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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28048
    작성자 : TLGD
    추천 : 19
    조회수 : 3023
    IP : 112.148.***.93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3/08/04 05:53:14
    http://todayhumor.com/?military_28048 모바일
    해체된 부대, 제 31 유류지원대. 4년만에 다시 가본 그 곳
     
    -들어가기에 앞서-
    본 사진들은 글쓴이 TLGD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글쓴이는 본문에 나온 구 3631부대,구 제31유류지원대 출신입니다.)
    본 사진에 등장한 부대시설 등은 모두 현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 육군편제에 현재 '제 31 유류지원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본인은 군사보안의 영역에서 제외된 것으로 판단하여 본 기물 및 부대시설(?)들을 촬영하였습니다.

    촬영목적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인간이 살던 공간이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던 것과, 
    혹여라도 오유 밀게에서 31유지대 출신자가 있다면 아련한 추억을 함께 느끼고자 함에 촬영하였습니다.

    혹시 현역 간부급 군인 여러분께선 본 게시물이 군사보안의 영역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시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회상에 따른 글 작성이기에 오유 기본어투인 존대어투가 아닌 평어문으로 작성되는 점 양해바랍니다.






    회상,
    2008년 8월 28일 입대한 나는 동년 10월 4일에 울산광역시에 위치해 있던 모 부대에 전입하였다. 

    그곳에서 난 1년여 정도의 시간을 지냈다.
    군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선임들이나 간부들이나 좀 아웅다웅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1년간 다들 친숙해지고 정말 작은 부대 규모 특성상(병사가 30명,울타리 둘레가 750m였으니 말 다했죠...) 정말 한 가족 우리네라는 느낌이 서서히 들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던 바 몇년 전부터 돌았다던 우리 부대의 루머가 현실이 되어 온다고 했다.
    그것은 육군의 편제조정으로 인해 소규모부대이자 격오지부대(???란 생각이 들겠지만 아무리 광역시내 한복판에 있어도 육본에서 볼 땐 격오지 부대라네요...GOP 같은 느낌...?,하지만 취급은 대대급이라 해체 전까지 제가 있던 1년동안 군수사령관-별셋-이 3번 왔습니다...죽는줄...) 인 우리 부대가 해체되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계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상당히 더웠던 기억으로 보건데 아마도 추계진지공사 시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추계진지공사를 한 건 아니다.

    부대 해체 공사를 했을 뿐이다...

    부대 내의 모든 군사적 시설을 없애는 작업을 진행했다. 순찰로의 모든 디딤돌을 회수해서 박살내고 폐자원으로 내고 군수창고의 철재 빔을 모두 해체해서 고물을 팔기도 했다.(판 돈으로 부대단위 회식을 했다.)

    사회에서도 이사는 큰 행사이다.
    하물며 군대에선? 세절 및 폐기해서 없애야 할 자료 및 시설이 한둘이 아닌데다가 그걸 다 병사 손으로 한다. 우리들의 원래 편제는 32명이었으나 해체를 앞둔 부대이다 보니 해체를 앞두곤 신병을 아예 받질 않았다. 그래서 십수명의 병사들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는 그 작업을 다 해야만 했다.

    고생고생하며 한달 정도의 이사 준비작업을 했다.
    이사는 부산에 위치한 모 보급부대의 지원을 받아 이사 당일에 11톤트럭 3대 분량의 짐을 날랐다.관물대 30개를 나를 땐 진짜 죽고 싶었다.
    물론 우리의 종착지도 그곳이었고 나는 그 부산의 부대에서 전역증을 받았다.

    그렇게 이삿날 후발대로 남아 마지막 짐을 다 싣고 우린 그 부대를 떠났다.
    우리가 떠난 뒤, 더 이상 군부대로의 의미를 잃은 그 장소가 어떻게 될지 우린 매우 궁금했다.
    오가는 소문으로는 인근에 위치한 울산대공원의 확장공사로 인해, 부대 부지를 갈아엎고 울산대공원의 일부가 되어 사라질 것이란 말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언젠가 다시 울산에 올 일이 있어 이곳에 들러도 이곳은 더 이상 그 모습이 남아있지 않겠구나...'

    쓸쓸한 기분을 뒤로 한 채 나는 새로이 살아갈 부대로 가는 차 안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뒤로 전역 후, 2013년 6월 말이 되기까지 대략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 곳은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그렇게 잊은 줄 알았다.



    CAM00149.jpg


    2013년 6월 28일, 나는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변하지 않았다.
    단지 변한 것이 있다면...


    CAM00150.jpg

    왠지 정글던젼(?)처럼 변해버린 진입로
    무성한 나무와 풀들이 지난 4년간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CAM00152.jpg

    굳게 닫힌 철문...



    ....이 아니었다!!!
    쇠사슬이 끊어져있었다. 나는 이 시점까지만 해도 들어갈 생각까진 못했었으나 쇠사슬이 끊어져 있는 이상,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너도, 나도!




    CAM00155.jpg

    위병소 근무를 섰던 분들이라면 아실지도 모르는 저것....폐허의 증명이 되어버렸다.



    31oil.jpg
    파노라마 기능이 없는 폰 가지고 5장 찍어서 포샵에서 이어붙인 사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전경이다. 참고로 우리 부대는 이 모습이 부대의 50%다.
    그만큼 매우 작은 쁘띄하고 미니멈한 부대.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서 자체운용이 다 되었다.



    CAM00162.jpg

    저기 보이는 저 통합막사가 우리 부대원 모두가 살던 곳...3개 생활관(1생활관당 병사 10~12명)이 있었고 지통실,지휘관실,화장실,싸지방 등등 있을 건 다 있었다.
    저 조그만 건물에 말이다...물론 건물 전체 중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20% 정도밖에 안되지만 말이다...



    CAM00163.jpg
    수송부 겸 정비반이었던 건물
    참고로 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 바닥은 바로 연병장이다.
    저기서 가끔 미니축구했다.
    당시 유지대장님이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를 하게 됐는데 대장님이 타선에 서고서 경기가 끝나버렸다.
    대장님이 홈런 쳐버리고 나니 공이 부대 밖으로 나가버려서 다신 주워오지 못했다. 그걸로 야구는 끝이었다. 그렇게 좁다.




    CAM00166.jpg
    취사장 내려가는 길
    저 시멘트 계단 아래에 왕개미 군락이 산다. 짬 모은 걸 저 계단 통해서 위로 올려서 짬수거차에 싣곤 했는데 이따금 짬찌끄레기같은 걸 흘리면 개미들이 다닥다닥 몰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CAM00175.jpg

    BOQ였던 건물
    참고로 바닥 저거 원래 시멘트 포장 바닥이다. 흙같은 거 없다.
    그걸 덩굴식물이 저렇게 다 뒤덮었다. 이건 약과다.


    CAM00182.jpg

    앞의 BOQ가 약과인 이유.
    탄약고 진입로 및 탄약고,탄약고 초소이다.

    탄약고는 아예 보이질 않게 되었다. 초소 왼쪽에 식물로 뒤덮인 저게 탄약고다.





    CAM00183.jpg

    탄약고 초소.
    초소로 올라가는 계산을 비롯해서 사람 몸이 보일 모든 부분이 다 덩굴식물에 뒤덮였다.
    천연위장 돋네
    역시 탄약고는 보이지 않는다. 대박...

    왜 그렇게 제초를 하는건지 절실히 느꼈다. 군대의 식물들은 장난이 아니다.




    CAM00186.jpg

    조금 더 접근해보니 뒤로 탄약고가 보이긴 보인다. 그럼 여기 기둥같은 거에 뒤덮였단 건데...이 기둥같은 게 뭐였는지 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체가 뭘까?



    CAM00187.jpg

    다시 초소 클로즈업
    무시무시하다.


    CAM00189.jpg

    마지막으로 막사 뒤편에 있는 테니스장 겸 풋살장으로 쓰던 공간
    테니스장이긴 한데 테니스 채 따위 있을리가 만무...

    주말이면 맨날 여기서 풋살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이 이렇게 되었고 내가 이렇게 이걸 찍을 줄이야...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떤 장소에서 지내다 간다.
    평생을 한 장소에서만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대한민국 남자라면 이렇게 군부대라는 갇힌 공간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다 간다.
    그래서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 곳은 기억에 남게 된다.

    보통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억에 남아있던 모습이 그대로 지금 있을 병사들이나 간부들, 건물들에 의해 보여질 테고 그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일 수 있는 군생활의 기억을 되뇌이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돌아와서 후임들,후배들에게 간식 쏘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필시 그 고생을 공감하기에 그러리라...


    난 그럴 대상이 없다.

    지금 그곳엔 아무도 없다.
    지금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그 곳에 있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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