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재밌는 기사가 떴다.
주요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된 걸 보니 석유협회에서 기자들 술 한잔씩 사고 보도자료 뿌렸나 보다.
"휘발유 공급가-소비자가 차이 1000원 육박" 아시아투데이 경제 | 2009.04.15 (수) 오전 8:54
<퀴즈>출고가549원+세금.유통마진=1530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생활/문화 | 2009.04.15 (수) 오전 8:50
휘발유 500원에 공급받아 1500원에 판다? 헤럴드 생생뉴스 경제 | 2009.04.15 (수) 오전 7:51
휘발유 공급가―소비자가 차이 1000원 육박 쿠키뉴스 경제 | 2009.04.15 (수) 오전 7:43
"휘발유 공급가-소비자가 차이 천 원" mbn 경제 | 2009.04.15 (수) 오전 7:31
내용은 토씨 몇몇을 빼고는 찍어낸 듯이 똑같다. 일단 기사 내용을 한번 보자.(중간에 있는 국민일보 기사인데 다른 기사도 내용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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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공급가격과 주유소에서 실제 파는 소비자가격과의 격차가 리터당 무려 100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사에서는 리터당 500원에 공급하는 휘발유가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에게는 리터당 1500원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을 보면 지난 3월 한 달간 국내 정유 4사의 주유소 평균 공급가는 리터당 548.78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달 전국 주유소에서 판 휘발유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1530.45원이었다.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소비자가격 사이에 리터당 981.67원이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이같은 가격 격차의 원인이 각종 명목의 세금과 대리점, 주유소의 유통마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는 지난 3월 정유사의 손을 떠나 리터당 평균 548.78원에 출발했지만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먼저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리터당으로 교통세가 514원, 교육세가 77.1원, 주행세가 154.20원, 부가가치세가 129.41원이 각각 매겨지면서 세금으로만 무려 874.71원이 추가됐다. 정유사의 공급가와 세금을 합친 정유사 세후공급가격은 리터당 1423.49원으로 커진다.
이후 대리점과 주유소로 넘어가면서 정유사 세후 공급가격에는 대리점과 주유소의 유통마진 97.24원과 부가가치세 9.72원이 별도로 첨가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는 리터당 1530.45원에 제공된다.
올해 들어 휘발유 가격 구조 추이를 월별로 보면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소비자 가격과의 리터당 차이는 1월 909.07원에서 2월 949.34원, 3월 981.67원 등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석유협회 측은 “휘발유 소비자가격에는 약 60%에 달하는 세금이 포함돼 있어 국제가격이 내리더라도 국내가격에 반영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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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석유협회 측은 “휘발유 소비자가격에는 약 60%에 달하는 세금이 포함돼 있어 국제가격이 내리더라도 국내가격에 반영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세금 및 유통마진은 '정액'이 아니라 '비율'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즉, 원가 548.78원의 휘발유가 1530.45원에 판매된다면 세금 및 유통마진이 붙어서 278.8% 가격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정유사에서 휘발유 공급가를 550원에서 500원으로 내리면 어떻게 될까? 판매가격은 1,377.4원으로 153원이나 떨어진다.
그렇다면 오늘자 국제 휘발유가격은 얼마일까? 석유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09. 4. 15. 현재 국제휘발유가는 배럴당 60.61달러다. 오늘자 환율이 1달러에 1,329원이고 1배럴은 158.9리터니까 계산하면 리터당 506.9원이 나온다. 그런데 이건 국제 휘발유가 석유제품 가격이고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국제시장에서 휘발유를 사다가 국내에 파는게 아니라 원유를 사다가 그걸 정유시켜 휘발유를 만들어내는 회사니 제조원가는 그보다 더 낮을거다. 즉, 국제 휘발유가 리터당 506.9원은 정유사의 마진이 포함된 가격이라는 얘기다. 여기에다가 유통업자, 대리점, 소매점에서 마진을 붙이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유사에서 548.78원에 유통을 시작한단다. 41.88원의 초과마진이 붙은 상태에서 유통이 시작된다. 여기에 %로 세금과 유통마진이 또 붙으니 비싸질 수밖에 없다.
세금과 유통마진 때문에 휘발유값을 내릴 수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에 60%에 달하는 세금과 +a의 유통마진이 붙어서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국내정유사에서 출고가를 국제휘발유가 대비 초과마진분인 41.88원만 내려도 소비자가격은 115.58원이 내려간다. 국내 휘발유값이 비싼 것은 분명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곧바로 반영시키고 내릴 때는 천천히 반영하는 정유사의 책임이 크다.
석유협회는 이런 말장난식 기사로 국민들을 오도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윤리 경영을 하기를 당부한다. 기자들도 아무 생각없이 보도자료만 받고 받아쓰기식 기사를 쓸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 내용을 냉정히 분석하고 왜곡되거나 거짓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찾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진정한 기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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