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까놓고 보면 세상에는 미스테리 따위는 없는 셈입니다.
일본과 한국, 중국은 같은 한자 단어를 놓고 그 발음이 그대로 옮겨지면서 각국 언어에 맞게 적응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발음이 같은 경우도 있죠.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만 비교해보면, 한국어의 한자 발음이 종성과 중성에서 매우 제한적이다보니 이것이 무너져 일본어로 정착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이 가능한 것들이 널려있죠.
아예 일본어는 기원적으로 한국어와 동계라는 설도 있습니다.
영어나 불어, 독일어 따위의 유럽의 언어들끼리의 유사성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사족을 붙이자면,
한국어가 알타이 어족이라는 가상의 언어군에 속한다면, 영어 따위의 유럽의 언어들은 인구어족에 속합니다.
유럽 언어의 대부분의 기원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출발했다는거죠.
그런데,
이러한 언어 체계와 계통도 상 고대 바빌로니아와 바벨탑 전설의 설정이 잘 맞지 않죠?
인도에서 발생한 언어 체계인데 뜬금없는 중동이라니...글쎄?
(가엾고 딱한 방송이로다!)
그리고 방송에서 예로 제시되었던,
엄마, 아빠 / 마더, 파더 / 마마, 파파
하는 것들은 모두 같은 의미의 비슷한 발음이기는 하지만
모두 초성이 순음이거나 전체적인 발음상 순음과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훈민정음에서 순음, 반치음, 하는 것들을 들어보셨을텐데,
순음은 바로 입술소리입니다.
그리고 입술소리는,
가장 발음하기 쉬워 아기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발음이죠.
엄마, 아빠를 음마, 빠빠, 등으로 아기들이 발음하시는 것도 보셨을테고,
응가, 맘마라는 우리 말이라거나 푸, 피라고 하는 영어에서의 대소변 발음도 아실텐데요.
어린 아이의 언어 체득상 순음부터로의 습득은 필연적이고,
이러한 성격 탓에 서로 다른 계통의 언어끼리도 같은 순음이라는 한계 하에, 또한 어린 아이의 필요성의 문제에서
같은 의미의 비슷한 발음이 발생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 밖에도
각 국 간의 언어 전파라던가, 언어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어 온 부분을 감안하면 이상할 일도 아니라는 거죠.
다음으로는,
과연 바벨탑이 기독교 경전에 기록된 것처럼 신을 모독하는 의도로 지어졌느냐는 문제가 남아있겠네요.
바벨탑 전설의 오랜 모티브를 준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지구라트는 마르두크의 지구라트라고 하는데,
지구라트 대부분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만,
위에서 제시한 복원도에서 보았듯
완전한 형태에서도 크기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엥?
이제 인간이 신을 넘어섰어, 하는 의도로 하늘의 신을 찌르듯 건축한거라며?
아닙니다.
그만한 높이가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 종교인들은 실제 높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신을 모독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는 건축물이었기에 신벌을 받은 것, 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거죠.
(네부카드네자르 2세/느브갓네살 2세 曰, 내가 지구라트를 좀 지어봐서 아는데...오해다. 잠시만 기다려달라.)
앞서 말했다시피,
바벨탑이 신을 모독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기독교 경전에 의한 것입니다.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의 후손들인 지금의 중동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쾌해하죠.
애초에,
바벨탑이라는 단어조차 바빌론에서 무리하게 따와져 만들어진 단어가 아닌가 여겨지고 있으며,
이러한 곡해가 실리지 않은 실제의 발음은
바브-일,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신들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곳'
이란거죠.
그러면 누가 이러한 정 반대의 곡해된 내용을 퍼뜨리거나 기록했는가,
하면
역시나 원작자인 유대인들의 소행을 따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바빌로니아에 잡혀간 유대인 노예들의 수는 상당했다고 하는데,
개뿔 욕만 나오는 모래밭에 천막 쳐놓고 사는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바빌로니아 문명의 건축물이 컬쳐쇼크 그 자체였다는 거죠.
아마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그들이 바빌로니아로부터 탈출해 돌아왔을 때 전해준 이야기 내용들이 상상에 의해 부풀려지면서 그러한 형태를 띈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에는 왜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고 있는가 하면,
우선은 바벨탑 전설에 대한 흥미 본위적인 접근을 일단 짚을 수 있겠죠.
다음으로는 미/중동간 대립, 그러니까 민족과 국가, 전통 문화 방위를 위해 결집한 회교도 세력과 미국과 유럽 연합의 기독교 세력의 대결 구도에서
기득권을 가진 서방세력의 문화가 우위를 점하고 악역을 넘겨주어 점철한 문제도 있을 겁니다.
또 한가지가, 르네상스 이야기를 거론할 때 들었던 것처럼
근본주의적 종교인들에 의한 문제인거죠.
물론 그네들의 종교 교리상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단순한 민담이나 신화 등의 고전문학적인 입장으로 접근, 감안해야 할 부분을 신에 의한 실제의 역사로 고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지나치다는 겁니다.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의 시야를 가리는 데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이번엔 특히 이 경우.
인간을 위한 종교로 만들어 가느냐,
종교를 위한 인간이 되고 마느냐,
이 모두가 사람 손에 달려있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인간은 너무도 오랜 세월을 맹인처럼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