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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27828
    작성자 : 새벽여명
    추천 : 6
    조회수 : 614
    IP : 119.56.***.12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2/26 15:00:47
    http://todayhumor.com/?readers_27828 모바일
    그 책이 다시 돌아 온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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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하게 독백식으로 서술하겠습니다.

    2009년이 시작되는 겨울 언제쯤이었던것 같다.
    나는 그 당시 행복에 관하여 넓고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무작정 서울로 토플 공부를 하로 올라왔다.
    혼자 좁고 춥고, 오래된 옥탑방에서 자취를 했다.
    누추하고 좁은 옥탑방만큼 내 마음도 좁고 누추해져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녀석도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서 서울에 있었다.
    책 좋아하는 나에게, 그 친구는 책을 한권 사주겠구마 했다.
    반디엔루이스인지, 반딧불루니스인지 모를 어떤 대형 서점에 갔다.
    내가 원하는 책을 한 권 고르라고 했다.
    마음이 누추해져 있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베스트 셀러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맘에 드는 놈이 없는지, 한 참을 구석탱이에 있는 책장들의 책들을 살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안그래도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나에게, 그 책의 제목은 나를 조롱하는 듯 했다.
    뭐 저런 개코딱지 같은 책제목이 다 있나 싶었다. 
    표지에 인쇄되어 있던 작가의 사진은 그 책을 더 싫게 만들었다.
    그저 고약한 영감탱이의 3류 소설쯤 되겠구나 했다.(그 당시엔 밀란쿤데라를 몰랐다.,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에 하나이다.)
    아무튼 좀 가벼워 보이는 그 책에 잠시나마 빼앗겼던 주의력을 철수 시키고, 다른 책들을 다시 훑기 시작했다.
    행복의 지도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 녀석에게 말했다.
    야 나 요새 행복이 좀 필요한데 이거 사줘.
    친구 녀석은 그걸 사줬다.
    행복의 지도의 내용은 뭐 그렇게 특별할 건 없었다.
    그 당시에 나는 그냥 행복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있었고, 우연히 그 제목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별 내용이 없어서 그 책이 좋았다.
    아 행복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거구나 했다.
    그 책에서 기억에 남는건 '몰도바라는 나라의 과일과 채소는 신선하다'라는 것 밖에 없다.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그 책을 행복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고싶었다.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책을 주는 행위 자체를 행복으로 승화 시키고 싶었다.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해서, 니가 나에게 준 행복,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고싶다.라고 했다.
    친구 녀석은 너에게 선물로 준 책이니 니 마음 내키는데로 하라고 했다.
    친구에게 이야기 했다. 이 한 권을 행복 프로젝트의 도구로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이런거였다.
    책 제일 앞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깨끗한 페이지에 그 선물을 준 친구이름과 날짜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아래줄에 내 이름과 받은 날짜와, 한줄 감상평을 적는다.
    그리고 그 책을 그 책이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자신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준다.
    책을 받는 사람에게도 내가 했던것과 똑같이 당신에게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주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그 책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메신져가 될것이다.

    나는 행복의 지도라는 책을 그 당시 내가 가장 사랑했지만, 끝내 고백하지 못한 여자아이에게 주었다.
    그 친구는 그 책을 받고 몇 개월 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나중에 그 책의 행방이 너무 궁금해서 누구에게 주었는지 물었다.
    그 친구는 그 책이 필요해 보이는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부탁한데로, 그 사람에게도 그 책을 읽고 반드시 주변에 그 책이 필요한 어떤 사람에게 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나는 그 책이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언젠가 돌아 오길 기대한다.
    만약 나에게 그 책이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그 책이 돌아오기 3시간 전부터 설레기 시작 할 것이다.

    그 후로도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1년에 한 두 권씩 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어림잡아 10여권의 책을 파송한것 같다.
    오유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한권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위대한 이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그 당시 사랑했던 그 여자아이에게 준 책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나의 행복은 그걸로 완성 될 것이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그 여자 아이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작년 봄에 한 남자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여자아이에게 행복의 지도라는 책을 선물한 그 순간을 스냅사진 처럼 기억한다.
    그 순간이 가장큰 행복이었음을.
    출처 오랜시간 잠자고 있던, 작성자의 추억.
    새벽여명의 꼬릿말입니다
    요즘들어,
    또 누군가에게 
    새로운 행복을 파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오유인이어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 읽는 세상.
    책을 통해 사랑을 전달 하는 세상.
    책 한권이 만들어 가는 기적.
    그거 참 좋지 아니한가?
    나에게도, 책의 입장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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