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에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었다. 

후배들의 소근소근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는가? 불안해하던 그들

나는 애써 말했다. 
야, 사시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붙으면 되지.
정원 팍 줄인다고?
까짓 거 100명 안에 들면 되지. 
너희 고딩때 100등 못 들었냐? ㅋㅋㅋ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나의 죄악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그 동안 나는 
그 치기어린 오만과 허세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몇 점 차이로 낙방하길 세 차례.

1차시험 직전, 2차시험 직전 기간을 가리지 않고 들리는 
공사장 소리
덤프트럭 소리 레미콘 소리 포크레인 소리 
바로 무너져가는 나의 학교 나의 과 소리
어느샌가 철저하게 분해되어
서암관 건물 내에 딱 박혀버린 법대 도서관 정문 

2점 차이 마지막 낙방

원래대로 사법시험이 남아있었다면 
당연히 붙었을 성적표를 망연자실 받아들고
나를 어떻게든 구제해 달라고
지방대 로스쿨에 눈물로 얼룩진 원서를 쓰고

그리고 그 와중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민법 최고 최후의 원칙을 열심히 토론하는 로스쿨생들
10년이나 유예해 줬으면 되었지 왜 지랄이냐고 외치는 그들

아... 
그들이 사랑하는 대로 신의칙
그들이 아끼는 전가의 보도 200-150-100-50
완벽한 신뢰보호.
고마운 줄 알라는 그들의 깨우침을 주는 외침


숨이 턱턱 막히는 동문들의 소식

법 공부가 질렸다며, 
소수점 차이로 4시를 떨어지고선 연락이 끊겨버린 어떤 선배
집이 농사를 짓는데 
한 학기 등록금이 천만원씩 하는 로스쿨은 도저히 다닐 수 없다는 친한 동기
1학년 때 생각 없이 선배들의 달콤한 유혹에 취해 놀다가
정신 차리려고 군대를 갔다와보니 
어느새 학교가 없어져 있더라는 순진한 후배

그 순한 소 같은 잊혀지지 않는 눈망울


망해버린 동아리방
남은 건 중국집 전단과 녹슨 캐비넷뿐


깔깔거리는 소리, 즐거워하는 소리

어느새 50명이 넘게 설로에 입학하는 타대 학부 출신들
서울대 학부 학생들이라면 감히 생각도 못할
강의실에서, 세미나실에서, 휴게실에서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 시켜먹기
여기서 드시면 안 되는데요?
아 빨리 먹고 치우면 되잖아요^^
아무 생각없이 수업시간에 턱 앉아 노트를 펴는데
낭자한 짜장국물 자국에 노트를 버리고 기가 막혀하던 기억


되새겨 보면 
노짱 그가 소리높여 외친 자주 평등
그에 90% 이상이 동조한 15동의 무지한 무리들

서울법대의 영웅이었던 노무현
개룡남 변호사로 대통령까지 일구어낸 입지전적인 남자
법대가 갈구해 마지않는 정의의 구세주
부패한 나라를 뒤바꿀 서민 출신의 투사적 대통령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으면
마치 매국노인 것처럼 몰아붙이던 15동의 분위기

돌아온 건 모교 붕괴

그가 성공한 유일한 정책
로스쿨 제도 확립
어느새 가진 자 위주의 로스쿨

그리고, 동일 학부 출신 3분의 2 이상 못 뽑게 한
서울대를 없애겠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 각하의
마지막 신의 한 수, 포석

그리고 그 유지를 받들어 실현할 문재인 왕수석

서울법대는 쓰레기
이회창 나경원 원희룡 외 수많은 욕먹는 정치인들
떡판 떡검 떡변. 정권의 개들.
그러니 없어져야 하고
최종길 조영래의 이름은 철저하게 묻히고. 

그 평등주의의, 평준화의 은사를 입어
수도 많고 똑똑한 친구들 천지인
서울대 경제학부, 경영대보다도 더 많이 로스쿨에 들어오는
모 학교 모 학과
법오에서도 큰 소리로 선배께 인사드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그들의 철저한 동문회


그리고 어느샌가 법대 주차장을 꽉꽉 채운
아니 교수 주차장까지 꽉꽉 채운 총천연색의 차들, 특히 외제차들
도요타 캠리는 기본이고 BMW 3시리즈, 5시리즈, 
아우디 A4 A5 A6 심지어 포르셰까지
버젓이 자리잡은 그들의 위용

내리는 건 어김없이 
나이 지긋한 교수가 아닌 
새파랗게 젊은 부모 잘 만난 학생들

그들이 점잔빼며 건네는 명함들, 
선명하게 박혀있는 J.D. Candidate
그나마 싼 축이라는 서울대 로스쿨의 등록금, 700+만원


그리고 
법대가 최고인가요? 
그런 덴 모르겠는데, 경영대가 최고 아닌가요? 망한 법대 ㅋㅋ
라고 반문하던 학원의 고3들처럼

서울대가 최고인가요? 
그런 덴 모르겠는데, 연세대가 최고 아닌가요? 망한 서울대 ㅋㅋ
라고 반문할 미래의 학생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우리는 학벌사회의 최대 수혜자니까
경성제대의 후신인 왜곡된 역사의 친일학교이니까
고 노무현 대통령 각하 말씀대로 응당 없어져야 할 곳이니까

서울대는 부패와 비리 정치인들의 요람이고
국민 세금으로 키워진 주제에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쓰레기 취급받는 곳이고 
곡학아세와 성추행이 난무하는 곳이니까

우리는 과거 우리 선배들이 저질렀던 죗값을 부여잡고
모름지기 수장되어야 할
오욕과 수치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후손들이니까

그런데 내가 저지른 죄는 뭐지?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왔을 뿐인데...
아, 예비 기득권이니까 당연히 책임져야 하는구나.

그리고 개인주의로 파편화된 콩가루들이니까.
그리고 우리 서울대생들은 
이번에도 그걸 몸소 증명할 테니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도 한 번쯤은 크게 울 텐데
그저 우리는 다 모범생이니까 

행동할 용기도 없고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것- 노력을 통한 대학 간판
그마저도 빼앗기고
사철탕집 개새끼처럼 끌려가는 수밖에


출신 과를 정치놀음에 잃은 것도 한스러운데
이제 아예 출신 학교까지 잃어버리는구나
비단 출신 학교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 두뇌인 교수님도, 훌륭한 동문들도,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하연도, 추억이 서린 산자락 눈길도

결국 폐허가 되어버린 관악산 자락에는
천 년 고도를 필마로 둘러볼, 

국가를 위해, 아니 계급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모교를 배신한 
의로운 지사 오줌규의 기개만 남아있겠지.

그래도 독재는 타도해야 되니까,
박근혜는 멍청하고 문재인은 노무현의 유지를 계승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