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도로교통법 위반…안전상 위태로운 연출”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출연진들을 트럭 적재함에 태워 법정제재 ‘주의’ 조치를 받았다. 심의위원들은 “안전상 위태로운 연출”이라는 데에 입장을 같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4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1박2일’은 지난해 12월 21일 마라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트럭 적재함에 김주혁·차태현·김종민 등 출연진을 탑승시킨 채 운행하게 해 <도로교통법> 위반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KBS 측은 “문제가 된 차량의 경우에는 적재함에 사람이 탑승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는 KBS 유호진·최재형 PD가 출석해 “합법과 불법을 따지기 전에 그 부분에 대해 불편해하실 수 있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걸 간과했다”며 “그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이미 지난 시즌에서 출연진의 트럭 적재함 탑승으로 인해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유 PD는 “6인승 농업용 차량으로 특별 제작된 트럭을 발견했고 (적재함에)탑승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방송에 쓰기에는 좋은 것 같아서 법령을 세심히 알아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KBS는 2013년 9월 12일 해당 차량을 ‘1박2일’ 출연진들을 태우려는 목적으로 구입했다. 트럭 적재함에 출연진이 탑승한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받지 않았다.

'1박 2일'의 경우 겨울 추위를 이용한 장면에 대해 '가학성 논란' 역시 벌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재형 PD는 “예능 프로그램은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가학성이 담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PD는 “출연자 안전이 최우선이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과 관련해 심의위원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3조(법령의 준수)와 제36조의2(가학적·피학적 묘사)를 '1박 2일'이 위반했다고 판단해 법정제재 ‘주의’ 조치했다. 특히, 같은 내용이 한 차례 지적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화물차 뒷좌석에는 사람을 못태운다는 것을 아니까 KBS에서는 꼼수를 써서 회피해보려고 92년식 차량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법률가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도로교통법> 상 못 태운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을 것이다. 이미 행정지도를 받은 경력이 있다는 점과 안전상 위태로운 연출이라고 생각해 ‘주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제재 ‘주의’(벌점1점)는 방송사 재허가 시 감점 대상이다.

김성묵 소위원장은 “의도됐건 아니건 차량을 구입할 때 전후 사정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며 ‘주의’ 조치에 동의했다. 고대석 심의위원 역시 “일부러 차를 구입했다는 것이 안 좋다”고 발언했고, 장낙인 상임위원 역시 “차량도 문제지만 가학성이 있다”고 입장을 같이했다.

한편, 박신서 심의위원은 “의도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비포장도로가 아니었다”며 “본인들도 법령위반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한 번 더 ‘권고’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 소수의견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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