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마다 각종 시상식들로 TV 속 세상들이 아주 분주합니다.
축하하는 사람들, 축하받는 사람들, 환호하는 팬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가운데 한 해가 지고 새해를 맞이하는 바로 이 시기마다
전 항상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19년 전 오늘, 1996년 1월 1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서지원'이라는 가수입니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자주 불렀고,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를 감명깊게 읽은 탓에 예명까지 '서지원'이라 지어버린 순수했던 청년이었습니다.
전 당시 초등학생이었고, 지금처럼 정보통이 빠르지 않았던 때라 사망소식을
며칠이나 지난 후에 우연히 '연예가중계' 를 통해 알았더랬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뭘 안다고 그렇게 충격을 받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냥 믿기지 않더군요.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TV를 통해 보아왔던 서지원이라는 사람은
누구보다 밝고 순수했던, 누구보다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살의 이유로 여러 말들이 나돌았지만
별거 중이었던 부모님과 나이차가 많았던 어린 동생, 그리고 소속사 식구들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영주권을 포기함으로써 얻어진 군대문제와 인기에 대한 중압감 등등.. 결국은 우울증이 문제였겠죠.
지인들에 의하면 저렇게 남을 챙기면서 자기 자신은 언제 돌볼까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착했다고 합니다.
자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 "그렇게 밝았던 지원이가 왜..." 였습니다.
우울증으로 약을 먹어 오던 사실을 주변 친했던 사람들에게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았고(아마 못 냈던 것이었겠지요),
그렇게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녹음한 2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12월 31일 지인들과 망년회를 마친 후, 1월 1일 새벽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꼭 2집 앨범이 성공하여 가수 준비중인 소속사 동생들 책임져 주길 바란다,
이 세상은 내가 존재하기에 너무도 험한 곳이고 난 더 이상 힘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말이죠..
(당시 친했던 동갑내기 연예인 '강태석'에게도 이따금씩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연예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바람대로 2집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내 눈물 모아'가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고,
그 후로 가끔이나마 '내 눈물 모아'라는 노래로,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가수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곤 합니다.
그렇게.. 벌써 19년이 지났네요.
서지원이 죽고 한 동안은 이름만 들어도 눈물나고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그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하고 눈물 짓고는 했지만, 차츰 그 횟수가 줄어들고..
이제 나 힘들 때만, 나 슬플 때만 위로받자고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이 가끔은 한 없이 미안해 지기도 합니다.
나에게 있어 '서지원'이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슬픔으로만 남아있지만,
무엇이 됐든 잊혀지고, 무디어져 가는 것에 조금은 서글퍼지는 요즈음, 가끔은 그런 슬픔도 반갑게 느껴지더라구요.
아직 제가 서지원을 잊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서지원이 가수 활동을 한 것이 1년 남짓, 정말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눈물 모아'가 TV에서 불려지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기도 하고..
(지난 주 '라디오스타'에서는 이규한씨가 서지원의 '갈등'이라는 노래를 부르시더군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늙어서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노래 부르겠다던 그의 말처럼
그가 얼마나 노래를 사랑했고,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는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팬으로써의 욕심과
더 이상 저를 못 보게 되더라도 저를 항상 기억해 달라던 그의 마지막 음성 메세지처럼
앞으로도 잊지 말아달라는 바람에서 이렇게 부족한 글을 씁니다.
모두, 행복한 2015년 맞이하셨길 바라구요..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아, 여담이지만 1996년도에 서지원 추모콘서트를 했었는데 콘서트 MC 해주셨던 분이
지난 주 무한도전 토토가에 나오셨던 이본씨였어요.. 완전 반갑더라구요 ㅠㅠㅠㅠ
그리고 쿨!!! 도 추모콘서트때 뿐만 아니라 서지원 팬클럽 회지에 자필로 편지도 써서 보내주셨던 기억이 나서 찾아왔어요 ㅋㅋ
이건 김성수씨 편지
이건 이재훈씨 편지인데 잘렸네요 ㅎㅎ;;;;
그리고 잡지보다가 정재형씨도 발견을 했는데
아시다시피 내 눈물 모아의 작곡가가 정재형씨구요.
녹음하면서 너무 많이 혼났던 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다며
추모콘서트에서도 이 얘기하면서 많이 우셨었던 기억이 나네요..
'놀러와'에서도 서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죠.
방송 후, 서지원 동생이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정재형씨 홈페이지에 글 남겨서 댓글도 주고 받고 하셨더라구요..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한..ㅠㅠ
마지막으로 데뷔곡인 또 다른 시작 방송영상과 내 눈물 모아 뮤비 띄우고 사라지겠습니당..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