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화(愚民化) 정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은 3S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일본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정책이며 12월 12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사용했던 정책입니다. 이미 꽤 유명한 것이지만 3S는 스포츠 (Sports ), 스크린(Screen), 섹스(S*x)의 앞에 세 개의 S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더 정확하게는 집단지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이 집단 지성이 인터넷 시대에서 처음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인터넷은 이 집단 지성의 발현을 빠르게 했을 뿐 그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집단지성은 이미 3000년 도 더 전에 그리스와 로마에서 사용했던 것이고 우리 민족도 몇 천 년 전부터 사용하던 것입니다. 3S 정책, 더 정확하게는 우민화 정책은 이 집단지성이 깨어나는 것을 막는 도구입니다. 전체가 모여 있으면 위대하지만 하나하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요. 그 나약한 개체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책이죠.
1980년대 대한민국에선 온갖 프로스포츠와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운동 경기의 유치가 있었습니다. 또 각종 영화 시장의 개방이 있었고, 제작 장려가 있었으며 성과 관련된 향락 사업이 일어나도록 눈감아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우리나라의 일부 뜻있는 인사들과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고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게 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 이야기했지요? 집단 지성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있던 것이라고. 그렇게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라면 이 우민화 정책도 그 전부터 있던 것을 아닐까 의심되지 않습니까? 사실 이 3S 정책은 이미 2400년 전 로마제국에서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원래 로마는 귀족과 시민이 거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권력을 차지하고 싶었던 소수의 귀족들은 시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계획을 세웁니다. 그것이 위에 말한 우민화 정책의 시초인 콜로세움 정치입니다. 식민지가 늘어나면서 귀족들은 부유해지는데 로마의 일반 시민들은 모든 전쟁에 참여하면서 점점 가난해지고 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불만이 고조되고 급기야 폭동이 일어나기 바로 전 상태가 되었죠. 실제로 몇 번의 폭동도 있었고요. 이에 귀족들이 한 것이 간단한 먹을거리와 쇼였습니다.
콜로세움에선 로마 시민들에게 무료로 쇼를 보여주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었습니다. 싸구려 포도주와 딱딱한 빵이었지만 무료로 제공되었고 이곳에선 연극과 스포츠 그리고 각종 행사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시민들은 그저 콜로세움으로 가서 열광적으로 쇼를 보고 먹을 것을 먹으면 되었습니다. 귀족들은 콜로세움뿐만 아니라 공중목욕탕과 각종 집창촌도 함께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시민들에게 제공했죠. 위에 말한 3S 정책과 아주 유사합니다.
그 결과 독재자를 막기 위해서 집정관을 하나가 아닌 둘을 뽑고, 그 집정관을 견제하기 위해서 호민관을 다시 둘을 더 뽑았던 로마에, 왕을 자처하는 자가 생기면 강력한 방법으로 처단했던 그 로마의 원로원이, 역사상 그 어떤 지도자보다 강한 독재자 ‘황제’를 가지게 됩니다. 아주 막아보려던 시도가 있었지만 이미 마비되어버린 그러니까 우민화된 시민들은 독재자를 물러나게 한 영웅보다 죽은 독재자에 열광했습니다. 실제 시저가 죽고서 로마 시민들이 그랬으니까요. 묘하게 우리나라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재자를 암살한 이가 어떤 말도 못해보고 죽었고 그를 심판한 이에게 열광했던 것, 그리고 그 독재자의 자손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까지.
집단지성이 마비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아주 간단하거든요. 1000년을 성장하던 로마가 황제의 제국으로 바뀐 뒤 200년 만에 망했습니다. 간단하죠?
한 가지 더 재미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우민화 정책은 단순히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정책이 아닙니다. 조금 더 사악합니다.
각종 향락 사업이 창궐하게 해놓고, 그리고 그 안에 허우적거리게 해 놓은 뒤에 그걸 만든 자들이 오히려 야단을 칩니다.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느냐!’ ‘도덕적이어야 한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 ‘올바르게 살자!’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스스로 도덕적 규범의 지도자임을 천명했고, 놀이와 향락에 빠진 로마를 걱정하고 한탄했습니다. 로마인이 모두 가정에 충실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고 주장했습니다. (스스로 공중 목욕탕과 집창촌과 콜로세움을 만들고 운연하면서) 그렇게 도덕적으로 완벽함을 주장했고 그것으로 스스로 절대 선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민화 정책을 펼치는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런 방식을 사용합니다. 국민이 타락하고 향락에 빠지게 해놓고 그것을 야단치면서 건전한 어른인 척 하는 것이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과 더 열심히 일하자는 정권에서 올림픽을 유치하고 야구장에 나타나서 키스를 하고, 자신이 소유한 빌딩에 성매매 업소를 들이는 일들을 했었죠. 뭔가 묘하게 비슷하지 않습니까?
우민화 정책이라는 것은 사실 그냥 사람을 바보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야단치면서 스스로 지배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정책이란 거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매매 업소를 제대로 단속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못할까요? 초등학생도 길을 가다가 어떤 업소를 보면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고 아는데, 정부가 모를까요? 정작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제대로 바탕을 마련하는 일을 정부가 못할까요?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건데 말이죠.
최근 아주 황당한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대학 정문 앞에 붙어 있는 모 정당의 것이었는데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고, 다른 정당은 못해도 자기 정당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 기억이 맞으면 그 정책, 지난 대선에 그 정당에서 주장했다고 대통령 되고나선 나 몰라라 했던 거 같은데 말이죠.(심지어 그런 공약 한 적도 없다고 했을 걸요.) 아이러니컬하게 그걸 그나마 비슷하게 시도한 사람은 시민 대표로 출마해서 그 상대 정당에 입당한 현 서울 시장이었습니다. 그가 그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들고 일어나서 반대한 게 그 현수막을 붙인 정당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뭔 강연을 하기만 하면 도덕적 중요성과 향락산업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냉정하게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특별한 짓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국민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원래 그런 국민입니다. 누가 시켜서 뭐 하던 국민이 아니란 말이죠. 누가 가르치고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 나가고 중립으로 놔두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방향으로 갑니다. 제가 보고 느끼고 겪고 살아온 대한민국은 그렇습니다.
from 무상
사족: 다음 달, 그러니까 다음 주부턴 매주 병법 36계를 연재 하려고 합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해서 설명할 까 합니다. 이야기 자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e스포츠의 게임 내용을 빌려서 할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1회를 할지 2회를 할지는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36계의 마지막 전술인 주위상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전체를 다 한번 설명해달라고 하신 분이 계서서요.(참고로 주위상은 줄행랑 즉 도망치는 겁니다. 각종 만화나 영화 등에서 ‘36계다!’ 라고 하면서 도망치는 것은 36계의 전략 중 마지막 전술이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주위상이기 때문입니다.)
사족 둘: 지금까진 꽤 자유롭게 글을 써왔는데요. 뭔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은 위에 말한 36계이고, 또 하나 더 있는 데 이건 지금 밝힐 순 없을 것 같고요.
사족 셋: 아주 잠시 최면술이나 화술에 관한 글을 써볼까도 했지만, 관뒀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그걸 전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진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거든요. ^_^ [출처] 우민화 정책|작성자 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