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진보' 혹은 '좌파' 쪽에서는 이념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한국 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좌파 교수들이라는 최장집, 조희연, 손호철 교수님이 차례로 인터넷 신문 '레디앙'과 한겨레에 기고하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진보'에 대해 한 말씀 끼어드셨더군요. 조만간 백분토론에서 세 분을 볼 수 있을 듯 하여 기대 중입니다. 여기서는 주제넘지만, 세 교수님들의 논쟁을 간단히 요약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요약이 지나치게 용감할지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시작합니다.
1. 최장집 교수의 열린우리당 비판 과감 요약
참여정부는 당정분리, 열린우리당의 창당, 임기 초기의 이라크 파병으로부터 시작된 보수적 정책 등을 통해 정권과 열린우리당이라는 집권당을 시민사회의 지지세력(개혁세력과 호남)으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개혁도 실패하고 지지층도 잃어버렸다. 노무현 정부라는 개혁세력이 실패했으니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 같은 정권교체가 반복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권력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면 열린우리당이든, 새로 만드는 정당이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 조희연 교수의 최장집 교수에 대한
반론1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4915)
반론2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4921) 통털어 용감무쌍 요약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포함한 최교수의 현상 지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 위기는 최교수가 지적하는 인과관계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의 실패요인과 관련하여, 참여정부 집권세력들은 ‘자기정체성의 정치’에 대해서만 집착했지 ‘헤게모니의 정치’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진보 일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의 실패요인과 관련하여, 보수적 저항을 뛰어넘어 ‘진보적 민중주의’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의 실패요인에 대하여, 나는 진보적 민중주의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보다 급진적으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나아가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를 구현하는 ‘지구화 시대의 대안적 사회국가’ 모델을 안출(案出)하고 실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한줄요약 : 참여정부의 실패는 맞지만, 이는 참여정부만의 실패라기보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진보세력의 실패에 가깝다.)
3. 손호철 교수의 전선 규정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5028) 대략 요약
우리의 민중들이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냉전적 보수세력 하에서 경험한 것은 개발독재일 뿐 신자유주의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신자유주의, 그 폐해인 사회적 양극화하면 한나라당과 냉전적 보수세력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정부와 자유주의 개혁세력을 연상하고 있다. 또 오히려 박정희 시절이 더 살기 좋았다고 박정희를 그리워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집권해 한나라당식의 신자유주의정책에 의해 사회적 양극화와 민중생존의 파탄을 경험하고 문제의 핵심이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들이 직접 체험해야 한다.(그럴 리가 없지만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이고 분배’라는 한나라당식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나의 예상과 달리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민중들을 파탄하게 구할 수 있다면 한나라당 집권은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될 때, 한국정치는 단기적으로는 후퇴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발전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특히 사회적 양극화 등 실정에 대한 자기반성과 이에 대한 대안적 처방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간당원제냐, 기초당원제냐 하는, 국민들이 관심도 없는 말단지엽적인 문제 등을 가지고 탈당 등 소동을 벌리며 신당창당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허구헌날 가만히 있다가 선거를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고 갑자기 개헌을 제기해 이를 중심으로 반한나라당전선을 만들어 볼까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최교수의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4. 노무현 대통령의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
(http://www.president.go.kr/cwd/kr/archive/archive_view.php?meta_id=2005_pre_letter&category=235&id=923b7705f574422445376cb5)
한줄요약 :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것은 유연한 진보이며 그것이 옳은 길이다... 이렇게밖에 요약이 안 되는군요 -_-; 삐뚤어져서 그런건가;; 어떤 분은 이렇게 한 줄 요약 하셨더군요. <최교수, 내가 당신보단 많이 알아>
노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전혀 거부하지 않았고, 아직도 한미FTA를 비롯한 각종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에 교수님들이 말씀하시듯 신자유주의를 택한 이상 '진보'가 될 생각은 말아야 되는데, 스스로 '유연한 진보'라고 규정하고 있죠. 엄밀하게 말하자면, 참여정부의 스펙트럼은 정치적으로는 (딴나라에 비해) 진보, 경제적으로는 (딴나라와 같은) 보수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트집을 잡기는 뭐하긴 하군요. 저에게도 '진짜 진보가 맞기는 맞냐'라고 물을 수 있는 자유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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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대선의 '전선'입니다. 이른바 '차선적 지지'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반수구 전선', 혹은 '반한나라 전선', 즉 한나라당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라는 세력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전선이 이번 대선의 전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선은 거의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쟁점화될 이슈들은 정치적인 것들보다는 경제적인 것들이 많을 것이고 더 중요하게 취급될 전망인데, 신자유주의, 한미 FTA, 부동산 문제 등등 핵심적인 경제적 정책에 있어서 참여정부와 딴나라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연정 구상에서 노대통령이 이미 그렇게 주장한 바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개인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이 이번 대선에서의 가장 큰 쟁점으로 커져가기를 바랍니다. 이왕 시작한 진보진영의 논쟁이 이왕이면 그 전선에까지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보지만, 사실 아마 힘들 겁니다. 손호철 교수의 지적처럼 5년간 한나라당이 운영하는 신자유주의를 겪은 후에야 그런 전선이 가능해지겠죠. 혹은 한나라당에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후에야 그런 전선이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유시민 장관이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99%라고 단언하는 것도 비난할 일이 못되는군요.
ps1 :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2 : 어차피 베슷흐는 못 갈 겁니다! 단, 이 문제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의 열렬한 리플,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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