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좀 넘게 만난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이제 두어 달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하지만
서로 너무 달라서, 그리고 제가 그 사람을 정말 결혼할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졌습니다.
남자친구는 건실한 사람이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래서 더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나만 좀 더 버티면 되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등등 막바지엔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결정적으로 이별을 결심하게 한 생각은 (남자친구가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화내겠지만)
'이 사람은 내가 주는 사랑보다 더 사랑 받고 존경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가 좋은 사람인 걸 알고, 당연히 좋아하기도 많이 좋아했어요. 사랑한 시간들도 있었지만 점점 제 사랑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고, 초조했어요. 남자친구의 '사랑해'에 나도 '사랑해'로 답하는 게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졌고, 제 사랑이 부족해서 그 빈 자리를 채우려 남자친구에게 더 많은 사랑과 희생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남자친구도 당황스럽고 힘들었을 거에요.
제가 사랑이 부족해도 그만큼 자기가 노력하겠다고 말하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이 그렇게 저에게 평생 이 정도 사랑만 받으면서 살 사람이 아닌 거 같더라구요.
물론 가장 좋은 해법은 제가 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는 거였을텐데... 그게 잘 안 됐어요. 결혼을 생각해보니까 함께하는 미래가 잘 안 보이고, 점점 잘 안 될 거 같더라구요.
그냥 제가 그 사람 짝이 아닌데
중간에 어쩌다 저를 만나 평생 함께 할 줄로 믿어버린 것 같아요, 그 사람은. 그게 마음이 아파요.
그 사람이 가장 원했던 '나'의 사랑을 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
그 사람이 자기 짝 만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사람 자체로 마땅히 받을 수 있는
사랑, 존경 다 받으면서 행복하게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그 생각에 힘입어(?) 헤어졌어요.
힘들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다도 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으니 적어도 내가 힘들어할 염치는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 해나간 것 같아요. 잘 선택한 거라고.
그런데 참...
처음엔 오히려 괜찮더니 갈 수록 점점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네요.
그러고서 오늘 문득, 그 사람과 함께였을 때의 저 자신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잘 선택한 거 맞겠죠?
지금 이런 감정이나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거겠죠?
이제와서 흔들려봤자 뭐 어떻게 되돌릴 수는 없지만...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