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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8129
    작성자 : RED-VIRUS
    추천 : 238
    조회수 : 13211
    IP : 121.169.***.96
    댓글 : 3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4/10 17:53:38
    원글작성시간 : 2009/04/10 13:26:56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8129 모바일
    잊을 수 없는 주례사
    3 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단다.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RED-VIRUS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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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0 13:28:11  207.216.***.61  FC3S
    [2] 2009/04/10 13:32:33  222.237.***.95  내가..누구게
    [3] 2009/04/10 13:35:07  125.188.***.40  
    [4] 2009/04/10 13:36:20  124.0.***.46  
    [5] 2009/04/10 13:37:25  211.57.***.90  
    [6] 2009/04/10 13:40:27  59.8.***.27  가오리씨
    [7] 2009/04/10 13:41:10  218.235.***.10  
    [8] 2009/04/10 13:42:18  61.80.***.163  그날밤의흥분
    [9] 2009/04/10 13:45:33  203.253.***.58  T뇌운C
    [10] 2009/04/10 13:53:14  121.17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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