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어.
무료한 일상에 지인의 홈피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그의 홈피.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서였어.
학교선배이긴 하지만 학교를 다닐 땐 인사만 간단하게 나누는 사이였거든.
다단계 후기를 말끔하게 적어놓은 그의 필력에 호감이 갔고 일촌신청을 했어.
그의 홈피에선 항상 니요의 Mad가 흘러나왔고 그 노래의 전주는 이상하리만치 나를 끌었어.
그렇게 그의 홈피에 방문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그의 대한 호감도 높아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만남을 가져본 적 없던 우리였지만 간간히 있었던 연락 덕에 더 친해졌지.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엮이던 우리의 만남은 학교 근처 치킨 집에서 이루어졌지.
온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떠나고 한참을 힘들어했던 나는 휴가를 빌어 집으로 내려갔어.
(나는 취업과 동시에 인천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집은 시골이었거든.)
휴가 기간 동안 학교에 들렀고 학생시절 친하게 지냈던 선배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어.
그 사람은 친한선배와 동기였고 절친 이었기에 함께 하게 되었지.
나, 조교가 된 내 동기, 친한선배, 그리고 그 사람.
우리는 정말 우연히도 같은 초록색의 티를 입고 나왔고 그 색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같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어.
커플티로 오해받기 좋은 옷이었고 우리사이에는 이상한 감정이 밀려들어왔지.
그 술자리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연락도 더 자주하게 되었어.
그 사람은 나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이야기했지만 지난 사람으로 아파했던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어.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로에게 사소한 오해가 생겼고 그 오해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어.
가끔씩 네이트온에 로그인 되어있는 그 사람의 이름을 보며 몇 번이고 말을 걸고 싶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어.
그렇게 연락을 끊은 지 1년쯤 되던 날 밤이었어.
그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많이 피곤했고 일찍 잠들기 위해 준비했었어.
네이트온을 끄려는 순간 1년 만에 그 사람의 쪽지가 도착했어.
잘 지냈냐며...
그의 쪽지에 난 반가웠어. 오해로 인한 서운한 감정도, 미운 감정도 아니었어. 그저 반가웠어.
그 사람은 인천으로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광주로 발령이 났다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안부를 물었지.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날 우리가 주고받았던 쪽지는 마치 오랜 시간을 두고 만난 연인이 할법한 대화였어.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다시 시작되었어.
그간 우리사이의 빈 시간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더욱 급속도로 친해졌고 결국 서로의 연인이 되었어.
우리는 장애물이 많은 만남이었어. 인천과 광주라는 장거리, 같은 성(姓)으로 인한 부모님의 반대 등의 이유였지.
나는 우리의 절실한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와의 만남을 수락했어.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더군.
절실했던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빨리 식어버렸고 되풀이되는 실수에 나도 서서히 지쳐갔어.
소중했던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자신의 상처만 내세우는 사이가 되어버렸지.
서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곁에 두고 상처만 주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절실했던 우리의 만남은 6개월 만에 끝나버렸어.
그 사람에게서 연락한통 받지 못하고 ‘이별’을 당했어.
서로에게 서로가 너무나 힘든 존재가 되어서였겠지.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난 한동안 많이 아파했어. 시간이 해결하도록 기다리며...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였어. 그 사람이 불쑥 찾아왔어.
자신이 잘못했다며 이제야 그 잘못을 깨달았다며 우리의 만남을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전했어.
나는 또 다시 상처받는 게 너무나 두려웠고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어.
그 사람은 몇 번이고 찾아왔고 정말 간절한 모습이었어. 난 그 모습에 흔들렸고 결국 승낙했어.
승낙을 했지만 나는 너무 겁이 났어.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던 그가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변해버렸었기에 반복되는 것이 무서웠어.
쉽게 그를 믿지 못했고 그는 믿음을 얻기 위해 한동안 노력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그 사실로 계속 괴로워했어.
누구보다 그 사람에게 믿음을 바랐지만 그는 믿음을 주지 못했고 우리 사이는 극에 달했어.
시간을 갖자며 일주일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간 그 사람은 결국 그 말이 마지막이었어.
연락은 오지 않았고 우리는 이별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이 오지 않으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어.
1년 남짓한 시간동안 그 사람이 내게 보여준 모습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또한 연락하지 않았어. 그 사람이 바라는 이별이 이런 모습이라면 그에 응하겠다고 결론을 내렸으니까.
아마 한동안은 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아파하겠지. 하지만 그 아픔은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기에 고스란히 치러야할 내 몫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을 만나면서 나는 아프고 아팠지만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떠날 수 없었어.
이제는 용기가 생겼고 힘이 생겼어. 그 사람을 떠날 수 있도록.
오늘은 누군가가 틀어놓은 노래 목록 중 Mad가 흘러나왔어. 그 노래의 전주가 나오는 순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떠올랐어. 이제는 그가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누군가와 행복하길 바래.
정말 많이 좋아했었다. 내가 아파도 옆에 있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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