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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27661
    작성자 : 라케
    추천 : 14
    조회수 : 656
    IP : 110.35.***.35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3/01/22 22:02:49
    http://todayhumor.com/?pony_27661 모바일
    [자작/팬픽]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9 完

    *읽기 전에.

     

    0화를 보신분도 한번 더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이번편이 좀더 읽기 수월하실 겁니다. 부디 좋은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라케의 '공주님께-' 시리즈의 네번째 장편입니다. 앞 세편을 안 읽으셔도 내용 이해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전편 포탈 : 링크

     

    1편 : 공주님께 알려드립니다. 우린 영웅은 아닙니다.

    2편 : 공주님께 고합니다. 솔직히 그건 아니죠.

    3편 : 공주님께 술 한잔 올립니다.

     

    4편 :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0화

    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공주님께 들려드리니 옛날이야기 좋아하시는지

     

     

     

     

     

     

    푸딩헤드는 눈을 떴습니다. 잠시 눈을 깜빡이고 난 뒤 푸딩헤드는 자신을 점검했습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질척질척해진 개념을 햇빛에 말려 얻어낸 결과는 자신은 지금 현실에 있고, 방금 전 까지 자신은 옛날 꿈을 꿨다는 것이었습니다. 푸딩헤드는 자신을 긍정했습니다.

     

    이곳은 전쟁터였고, 자신은 어스의 늙은 총리였습니다. 푸딩헤드는 자신의 늙은 발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자신이 옛날 꿈을 꿀 만큼 늙어버린 것일까요. 알 수 없었습니다.

     

    하늘은 우중충했습니다. 페가수스들은 페가소폴리스가 멸망한 뒤 차츰차츰 개체 수가 줄어들더니 멸종해버렸고 페가수스의 빈자리는 유니콘들의 마법으로 간신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늘과 마법은 최악의 상성이었던지 하늘은 점점 황폐화되었고 ‘푸르른 창공’이란 그저 늙은이만이 쓰는 고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늘이 그러니 대지 또한 성할 리가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곡식들이 말라 바스라져버렸고, 남아있는 곡식 또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지요. 당연히 식량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어스와 유니코니아는 기아에 허덕이기 시작했습니다.

     

    페가소폴리스를 상대로 연합해 승전한 두 나라는 이제 서로를 향해 악담과 욕설을 퍼붓는 적국이 되어버렸고, 그 감정의 골은 깊어질 때로 깊어져버려 이제는 화해할 수도 없는 공적이 되어버렸습니다.

     

    푸딩헤드는 잠시 유니코니아 진영을 바라봤어요.

     

    그 날의 기억이 자신을 침범했습니다. 클로버의 목은 잘려 연단을 데굴거렸고 플래티넘 공주는 실성해 그대로 허리케인 대장군의 목을 자르고 그 시체를 육시해 바다에 던져넣었죠. 그 머리는 아직도 유니코니아의 깃대에 효시되어 풍파를 견디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그 머리를 자르자마자 영구 보존 마법을 걸어버렸으니까요.

     

    그 표정은 마치 어스와 유니코니아의 미래를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무엇이면 어떠렵니까. 막사의 휘장이 걷어지고 스마트 쿠키가 막사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온 몸에 시체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처참한 소녀였던 스마트 쿠키는 이미 훌륭한 여장군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푸딩헤드. 시간이 됐습니다.”

     

    “... 스마트 쿠키 장군.”

     

    “예.”

     

    “끝나고 드래곤이나 구워먹으러 가지.”

     

    “...그러지요.”

     

    자신을 각하라고 부르지 못해 안달이던 소녀는 이제 자신의 본명을 가볍게 입에 담는 장군이 되었고, 자신은 파멸로 수렴할 것이 뻔한 전쟁을 이끌고 있는 국가의 수상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자신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지요.

     

    “현제 상황은?”

     

    “저지선나무가 아직까진 버텨주고 있지만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곧 저지선나무는 뚫릴 것이고 아마 그 때 곧바로 유니콘들은 정신 착란 마법을 병사들에게 시전하겠지요.”

     

    “광대버섯나무는?”

     

    “저지선나무가 뚫리자마자 유니콘들에게 쏟아질 것입니다.”

     

    푸딩헤드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지선나무가 뚫리고, 그 때부터가 제대로된 전쟁의 시작임이 분명했습니다.

     

    유니코니아는 어스와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마법들을 개발해냈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정신 착란 마법’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마법은 포니를 미쳐 날뛰게 만드는 마법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피아의 구분을 못하는 학살자가 되어버리는 마법이었지요.

     

    처음 그 마법이 발명되었을 당시 푸딩헤드는 아무것도 모른 체 병사들을 진군시켰고 그 결과 일개 대대가 서로를 죽여버리는 끔찍한 경험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스 또한 그에 비견되는 비밀 무기를 만들어냈지요. 이름은 ‘광대버섯나무.’독초로 유명한 광대버섯의 독성만으로 이루어진 열매를 맺는 나무였어요. 그 나무는 상당히 치명적이었어요. 그 열매가 땅에 떨어져 터지고, 그 안에 든 포자들이 공기를 타고 전장을 흐르면 이미 그 곳은 아비규환, 끔찍한 학살의 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마법, 피아의 구분을 짓지 못하게 하는 나무가 만들어지고 나선, 이미 유니코니아와 어스는 더 이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구대천지원수가 되어있었습니다.

     

    이제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은 얼마나 빨리 서로를 멸망시키느냐, 라는 질문이었어요. 푸딩헤드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저지선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온통 가시로 이루어진 저지선나무는 많이 버티는 듯 했지만 그 뿐, 이제 곧 쓰러질 거란 것이 눈에 보였어요.

     

    저지선 나무가 한번 크게 요동쳤고, 쓰러졌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외쳤어요.

     

    “돌격!!”

     

    진격 나팔이 천지를 울렸고 어스포니들이 맹렬히 돌진했습니다.

     

     

     

     

    전황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당장이라도 항복 문서에 낙인을 해야 할 법한 상황이었고 푸딩헤드는 태연히 체스를 두고 있었습니다.

     

    “전황은, 스마트 쿠키.”

     

    “..... 끔찍합니다. 장군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고 병사들은 지휘관을 잃은채로 전장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 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괜찮군.”

     

    푸딩헤드는 나이트를 전진시켰고, 조용히 선언했습니다.

     

    “스모더드 메이트(Smothered mate).”

     

    스마트 쿠키는 푸딩헤드 혼자 두고 있던 체스판을 바라봤습니다. 백색의 킹은 흑색의 병사들에게 둘러 쌓여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 그녀의 말마따마 스모더드 메이트였습니다.

     

    푸딩헤드는 웃었습니다.

     

    “우리랑 상황이 똑같지 않나. 우린 이제 어떤 곳으로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야. 괜찮지 않나?”

     

    푸딩헤드도, 스마트 쿠키도 전쟁이 이렇게 끝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마법으로 철저히 무장한 유니코니아에게 어스가 이렇게 버텨온 것도 푸딩헤드의 놀라운 지략과 나무들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어스도 종말을 맞을 차례가 온 것입니다. 푸딩헤드는 폰으로 툭, 킹을 쳐 쓰러뜨렸어요.

     

    “끝이야. 스마트 쿠키.”

     

    “그렇군요.”

     

    스마트 쿠키는 푸딩헤드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푸딩헤드도 마주 미소 지었습니다. 이제 곧 이 급조된 성채도 부서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칼을 뽑았어요. 푸딩헤드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 마.”

     

    “해야겠는걸요?”

     

    “하지 마, 스마트 쿠키. 명령이다.”

     

    “명령에 불복하겠습니다. 한번이라도 제가 제대로 당신의 명령을 제대로 들은 적이 있던가요?”

     

    푸딩헤드는 눈살을 찌푸렸고, 스마트 쿠키는 이어 말했습니다.

     

    “게다가, 졸보다 먼저 죽는 사령관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각하. 드래곤은 나중에 시간 남으면 잡아먹으러 가지요.”

     

    스마트 쿠키는 웃는 상으로 자연적으로 솟아오른 나무의 성채 벽에 다가갔습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임충(臨衝)의 소리가 거세어졌습니다. 계속해 부딪히던 임충은 급기야 성채를 벌어지게 만들었고 그 사이로 유니콘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빼어올린 칼로 그대로 유니콘들을 베어내기 시작했어요. 뿔을 베여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던 유니콘은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가 떨어졌고, 미친 듯이 돌진하던 유니콘은 목에 칼이 박혀 막혀버린 숨에 꺽꺽 데며 넘어졌습니다. 칼은 수많은 피를 흩뿌렸고 스마트 쿠키는 분전했습니다. 정말로 수많은 유니콘 병사들이 성채앞에 자신의 시체를 바쳤고 스마트 쿠키는 지친 기색도 없이 계속하여 병사들을 베어넘겼어요.

     

    전설이 될 수도 있을 법했던 수많은 유니콘들의 병사들은 무참히 쓰러졌고 그 뒤에 남은 것은 생명체가 내기엔 너무나도 역겨운 냄새였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자신에게 울며 돌진해오던 병사의 두 눈을 이어주었고, 잠시 멈칫했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바라봤어요.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배가 횅하니 뚫려있다는 것만 빼면 말입니다. 스마트 쿠키는 병사의 두개골에 박아넣었던 칼을 놓쳤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눈은 푸딩헤드를 비췄습니다. 아,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스마트 쿠키는 미소를 지으며 쓰러졌습니다.

     

    분전했던 장군의 최후였습니다. 수많은 적들을 베어넘기고 가차없이 적들을 도륙했고, 결코 뒤돌아 보지 않았던 장군의 최후였습니다.

     

    푸딩헤드는 살짝, 옛날의 그녀를 기억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푸딩헤드는 결코 그녀를 사직의 자리에 임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소녀를 이리도 장렬한 최후에 맞게 할 줄 알았더라면 그녀는 결코 스마트 쿠키를 사직의 자리에 임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늦은 후회였습니다. 푸딩헤드는 성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자신의 참람된 육신 하나 지키고자 이를 쌓았다니, 푸딩헤드는 냉소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끝없는 경멸이 밀려오는 듯 했습니다.

     

    “자, 여러분이 고대하시고 갈망하시던 결말이 다가왔습니다. 부디 청중들께서는 조용히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푸딩헤드는 자신의 뒤를 바라봤습니다. 그곳에는 자신의 삶에 언제서부터인가 관람가였던 수많은 포니들이 앉아있었어요.

     

    푸딩헤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자신을 기만하는 기억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죽음으로 몰고 간 병사들의 몰골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달랑달랑하게 잘린 포니부터 심장이 뚫린 포니, 수많은 포니들이 그 자리에 착석해 있었어요.

     

    푸딩헤드는 이제 자신을 이때까지 봐왔던 포니들을 위해서라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푸딩헤드는 행복에 가득 찬 얼굴로 앞을 바라봤습니다. 그곳에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 자신을 노리고 있었어요.

     

    그 창을 든 창병의 얼굴은 푸딩헤드도 잘 알고 있는 포니였습니다. 푸딩헤드는 옛 친우의 이름을 불러보았어요.

     

    “플래티넘.”

     

    플래티넘 공주는 말없이 마법의 창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그 강렬한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렸고, 거대한 마법의 창은 푸딩헤드를 향해 맹진했습니다.

     

    푸딩헤드는 죽음을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끌어안았어요. 약속된 죽음은, 그만큼 편안했습니다.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가없이 이어지던 죽음과 삶의 반복이 끊어지고 그 안에서 맴돌고 있던 수많은 생명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끝없는 생명의 갈망에 생명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어요. 아우성은 분명 소리는 없었지만 그 외침은 짐승과도 같았습니다.

     

    생명들은 죽음과 삶의 연계선을 후려쳤고 삶과 죽음은 기어이 삐걱거리며 결국 무너져 내렸습니다.

     

     

                   는 무너져내리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았습니다. 장대한 무너짐 사이에서,              는 무언가가 번쩍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제대로 보기 위해                   는 그 반짝임에게 다가갔습니다.

     

                        는              을 보았어요.

     

                        또한               을 보았어요. 기묘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긍정했어요. 한참 생명들의 무리에 부대끼며 열심히 삶과 죽음을 무너뜨리던                        와                   도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모두가 모였습니다.

     

     

    모두는 그 삶과 생명과 죽음과 미래와 과거와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했어요. 아주 쉬운 일 이었습니다.

     

    뻔 한 일 이었습니다. 그들은                     였으니까요.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모든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 일이었어요. 무너짐과 추락 끝에서 얻어낸 것은               이었습니다.

     

    그들은 발굽을 맞잡았어요.

     

     

     

     

     

     

    그 날의 ‘거대한 침묵’에 대해선 아직도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혹자들은 클로버가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자 그 미지의 유니콘의 힘이 발휘되었다고 입을 모으지만, 클로버의 답변은 ‘모른다.’뿐이었어요. 그 ‘거대한 침묵’의 중심에 서있던 여섯 포니 모두는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지요.

     

    ‘거대한 침묵’이 후,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우선 세 종족의 공동 개국 선언이었지요. 이는 개국 보다는 오히려 통일이 알맞을 듯 했습니다. 그저 원래 존재했던 세 나라를 합친 것일 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각 종족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던 것들은 모두가 폐기처분 되었습니다.

     

    페가수스의 소닉 레인 붐은 사용 방법 부터 그 모든 것이 전량 소각 되어 이제 그 이름만이 전설처럼 내려올 뿐이었습니다.

     

    어스포니의 살상용 식물들은 그 모든 종자를 다 없애 버렸습니다. 없애는 도중에 몇 종자들이 바람에 휘날려 사라졌다는 풍문이 돌지만, 이제 그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지요.

     

    유니콘의 ‘날개 이상 유발 마법’은 그 마법을 쓸 줄 아는 모든 유니콘들이 망각 마법으로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그 마법서를 불태워버려 이제 어느 누구도 그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화려했던 결혼식이 한 번 있었습니다. 플래티넘 공주와 허리케인 대장군은 그 날 수줍은 신랑 신부가 되었고, 어스의 총리, 푸딩헤드는 짓궂은 주례자가 되어 두 포니의 수줍은 사랑을 놀리는데 그 언변을 사용했었습니다. 팬시는 환한 얼굴로 꽃비를 뿌리며 그 두 사람을 축복했고, 클로버는 질투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군주를 노려봤어요.

     

    몇 번, 클로버를 위한 국가적 혼례행사도 있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그녀의 사랑을 채간 남자는 없었어요. 아마 평생 그럴 것이라고 플래티넘은 악담 비슷한 말을 클로버에게 남겼다는 얘기가 흘렀었습니다.

     

    이퀘스트리아라는 이름의 나라가 플래티넘 공주와 허리케인 부마도위의 이름 아래 왕조로서 태어났습니다. 포니의 세 종족이 처음으로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통일 국가였고, 모두가 그 앞날을 축복했습니다.

     

    이제 그 앞날엔 영광과 축복, 지극한 행복만이 가득할 것,

     

     

     

     

     

     

    어스포니는 경쾌하게 종이 위를 질주하던 팬을 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자신이 써왔던 글을 바라보았다. 자조적 웃음이 조용히 방안을 울렸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가 벽난로에서 울려왔다. 어스포니는 그 글을 움켜쥐었다.

     

    “괜찮지요. 이런 것도.”

     

    그리고는 그대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집어넣었고, 벽난로의 불은 기세좋게 그 글을 집어삼켰다. 잉크와 종이로 이루어진 세계는 불이 붙은 재가 되어 하늘을 향해 나풀거렸고, 어스포니는 그 모습을 보며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이 위안이 되어 자신을 끌어안는 것을 느꼈다. 어스포니는 너무나도 많은 날을 살아왔다. 그 눈에는 수많은 일몰이 넘실거렸고, 그 갈기는 햇빛에 바래 이제 그 색조차 제대로 알아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짝을 잃은 팬이 데굴 굴러 어스포니에게로 다가왔다. 아, 그런 것이었다. 어스포니는 팬촉이 잉크에 젖어 나무탁자를 검은 줄기로 매꾸는 모습을 보았다. 조용한 방안은 이제 팬이 데굴 거리는 소리와 장작이 열성적으로 타오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스포니는 조용히 팬을 움켜쥐고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밖에서는 화려한 눈발이 마치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듯 춤을 추며 내려왔다. 세상의 모든 죄악을, 공포를, 절망을, 죽음을 가리듯 새하얀 휘장은 그렇게 사뿐히 지상에 발을 내렸다.

     

     

     

    어스포니는 그 소박하면서도 장대한 휘장에 또 하나의 팬을 던진다.

     

     

     

    지복에 겨운 세상의 마침표였다.

     

     

     

     

     

     

     

     

     

     

     

    --------------------------------------------------------------------

     

     

     

    공주님께 시리즈 4편이 완결이 났습니다.

     

    그리고, 마침표라는 말을 굳이 넣은것처럼 공주님께 시리즈 또한 이로써 완결입니다.

     

    공주님께 시리즈는 저에게 있어선 참 여러 의미를 가진 소설입니다. 제가 브로니가 되자마자 쓰기 시작한 소설이며, 수능, 대학 입시, 여튼 고등학생이 겪을 수 있는 나름 큰 사건을 같이 겪어준 소설이기 때문이지요. 여튼 제 브로니의 시간과 이 소설은 시간을 같이 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 문장을 적었는지 문장을 보면 새록새록 그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묘하네요. 쓸 때는 이 때에 적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지만 이렇게 막상 쓰려 하니 키보드가 조용합니다.

     

     

    어떠셨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두드리면서 나름 재미있었던 듯 하군요.

     

     

    실망하셨는지, 아니면 재미있으셨는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아무런 감흥이 없으신지.

     

    어떤 쪽이든 이만 부족한 글쟁이 라케는 이만 물러가려 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추천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저에게 늘 과분한 칭찬과 격려를 아껴주지 않으셨던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더 이상 라케라는 필명으로 장편 팬픽은 올라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보자는 뻔뻔한 말이 어울릴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모두 다시 뵈요.

     

     

    뻔뻔한 글쟁이 같으니, 잡문이 길었군요 :D

    라케의 꼬릿말입니다
    <style>textarea{color:#000000; background:url("http://24.media.tumblr.com/8fa7f31df9f2cdf4d2bf793d3d7fcd13/tumblr_mfj1xbvPC51rlczh7o3_1280.png"); border-width:0; border-color:#FFFFFF; border-style:solid;}</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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