 실력 향상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할당량을 정해 놓고 그걸 완성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럼 우리 모두 존잘이 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