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의 연세에 야권 단일 후보 선거 유세를 함께 하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월남 전 참전도 하셨네요.
젊은이들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 계셨네요.
진정한 원로, 어른이십니다.
(사진까지 같이 올리기는 좀 어렵네요.. 아래글이 원본입니다.
http://v.daum.net/link/7277590 여론조사를 보면 50대 이상 연령층의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노년층의 투표성향이 보수적이라곤 해도 너무 압도적이다. 노년층의 다수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젊은 층들도 보수화 되어 간다는 요즘, 진보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까지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인천 남동구청장 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인 배진교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는 ‘실버 유세단’이 그들이다.
대단한 일도 아니라며 굳이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으시다던 실버유세단의 이선생님(66세)을 만난 건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 토요일(29일)이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이하 ‘이선생님’으로 표기함) 상대적으로 젊은 운동원이 많은 야권후보의 사무실에서 백발의 이선생님을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노인들 표 가져와야 야당이 이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노인정들이 문을 안 여는 날입니다. 그래도 혹시 노인들을 만나는 일이 있을지 몰라 나왔다. 일요일인 내일도 나올 생각입니다.” 토요일까지 선거운동을 하시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느 운동원들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노인정들이 쉬는 날이니 사무실에서 좀 쉬시라는 만류에도 어깨띠를 메고 선거운동을 나가신다고 해 그 뒤를 따라다녔다.
두 시간 남짓 주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선거운동을 하시는 모습에서도 열정은 그대로 이어졌다. 거리에서 만난 다른 당의 선거운동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명함이나 나눠주는 정도인데 반해 선생님은 계속 아파트 단지 곳곳을 돌아다니셨다. 잠시 쉬는 시간에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도 주민이 지나가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선거운동을 하셨다.
“나를 포함해서 4명의 노인들이 같이 움직입니다. 경로당, 노인정 같은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돌며 후보를 홍보하고 지지를 부탁하고 있습니다”고 실버유세단을 소개한 후 곧바로 “노인들의 표를 많이 가져와야 야권후보들이 당선됩니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노인들을 한분한분 만나고 있습니다”며 실버유세단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한다.
"야권 단일화에서 희망을 봤다"
나이 드신 분이 젊은 야권후보의 선거운동을 한다니 원래 시민사회운동을 하신 분이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제가 30여년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했습니다. 그리고 남동공단에서 4년정도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경비일도 했구요. 직장 그만두고 소일이라도 하려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땄죠. 나이도 있고 야간근무하는 일을 하면서 따느라 30개월이나 공부를 했습니다.”며 평범했던 삶의 이력을 들려주신다. 그런 이선생님이 선거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83년도에 인천으로 이사 와서 30여년을 살았어요. 과거에 군사독재가 싫어서 사회의 양심적인 사람들,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후원하다 보니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를 했어요. 여야가 1:1로 싸우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겠다 싶었고 거기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이선생님을 선거로 불러낸 것은 야권단일화였다. 특히나 보수정당의 오랜 집권이 이어진 인천의 상황도 한 몫을 했단다.
북풍이니 여당? 나도 참전군인이다!
정말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노년층의 현장정서를 물었다. 역시 북풍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천안함 같은 사건이 터져요. 50대 이후의 사람들, 6-70대들은 천안함 같은 이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과거 반공교육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어요. 그러다보니 보수정당의 북풍논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언론에서 하도 떠드니 선거운동을 나가서 만나는 노인들도 이 이야기를 많이해요. 그럴 때는 천안함과 지방선거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맙니다.”
최근 보수단체, 특히 노인단체들의 자기주장 방식이 과격하다. 폭력적 언사도 모자라 폭력적 행동이 돌출되는 경우도 있다. 노인정을 돌다가 격앙된 상황을 만나지는 않는지 물었다.
“나잇살 먹고 새파란 애들 선거운동이나 한다는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그럼 지금 늙은 정치인들이 잘한게 뭐 있나. 그들이 정치해서 살기 좋아졌나고 받아칩니다.”는 그는 “그래도 반공이니 안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걸 보여줍니다”라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꺼낸 것은 참전유공자증이었다. “천안함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화를 내는 노인들에게는 ‘내가 군대생활만 42개월 했다. 베트남전까지 다녀왔다’고 밝히고 그런 전쟁이 또 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 그 동년배이기에 가능한 대응방법이다.
자기 잘난 사람보다 남 잘나게 해주는 사람 뽑아야
지지하는 후보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 40대 초반의 젊은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만큼 지지후보를 고르는 남다른 방법이 있는지 궁금했다.
“지차체장이고 교육감이고 후보들 경력을 보면 거의 박사니 뭐니 자기 잘났다는 경력, 사장이니 뭐니 자기 한 몸 잘 살려고 발버둥친 경력들 뿐입니다.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했다는 경력이 없습디다. 많은 후보들 중에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구청장이 되고 교육감이 되어야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일 그게 공직자 아닙니까? 시민단체나 전교조 같은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어야 해요.”
노인들, 젊은이들 위해 올바른 족적 남겨야
아파트 단지들을 돌다보니 점심때가 됐다.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다며 선생님이 기자를 데려간 곳은 김밥천국. 이곳이 라면을 잘 끓인다며 김밥과 라면을 시키신다. 자식뻘의 기자에게도 체면치례 없이 라면 한그릇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시는 선생님께 젊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비결과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제가 퇴직때까지 젊은이들과 어울려 영업일을 했습니다. 영업대상으로 만난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이었구요. 그때부터 내가 노인이라고 자기 고집을 부리거나 자기 목소리만 키우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젊거나 나이를 먹었거나 어울려 사는 거지 누가누구를 훈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젊은이들은 사회정의가 뭔지 생각하고, 또 불의를 못참는 의협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처럼 강자편에 서면 나라가 제대로 되기 힘들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매일같이 노인분들을 만나시는 선생님께 동년배의 노인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으신지 물었다.
“요즘 나이먹은 사람들이 남을 배려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불리한 것은 못 참으면서 불의는 참죠. 불의는 못본체 하면서 불리한 것은 목청을 높입니다.
노인들이 나라의 장래를 길게 보고 함께 걱정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국토보전이라든지 통일 같은 것들을 나이 먹은 사람들이 걱정해야 합니다. 자식들에게,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물려줘야 되요. 먼저간 사람들이 발자국을 잘 남겨야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길 가기가 수월합니다. 노인들이 제대로된 족적을 나라에 남겨야 해요.“
한나절 동안 이선생님의 선거운동을 따라다니고 선거 사무실로 돌아왔다. 무더위에 장시간 걸어다니시느라 힘이 드렸을텐데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기자에게 음료수를 챙겨다 주신다. 물론 “배진교 후보 이야기도 잘 써줘요”라는 부탁도 잊지 않으신다.
요즘 선거를 두고 ‘세대간 대결’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언론들도 있다. 그만큼 젊은층과 노년층의 투표성향이 극단적으로 나뉜다. 하지만 어느 당도 노년층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젊은 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음에도 투표성향이 갈리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불리를 못참는 것과 불의를 못참는 것으로 투표성향을 분석하는 이선생님의 의견에 공감이 가는 이유고, 선생님 같은 노년층과 자기세대의 이익에 천착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길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