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바이크를 팔고 없는 상태이므로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2014년 4월, 경기도의 한 예비군훈련장.
바이크를 타고 갔던 나는 연병장 구석에 주차를 해둠.
호국의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하였지만 조기퇴소에 실패, 낙심하여 정시퇴소를 함.
주차된 바이크로 걸어가는 도중 바이크 어퍼카울에 응당 위치해있어야할 사이드미러 하나가 없는걸 발견.
음? 누가 훔쳐간건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이크에 다가감.
이게 왠걸.. 어퍼카울 박살나 연병장 바닥에 카울 조각들이 널부러져있고
슬라이더 휘고 사이드카울 크랙에 레버 부러짐에
턴시그널램프 가출, 핸들밸런서 손상, 레이싱스텝 파손, 리어카울 크랙까지...
당시 내 바이크 혼다 CBR600RR 09년식 모델 중에서도
국내 약 열대가량만 수입됐던 출고가 1750만원 ABS모델이었음.
125CC 원동기만 주구장창 타다가 집사람 설득에만 5년을 소모해 중고로나마 겨우 내 소유가 된
내 인생 최대의 사치품이자 애마.
그런 아이가 만신창이가 되어 날 기다릴줄이야..
분노로 가득 차 지통실 대위아재에거 일러바침.
세시간가량의 cctv 판독.
허나 위치가 너무 멀고 화질이 구려 넘어뜨린 놈의 차를 찾아도 번호판 식별이 불가.
다만 차량의 실루엣으로 보아 현X의 플루이딕스컬프쳐 2.0 디자인을 가진 신형 i30 혹은 i40 왜건으로 추정.
바로 위병소 cctv를 돌려봄.
천만다행으로 출입차량중 위 디자인의 차량이 단 한대 나옴.
차량번호 획득 후 영상자료를 요청하였으나 군 내부 자료기때문에 개인에게 넘겨줄 수 없고
서로부터 수사협조요청이 올 경우 적극 협조를 약조받음.
그 길로 경찰서 방문.
진술서를 쓰고 물피도주임을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도로교통법을 적용시킬 수 없는 영내 연병장이기때문에
형사처벌 불가, 보상도 민사를 통해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접함.
아쉽지만 법이 그러하다니 수긍하고 내용증명을 준비하기로 함.
담당 경사님께서 일단 해당 용의차량 차주에게 유선상으로 넌지시 떠봐주겠다고 하심.
차주와 연락이 닿았고 아니나 다를까 잡아뗌.
오케이, 알겠다, 따로 민사를 준비토록 하겠다, 신경서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집으로 옴.
다음날, 담당 경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옴.
전일 경사님의 떠보기 전화 이후 밤에 직접 경찰서로 출두했다고 함.
본인이 그런게 맞다며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고 내 연락처를 알려달라 했다고 함.
나에게 곧 연락이 갈터이니 잘 해결하시라 말씀해주심.
가해자로부터 전화가 옴.
가해자 : 죄송하다, 무조건 죄송하다, 사비로 다 보상해드리겠다.
나 :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만 완벽하다면 다른 진상 부리지 않겠다.
허나 사비로 보상한다고 했는데, 감당이 되겠느냐.
난 내 잘못도 아닌 상황에서 당신때문에 손해 볼 생갓 눈꼽만큼도 없다.
본인 바이크 파손 견적 부품가액만 400가까이 되며
(진짜임. 매우 빡친 나는 조금이라도 손상입은부분 모조리 신품으로 견적 넣어둠.)
공임은 제외된 금액이고, 해당 수리기간동안 동급의 바이크를 렌트할 계획이며
혼다코리아에 부품 재고 없을 경우 수리기간이 길어질테고
동일 기종 렌트 시 렌트비 하루 16만원이다. 감당할 수 있겠냐. 보험처리 해라.
라고 진심어린 조언(이라고 쓰고 내 피해를 모조리 보상받기 위한 노오오오오력이라 읽는다)해줌.
본인 의견을 적극 수용한 가해자는 일상생활책임배상보험으로 모든 수리비, 렌트비를 보상해줌.
보상 진행 과정에서 해당 보험사 담당직원이 보험사기, 혹은 견적 부풀리기를 의심하는듯한 발언으로 매우 빡쳤으나
내가 왜 당신네 보험가입자로 인해 손해를 봐야하냐며 소리를 버럭 질러주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음.
약 3주간의 수리를 마치고 아빠의 품으로 돌아온 녀석은 카랑카랑한 배기음으로 나에게 애교를 부렸음.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음.
나한테 걸려 아주그냥 다 뜯어먹어줄거임 ㅡㅡ
2년동안 내 발이 되어주었던 애마사진 몇장 던지고
다음번엔 바이크용 핸드폰거치대 도둑 잡은썰로 돌아오겠음.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