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를 안 한 경기였습니다.

용규와 치홍이가 빠지고 박기남이 2루수로 갔다는 것 자체가 
어 이상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죠.

초반에 힘겹게 힘겹게 경기 풀어가는 것과 대진선수 그야말로
노련함으로 타자들 상대하는 것 보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히메네스 구위가 정말 좋더군요.

신종출루 신종길의 빠른 발로 1점 냈지만, 기아팬들은 모두 아셨을 겁니다.
절대 이 점수로 경기가 끝나지를 않는다는 것을요..
최소 3:1 5:2 정도의 패배를 예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꼭 베이스에 주자가 없으면 못던지는 김희걸이 정수빈에게 볼질을 할 때
여기서 당연히 점수 내겠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정수빈의 도루(정말 탐나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현수의 이어지는 안타. 이두환의 소심한 내야플라이를
어이없게 놓치는 박기남. 치홍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죠.

다행히 김상훈의 몸을 날린 수비와 도루저지로 간신히 이닝을 마무리 지었지만,,
기아타자들에게 원체 기대하지 않았기에(광고니와 요새 삽푸는 원섭동무)
9회말에 동점 점수나 내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두산 수비수 오재원과 이원석의 실수로 무사 1, 2루가 만들어지더군요,
선빈이 희생번트 후에 히메네스가 상당히 흔들렸던 것 같습니다.
이용규는 의도적으로 걸렀다 쳐도, 최희섭에게는 바깥쪽 낮은 공(오늘 기아타자를 농락했던)
으로 승부를 걸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공이 뜨면서 안타 맞고, 그리고 만루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김상사의 만루홈런!
제가 본 경기 중에 가장 시원하고 기분좋은 경기였다고 할까요..
마지막에 손영민 올라오는 것 보고 살짝 똥줄 타기도 했지만
오늘은 작년과 같은 구위를 보여주더군요.

오늘의 1등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김상현, 그리고 이대진이겠죠.
최희섭, 김상현 모두 잘했습니다만 김상현의 만루 홈런이 너무 기분 좋네요.
4강은 굉장히 멀어보입니다만, 계속해서 위닝시리즈로 끌고 가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기아팬분들은 차라리 가을 야구 안하고 리빌딩에 치중하는 게 낫다고 하시는데,
기아 선수들에게는 4강 가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포스트시즌 경험 + 단기전 승부경험 + 내년 상위권을 위한 자신감 같은 측면을
계산한다면 반드시 4강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은
이 전력으로 무리라고 보지만, 가을야구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봐요.

문제는 불안한 불펜+ 확실한 마무리 부재+ 제 5선발 부재+ 애매한 3번타자 라고 보는데.
5선발은 당연히 이대진+김희걸(곽정철)// 곽정철+김희걸 정도로 생각하는데,
희걸이와 정철이가 너무 요새 털려서 걱정이네요. 이대진선수가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듯 합니다.

마무리는 영명이로 밀고 있는 것 같은데, 직구가 빠르긴 하나 그렇게 위력적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즉 어느정도 맞추면 안타가 되는 타구라고 할까요. 볼끝에 힘이 실리지 않고
직구 스피드도 143km 정도 나오는 것 보면 마무리보다 역시 중간감입니다. 
시원시원한 면은 좋았으나 요새 터프한 상황에만 등판하다 보니 점점 깡이 무뎌지는게 보입니다.
유동훈과 적절한 상황에서 교차로 등판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명선수 어느덧 기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3번 타자는 채종범으로 계속 미는 게 낫다고 봐요. (제발 나지완 좀 빼고)
나지완은 정말 두 말하면 입이 아픕니다. 16연패의 숨은 주역!!!
이제 이영수 올리라는 말 안할테니 그냥 채종범으로 쭈욱 미는 게 나을 듯.
계속 출전시켜야 자신감이 살아나는데, 한 경기 못하면 빼버리고 이리저리 돌려버리니
참 답답합니다. 엄한데서 3번타자 찾지 말고 채종범에게 계속 기회를 줬으면 하네요.

오늘 경기 보고 기뻐서 오랜만에 글 남겨봅니다.

짤방은 김상사의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