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군대가기 전 두 달반동안 드워프 냥꾼을 키웠다.
아침에 여섯시에 일어나서 만원짜리 하나 PC방에 박고 햄버거로 끼니 해결. 13시간 후 집에 가서 취침.
여자친구도 안만나고 매일같이 와우만 했는데,
두 달반동안 내가 키운 케릭의 랩은 40이였다.
인벤도 몰라서 퀘스트의 유일한 단서는 NPC와의 대화였다.
애매모호한 대화는 추측하고..추측하고..ㅋㅋ
스킬도 좋아보이는건 다 찍었다. 컨트롤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뛰면서 뒤점프샷은 혼자 개발했었다..ㅋㅋ
단순한 몹 하나 잡으려고 앞에 앉아서 펫이랑 별의별 약 다 빨아가면서 잡았다.
냥꾼은 혼자서도 잘하니까 왠만하면 저랩에서는 파티가 필요가 없었다..
피리를 불거나 하는 특별한 퀘들은 처음 할 때마다 당황해서 그 퀘를 하고있는 것 같은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보고 하거나 파티를 맺어서 같이 했다. 진짜 유일한 친구는 펫, 밍구였다.
냥꾼 전에 엘프 전사를 10까지 키웠었는데 살쾡이가 그렇게 예뻤다.
그래서 그 살쾡이가 생각나서 레벨 15쯤, 여행을 시작했다.
와우 홈피에 접속해서 엘프 시작지점으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그래서 뛰고 뛰고 배타고 뛰고 뛰고...호드 진영을 지나갈 때 그 두근거림...이게 진짜 와우구나..하는..
아프리카같은 느낌의 색다른 배경과 기린...기린이 진짜 인상적이였다.
길을 모르니 이상한 언덕을 넘고..산넘고..막히고..헤엄치고...해골들 피해다니고...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호드는 없었다..그냥 한 번 죽이고 말았었다.
그래서 그 고생하고 살쾡이를 꼬시고 다시 그 길로 오는데 이삼일 걸렸던것같다.
그 살쾡이를 밍구라고 짓고 (당시 여자친구 애칭...ㅋㅋ) 렙 40까지 데리고 다녔다.
배가 안고파해도 때 되면 고기주고, 강한 몹 잡으면 고생했다고 고기 두 개 주고..ㅋㅋ
(아이구 잘했어 내 밍구~ 라고 중얼거리거나 하진 않았다...ㅋㅋ)
아마 와우사상 그렇게 필요 이상의 먹이를 먹은 펫은 없을꺼다...
전역 후 호드를 해서 지역명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던모로에서 꽤나 북쪽으로 갔을꺼다.
분쟁지역이 내 퀘스트 지역이 되었다...그 중에 작은 얼라마을은 얼라보다 호드가 더 많았다.
호드는 다 죽여야한다는 생각에 만나는 호드는 무조건 선빵을 날렸다.
레벨이 비슷하면 계속 싸우고, 레벨이 높으면 펫 붙이고 총쏘고 그냥 치타키고 튀었다.
그러다 정말 강적을 만났는데, 이 도적 심숑키가(그 때는 도적이란 것도 모름...) 숨어있다가 계속 치는 거였다..
이 때 아마 전체 채팅을 처음 했다. 게시판에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레벨 40대쯤 둘이 도와주러 왔었다. 내가 미끼로...ㅋㅋㅋ내가 죽는 거 보고 둘은 숨어있다가 나와서 죽이는 작전이였다. 그리고 부활하면 또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왠걸..만렙으로 추측되는 애가 와서 우리 셋다 몰살...그 두명은 빡쳐서 본케로 다시 접속했다.
그리고 그 만랩 도적이었던놈을 잡아죽였는데, 그 놈 길드가 고구려..뭐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고구려뭐..길드가 때거지로 나타난것이다. 그래서 우리 만랩들도 길드원 부르고 부르고 해서, 뻥안치고 50명정도가 모였는데, 와...만랩들은 싸우는 범위도 진짜 넓더라.
서로 죽고 죽이고 죽고 죽이고 하는데 그 중에 쪼랩은 나 하나였다.
다 말타고 다니는데 혼자 치타키고 표적찍어줬다.
별로 도움이 안되지만 밍구 열심히 붙이고, 채팅으로 여기로 오세요, 저기로 가세요..ㅋㅋㅋㅋㅋㅋ
결국 수가 밀려서 우리가 먼저 도망갔는데, 그 두세 시간 정도가 진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쪼랩주제에 공개창에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가서 진짜 열심히 도와줬다.
지나가다가 내가 했던 퀘 누가 하고있으면 도와주고 감사받고 가고..
그러다 렙 40조금 넘기고 군대갔다.
군대갔는데 그러더라. 두 달을 넘게하는데 어떻게 렙이 40대일 수 있냐고.
난 진짜 열심히 한건데...
그래서 휴가 나와서 동기랑 하는데, 파티맺고 버스타고 하니까 진짜 랩 팍팍오르더라...
복학 후 만랩 2개 가진애가 도와준다고 해서 다시 와우를 시작했었다. 이 때는 호드냥꾼...ㅋㅋ
와우는 만랩부터라고 하도 닦달을 해서 인벤 플포 다보면서 열심히 랩업했다.
NPC와 대화 생략, 펫은 무조건 인벤에서 좋다고 하는거, 채팅창의 헬프 못본척, 내가 할 퀘 누가 하고있으면 나의 적..
한 달 정도하니 만랩찍더라..그래서 어떻게 하냐, 했더니 영던을 돌란다. 영던 열심히 돌았다.
영던템 다 맞추고 이제 낙스를 가자는데 친구가 있었지만 공략 프린트해서 3일동안 외우고 목요일에 갔다.
죽어라 딜!딜!
그래서 낙스템도 반쯤 맞추고 탈 것도 좀 사치를 부리고 했는데...
재미가 없더라.
쪼랩이였어도 도와주고 도움받고 하던 군대 가기 전 그 때가 더 재밌더라.
그래서 접었다.
DPS도 나쁜 편은 아니였는데, 항상 뒤쳐져서 욕먹을 걱정..
템도 영던에서 낙템으로 맞추고 있으니 누가 보고 욕할까봐 걱정..
소소한 재미보다 무슨 템이 나올까, 누가 입찰할까 하는 재미....
그게 재미라면 재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감정 몰입해서 펫과 교감하면서(ㅋㅋ) 나쁜놈들을 죽이던 그런게 더 재밌었다.
단순히 템떨구는 3D그래픽 덩어리가 아닌...
스킨같은거 깔아서 편하게 하는것보다 그냥 기본 인터페이스로 하는게 더 좋았다..
DPS 이건 마치 계급사회처럼, DPS가 높으면 거만하고, 낮으면 비굴했다.
접고나서 워크 캠피인같은거 깨고..와우만화도 재밌게 보고..하는데,
던전만 돌면서 템맞추느라 정신이 없는 와우저들을 보면 좀 불쌍하다..
자신이 게임을 하는건지, 게임이 자신을 하는건지 구분했으면 좋겠다.
영던도 돌면 진짜 정신없이 진행된다.
랩 50정도부터 알고지낸 사람이 있었는데, 신기하게 만랩을 비슷하게 달았다..
그 사람도 그게 본케였는데, 그 사람은 성기사, 나는 냥꾼ㅋ 힐러만 생기면 영던은 정말 금방 갔다.
거의 헤딩수준이였는데, 계속 전멸되서 포기했던 영던도 있더랬다..ㅋㅋ
진짜본케인 사람들 다섯명이 팟이 된 적이 있는데, 여서일곱번씩 눕고 전략을 바꾸고 바꾸고 하면서 하루종일 해서 영던 하나 깬적도 있다. 이 때는 좀 재밌었다.
아무튼, 게임은 게임답게 스스로 즐기면서 해야 제맛이다.
그 아이템 왜 니가 먹냐고 욕하고, 왜 딜이 그거밖에 안나오냐고 욕하고 하기보다는
지나가다 쪼랩이 고생하고 있으면 잠깐 시간내서 도와주고,
같은 얼라, 같은 호드 보호해주고, (업적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하면서 하면 그들도 즐겁고 새로 시작하는 사람도 즐겁지 않을까.
그냥 와우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