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해보라 하셔서 불가지론자인 제가 성당에 다니는 이유와 더불어 슬쩍 이명박 정부를 관용할수 없는 이유를 끼워넣었던 평신도 강론입니다.
정치 얘기가 들어가 있어서 반응이 나쁠것 같아 걱정이 되면서도 나름 용기내어 발표했는데 의외로 좋은 소리 많이 들어서 우리 오유님들 이번 선거 때 주위 사람들 설득하는데 도움될까해서 올려봅니다.
일단 '정치'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마세요. 특히 정치에 무관심하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친구하고 얘기할때는 상대방이 무엇을 가치있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부터 시작하세요. 그러고나서 그 부분이 어떻게 정치와 연관돼 있는지를 공략해야 합니다. ('투표 안하면 무개념' 같은 공격적인 자세는 금물!)
제 강론을 예로 들자면 천주교인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예수님 말씀, 사랑" 같은것들에 비췄을때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님 뜻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지 얘기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는 틀렸다'라고 설득하고자 했던것이죠.
예전에 인터넷에 조선일보만 보시던 할아버지 조선일보 끊게 성공한 글 있었죠? 제가 기독교인은 하느님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활용했다면, 그 글 쓰신분은 '친일'이라면 치를 떠시는 할아버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조선일보를 보는것'이 얼마나 역설적인지를 할아버지께 말씀드린 것입니다.
인간은 항상 일관되 보이고자 하는 본능적인 속성을 잘 활용한 예죠.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도 자기 자신은 항상 '일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에 쉽게 입장을 바꾸지 못하고 그놈의 '체면'때문에 계속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한데 '넌 틀렸어. 내 말이 맞지? ㅋㅋㅋ' 이러면 절대 안되고, '너가 입장을 바꿔도 너는 여전히 일관적인 사람이야'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듣기 전에 나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공감해주고 '내가 너의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해줌으로써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줌과 동시에 상대방은 여전히 일관적인 사람이란걸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죠.
그리고 설득의 또 한가지 중요한 원리가 바로 '주고 받음' 입니다. 일단 내가 원하는 얘기로 시작을 하되, 상대방의 말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세요. 내가 먼저 양보를 하면 상대방도 한발짝 양보하게 되있습니다.
흥정의 원리와 같습니다.
일단 어느정도 세게 불렀다가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것이죠.
자, 주위에 투표 안하겠다는 '쿨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투표하라고 압박하기 보다는 일단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뽑아달라고 얘기해 보세요. 거기서 잘되면 좋은것이고 안되면 한나라당은 뽑지 말라고 설득하다가 그것마저 안되면 끝에가서 제발 투표라도 해달라고 양보를 하는 것이죠.
참 쉽죠? :)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서 속상하다면 '투표'라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을 바꿀수 있는 사람은 평소에 그들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투표'라는 작은 실천 하나가 바로 깨어있는 시민으로 되는 첫걸음이고, 일단 자신의 의지로 투표를 한 이상 앞으로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 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