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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2756
    작성자 : 아이큐0
    추천 : 13
    조회수 : 360
    IP : 59.56.***.20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08/08/25 13:45:10
    http://todayhumor.com/?panic_2756 모바일
    목촌리15-16
    5. 공포의 밤(2) 

     

    이정란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김감독은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고 나머지 스텝들은 휴대용 램프 하나를 가운데 밝혀두고 이정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정을 넘자 곧바로 그녀는 집안에 있는 귀신을 불러서 이 집안의 내력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다른 스텝들에 비해 유독 스크립터 김혜진만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이었다. 한 두어번 촬영을 따라 다녔다지만 이런 촬영이 그녀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정란이 신이 내리면 저절로 움직일 것이라며 자신의 앞에 꽂아둔 신대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정란은 계속해서 귀신을 불러 들이는 주문을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었고 그녀의 이마엔 땀이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정란의 중얼거림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 듣긴 불가능했다. 그것은 주절거림 같기도 했고 신음 소리같기도 했다. 해일은 두려움과 기대가 반쯤 섞인 심정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이정란의 소리가 갑자기 더욱 커지며 땅 바닥에 꽂아둔 신대의 방울이 딸랑하는 소리를 낸것은. 그것을 지켜본 모든 스텝들이 숨을 멈추었다. 김혜진이 겁먹은 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정말 움직였어요" 

     

    이정우가 김혜진을 향해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조용히 해!" 

     

    신대에 매달린 방울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신대는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요동을 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신대의 흔들림 만큼이나 이정란의 몸이 더욱 무섭게 떨리고 시작했고 그녀의 중얼거림 또한 더욱 커졌다. 전 스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김감독이 흥분된 목소리로 해일을 불렀다. 

     

    "저.... 정PD!" 

     

    그는 창백한 얼굴로 카메라의 화인더를 가리켰다. 해일이 카메라의 화인더를 보았을때 그 안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육안으론 전혀 보이지 않던 이상한 기운이 그녀를 감싸며 그녀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한 것이다. 시퍼런 연기같기도 한 그것은 이정란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정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러자 몇 초 후 이정란의 신음 소리가 급격하게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울먹임으로 변해 버렸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엔 확연히 드러날 정도의극심한 공포심이 드러났고 고통스런 울먹임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해일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즈음 그녀를 주의깊게 관찰하던 오세창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게 아니예요" 

     

    스텝들이 모두 오세창을 바라보았다. 

     

    "뭐....뭔가 잘못 됐어요, 중지 시키고 이선생을 깨워야 해요, 어서!" 

     

    갑작스런 그의 말에 스텝들이 술렁거렸다. 

     

    "내 말 안들려요? 그녀를 깨워야 한다구요!" 

     

    비로소 해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물 갖고 와요, 물!" 

     

    비로소 다른 스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물을 찾아 허둥대고 해일과 오세창은 달겨들어 이정란을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요, 이선생, 정신 차려요!" 

     

    스텝들이 떠온 물을 이정란에게 끼얹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릴 뿐이었다. 다시 누군가가 소리쳤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저러다 사람 잡겠어요!" 

     

    "광에서 끌어내요, 밖으로 끌어내라구!" 

     

    모든 스텝들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허둥거렸다. 두서없는 외침소리가 난무했다. 그러나 이정란을 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해일을 비롯한 이정우, 오세창, 박희철등 네명의 장정들이 달겨들었지만 그녀의 몸은 땅에 박힌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의 눈동자가 하얀 흰자위를 드러내고 입에서 거품을 풀기 시작했다. 김혜란이 울음을 터뜨렸다. 

     

    "꼼짝도 안해요, 밖으로 끌어낼 수가 없다구!"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이야!"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을!" 

     

    여기 저기서 흥분한 외침 소리들이 튀어 나왔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정란의 신음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정란을 붙잡고 있던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강한 힘에 의해 한꺼번에 그녀의 몸에서 밀려났다. 그녀는 더욱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모든 스텝들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그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정란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비좁은 광 안에는 숨 막히는 공포와 전율로 가득 찼다. 모두들 겁에 질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때였다.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의 왼쪽팔이 무엇인가에 물러 뜯기듯 제멋대로 요동을 치더니 그녀의 흰색 한복이 붉게 물들며 뜨거운 핏줄기가 솟구친 것은. 

     

    "으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정란의 몸은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물어 뜯기고 있는 듯 했으며 그녀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는 더이상 들을 수 없을만큼 처절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광안은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그들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광을 뛰쳐 나간 사람은 김혜진이었다. 그녀는 거의 정신 나간 사람마냥 비명을 지르며 광을 뛰쳐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또 누군가가 뛰쳐 나가고, 또 나가고..... 해일은 숨조차 쉴 수 없는 공포로 이정란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해일의 머릿속에 악마의 포식이란 어느 책 제목이 떠올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의 귓전으로 죽은 김한수의 절규가 들려왔다. 

     

    '흉가에 가지마! 놈들은 끔찍한 괴물들이야, 무서워, 해일아! 무서워!' 

     

    해일이 검붉은 피를 온몸에 흠뻑 뒤집어 쓴 채 마지막으로 광속에 뛰쳐 나왔을때는 그 역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먼저 나온 스텝들이 마당에서 김혜진과 강은영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강은영은 배영환에게 안긴 채 부들 부들떨고 있었고 김혜진은 비가 쏟아지는 마당 한가운데서 계속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정우가 그녀의 따귀를 때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정신 차리란 말야! 제발 조용히 좀 해!" 

     

    모두들 마당 한가운데 얼이 빠진 모습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온 몸을 두들기는 굵은 빗방울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어서 이 끔찍한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 뿐이었다. 해일은 사람의 뇌가 갑자기 그 움직임을 멈춘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머리속은 텅 비어 버렸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칠흙같은 어둠뿐이었다. 배영환이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듯 발작적으로 일어서며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겁니까? 어서 이 곳을 벗어나지 않고, 난 무서워요. 단 1초도 이 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구요!" 

     

    배영환의 말에 강은영이 정신없이 악을 써 댔다. 

     

    "어서 이 곳을 빠져 나가자구요! 난 정말 무서워 죽겠어요, 어서요!"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로 광 쪽에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광에선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아직도 휴대용 램프의 희미한 불빛이 평화롭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 해일이 낮게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그의 한마디에 모두의 숨이 멎었다. 

     

    "저 소리..... 저 소리 들려요?" 

     

    모두의 눈길이 광쪽으로 쏠렸다. 


    ---------------------------------------------------------------------------------------------------

    5. 공포의 밤(3) 

     

    분명 그 소리는 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빗소리에 묻혀 전해오는 그 소리는 응얼거림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강은영이 쥐어짜는 음성으로 울먹였다. 

     

    "제발! 난 더이상 못 참겠어요. 어서 여기서 나가요, 어서!" 

     

    "뭔가 있나봐요! 뭔가 있다구요!" 

     

    흥분과 두려움이 섞인 외침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그때 해일은 그들의 주위를 둘러싸며 다가오는 어떤 것을 보았다. 안개였다. 다시 불꽃처럼 김한수의 외침이 뇌리를 스쳤다. 

     

    '으으으..... 놈들이 왔어, 안개가 보이면 놈들이 온거야. 제기랄! 도망 갈수 없어! 살려줘!' 

     

    온몸에 피가 곤두서는 섬뜩함. 해일은 더듬거리듯 간신히 소리쳤다. 

     

    "다.... 다들 어서 이곳에서 나가야 해요. 이곳을 나가야 한다구, 어서!" 

     

    비가 쏟아지는 진흙탕 속에서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을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진흙탕속에 미끄러지고 엎어지면서 그들은 한꺼번에 달리기 시작했다. 해일이 문득 뒤를 돌아 보았다. 김혜진이 움직이지 못하고 비가 쏟아지는 마당 한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돌아보니 나머지 일행들은 벌써 고개쪽을 오르기 시작했다. 해일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김혜진, 뭐하는 거야, 어서와!"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은 사람마냥 멍하니 그 자리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그녀를 둘러싸는 안개의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해일은 그녀를 향해 오던 길을 달려갔다. 해일이 그녀의 팔을 움켜쥐듯 잡고 일으켰을때 그녀는 거의 눈에 촛점을 잃은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정신차려! 여기 있으면 안돼! 도망가야 한다구!" 

     

    해일이 그녀를 잡고 흔들며 악을 썼지만 그녀의 눈에는 더이상 해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침내 해일이 그녀를 진흙탕에서 질질끌다시피 하며 달아나기 시작할 때 광쪽에서 더욱 분명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본능적으로 광쪽을 돌아 보았을때 그는 광의 흐린 불빛을 등지고 이쪽을 노려보며 서 있는 십여명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한 손에 긴 막대 같은 것을 들고 있었으며 그들의 뒤쪽에선 막 푸른 광채가 도는 눈빛들이 어슬렁거리며 기어나오고 있었다. 해일은 그것들이 짐승이라고 생각했다. 한마리, 두마리, 세마리.... 그것들은 계속해서 기어 나왔다. 그리곤 이쪽을 향해 똑바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해일이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그녀를 잡아 끌며 악을 썼다.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정신차려!" 

     

    그러나 혜진의 의식은 이미 완전한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못했다. 짐승들은 순식간에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 왔으며 해일은 더이상 그녀를 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가슴 밑바닥에서 터질 것 같은 공포와 좌절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짐승들은 바로 10여미터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것들은 금방이라도 두사람을 덮칠듯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한발자욱씩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진흙탕에 쓰러진 김혜진을 내려보았다. 가엾게도 그녀의 촛점없는눈동자가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울컥하고 눈물이 솟구치며 목이 메어왔다. 

     

    "미....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리곤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남겨둔채 그는 진흙탕을 미친듯 달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굵은 빗방울이 아프도록 부딪혀 왔다. 등뒤에서 짐승들의 포효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해일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았다. 

     

    짐승들이 혜진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 아까 보았던 일단의 무리들이 혜진을 향해 손에 든 막대를 치켜 올리고 있었다. 해일은 감전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채 그들을 지켜 보았다. 해일은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해일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일제히 막대를 치켜들었다. 그리곤 해일이 미쳐 소리를 칠 틈도 없이 막대를 가차없이 혜진을 향해 내리 꽂았다. 처참한 비명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해일은 온몸을 부들거리며 떨었다. 사내는 계속해서 그녀를 향해 막대를 내리 꽂았고 이윽고 그들이 뒤로 물러서며 낯선 소리를 냈다. 

     

    "쉬익! 쉭! 쉭!" 

     

    마치 쇳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숨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짐승들이 그녀를 향해 달겨들었다. 뒤로 물러 선 그들은 똑바로 해일을 노려보았다. 해일은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해일은 비틀거리며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가슴이 터질 것 처럼 요동을 치고 있었다. 

     

    6. 살아있는 유령(1) 

     

    맨 앞에 걸어가던 박호철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구반장이 소리치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구반장 역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이제 5분만 더 가면 마을이 나타날텐데. 

     

    "왜 안 가세요?" 

     

    혜경이 숨을 헐떡이며 다가섰을때 구반장이 초조하게 내뱉았다. 

     

    "젠장, 물이 너무 불었어!" 

     

    혜경이 그들의 아래쪽으로 렌턴을 비추었다. 그 곳엔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다리위로 거센 물살이 범람하고 있었다. 다리는 아직까지 형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그녀는 이곳에 올때마다 그 다리가 상당히 위험스럽다고 느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멀리 어렴풋이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반장님, 돌아갈 길은 없나요?" 

     

    "없어, 이 길 뿐이야!" 

     

    검은 물살 아래로 다리의 윤곽은 보였지만 누군가 그 위에 한 사람만 올라섰다간 금방이라도 거센 물살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처럼 다리의 지탱력은 불안해 보였다. 빗방울은 조금도 기세를 누추지 않고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이대로 기다리다간 그나마 다리의 형체마저 없어져 버릴 것이었다. 구반장은 진흙탕 위에 아예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박호철과 혜경은 원망스런 눈빛으로 다리를 쳐다 보았다. 구반장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다리 건너편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이다. 구반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절박하게 소리쳤다. 

     

    "다리를 건너야 겠어, 내가 먼저 건널테니 무사히 건너면 뒤따라 와!" 

     

    "반장님, 너무 위험해요!" 

     

    "방법이 없어, 아무리 내가 비겁한 놈이라도 그 많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놈들에게 당하도록 내버려둘 순 없어!" 

     

    구반장이 성큼성큼 다리 앞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혜경이 알고 있던 구반장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반장이 한발을 다리위로 내밀었다. 강한 물살이 그의 발목을 휘감아 왔다. 

     

    "반장님, 제발 조심하세요" 

     

    혜경이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반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반장에 대한 자신의 오해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다리 건너편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건 다리를 건너기만 하면 앞으로 그녀는 구반장을 무조건 믿고 따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구반장이 다리를 무사히 건넌 다음의 일이었다. 구반장이 두 다리를 동시에 다리에 올려 놓았다.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하던 구반장이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조심 조심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다리 건너편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에 대한 강한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강한 물살이 그의 발목을 계속 위협하고 있었다. 그의 발목 아래에 버티고 잇는 다리가 어느 정도의 버팀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혜경과 박호철이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가운데 구반장이 무사히 다리를 건너갔다. 미쳐 마음을 놓기도 전에 다음은 박호철의 차례였다. 구반장이 건너편에서 소리를 질렀다. 

     

    "균형을 잃지 말고 가능한 바닥에서 발을 높이 들지 말고 끌면서 건너와, 발을 들면 안돼!" 

     

    박호철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다리위로 올라섰다. 그 역시 반장의 지시대로 조심스럽게 다리를 무사히 건넜다. 혜경은 다리가 생각보단 튼튼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혜경은 주저없이 다리위에 올라섰다. 바라보던 것보다 물살의 저항은 훨씬 강했다. 그녀는 반장의 말대로 다리를 끌면서 천천히 다리를 건너갔다. 그런데 그녀가 다리를 거의 건넜을때였다. 그녀가 밟고 있는 다리가 휘청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사이 다리가 한순간에 허물어 졌다.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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